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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May 23. 2021

봄이 슬픈 가을 대나무

한 수 배우는 멋

계절은
아름답게 돌아오고
재미있고 즐거운 날들은
조금 슬프게 지나간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호텔 선인장>에 나온다는 이 말처럼 계절의 여왕이라는 봄날이 아쉽게 지나간다.


오늘은 절기상 소만(小滿)다.

'만물이 성장하며 조금씩 차오른다'는 뜻으로, 씀바귀와 냉이가 나오고 모내기와 보리베기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여름 날씨로 접어드는 때라고 한다.


이제부터 씨를 뿌리고

뜨거운 태양볕과 태풍의 비바람에 맞서 치열하게 살아야

가을에 넉넉한 수확을 거둬 겨울을 편히 날 수 있겠지...


사계절의 변화가 우리네 인생의 사이클 같다는 생각을 하며 산책을 나섰다.


최근 비까지 내려 사방이 온통 푸른데

혼자 가을인 듯 누렇게 변한 대나무들이 눈에 띈다.

새로 태어나 날마다 쑥쑥 자라는 죽순에 영양분을 다 빼앗긴 어른 대나무, '죽추(竹秋)'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어린 자식을 키워내는 부모의 희생을 닮았다.


8월 군입대를 앞둔 아들 얼굴이 떠올랐다.


같은 대나무이고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녀석은 초여름 제철을 만났고
나는 지금 가을로 살아야 하는 게 맞는구나.

내 아버지도 그렇게 사셨듯이
녀석 또한 그렇게 살겠구나...


계절은 왜 아름답게 '돌아온다'라고 했는지

삶은 왜 슬프게 '지나간다'라고 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하나 알게 된 교훈.

대나무가 꼿꼿할 수 있는 건 중간에 마디가 있기 때문이란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게다.

인생의 각 단계를 힘들지만 제대로 겪어내다 보면

어느새 단단한 마디가 생겨 삶의 위기에서 중심이 잡힌다.


아들아. 군대도 그렇다.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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