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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청년 Jun 12. 2019

모두가 소중한 학교

5장 열아홉 인생을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일

3. 자신의 꿈을 찾도록 돕는 교육


중고등학교 학점이수제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따라 수업을 듣고, 여러 분야를 탐색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나온 제도다. 이미 다른 선진국에서는 시행되고 있고,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꿈을 찾으며 학습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이보다 좋은 제도가 없다. 우리는 지금 '고교학점이수제'를 말하지만 미국은 중학교부터 학점이수제를 실시한다.


내가 다닌 미국 중학교에서도 학점이수제 방식으로 스페인어, 세계문명사 등 여러 과목들을 자유롭게 선택해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가서는 프랑스어, 독일어, 기초 컴퓨터 공학 등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의 수가 대폭 증가했다. 체육도 일반 체육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유산소, 근력 운동(웨이트 리프팅) 등으로 나뉘어져 있어, '이런 것도 있나' 싶을 정도였다. 우리나라도 어서 학점이수제를 통해 학생 개개인이 자신의 적성에 따라 학습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단, 우리에겐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좋은 학점이수제를 시행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내가 다녔던 미국 학교. 학점이수제를 하기 때문에, 정해진 반이 없다. 쉬는 시간이 되면 학생들은 복도로 나온다.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 한국식 학점이수제


일반적으로 학점이수제를 하게 되면 정해진 '반'이 없어진다. '몇 학년 몇 반'에 배정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학생 개개인이 각자 수강 신청을 하고 각자의 스케줄대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수업을 듣기 때문에 정해진 반이라는 게 있을 수 없다. 이렇게 하다 보니 학생들은 쉬는 시간이면 복도로 나온다. 복도에 서서 친한 친구들끼리만 모여 놀게 된다. 그래서 자연스레 혼자 조용히 다니는 친구들이 많이 생긴다. 실제로 내가 다닌 미국 중고등학교에서 왕따 문제는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훨씬 심각했다. 그래서 반대로 지금 우리나라 중고등학교처럼 반을 배정하는 방식은 이 부분에서 최고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학점이수제와 우리나라 반 배정 방식을 합친다면 이 시대 가장 선진적인 교육 방식을 만들 수 있다. 일단 학생들을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듯 반별로 배정한다. 1, 2, 3교시에는 각 학년마다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기본 국어, 영어, 수학 과목, 그리고 체육, 진로 수업들을 각 반마다 배정한다. 이때는 모든 반의 모든 학생들이 각자 배정된 반에서 반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 그리고 4-8교시에는 탐구 과목, 심화 국영수 수업(문학, 대학 영어 등), 외국어 등 각자 원하는 수업을 듣는다. 이때는 학년 구분도, 반 구분도 없이 학생 모두가 각자 신청한 수업을, 각자 스케줄에 따라 들으러 간다. 이때 기본적인 시설(칠판, 컴퓨터, 프로젝터) 외 특별한 시설이 필요 없는 과목은 학생들이 생활하는 반(1-1, 2-3 등)에 배정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우리나라 학교의 장점을 살려 모든 학생들에게 친구를 만들 수 있는 환경과 소속감을 안겨주면서, 개개인의 적성과 흥미도 살릴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이런 방식은 우리가 미국처럼 완전한 학점이수제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 확장 등을 갖추기 전 과도기적 제도 시행 방식으로도 적합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지금 당장 다른 나라들처럼 수십 가지 선택 과목을 개설하고 학점이수제를 운영하기에는 무엇보다 시설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학교, 그중에서도 도심 속에 있는 학교는 규모가 상당히 작다. 특히 중학교는 지금 있는 과목만으로 학점이수제를 하기에도 반 개수가 모자란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학점이수제는 무의미해진다. 이 문제는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학교들의 건축 방식 변화와도 같이 가야 할 문제다. 앞으로 우리 학교가 어떻게 시대에 맞게 지어져야 하는지는 '어디서 살 것인가(유현준 저, 을유문화사)' 1장에서 아주 잘 설명하고 있다.



아이들을 놀려라!

출처 에듀진


학생들에게 놀 기회(여유)를 가능한 한 많이 주는 것도 학생들 스스로 꿈을 찾도록 돕는 길 중 하나다. 우리나라 학교는 방학이 짧기로 유명하다. 미국의 경우 겨울방학은 2주 정도밖에 안되지만, 여름방학은 거의 3개월에 가깝다. 그런데 우리는 여름방학, 겨울방학이 각각 1개월이 될락 말락 한다. 조금 쉬다가 뭐 좀 해보려고 하면 학교를 가야 한다. 방학을 늘려야 한다. 방학이 많아야 여유가 생기고, 여유가 생겨야 멍도 때리고 잡다한 생각도 하며 자유롭게 자신의 흥미를 찾아다닐 수 있다. 방학은 행복한 열아홉 인생을 위해 국가가 최대한 길게 보장해줘야 하는 것이다('3-2장 잘 사는 인생의 필수조건, 여유!' 참고).


방학은 학교가 성적표 밖에서 다양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 시기를 잘 활용해 학생들에게 교과로부터 자유로운, 흥미 위주의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코딩, 발명, 미술, 시사, 논어 읽기 같은 것에서부터 단순한 춤, 음악, 스포츠까지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심지어 방학인 점을 활용하여 매주 유적지에 역사 탐방을 하러 가는 수업을 할 수도 있고, 특정 분야의 기업들을 답사하며 진로 체험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 어차피 우리나라 교사들은 방학 때도 월급을 받는데(미국은 방학 때 교사들에게 월급을 주지 않는다), 방학 때 이런 교육을 학교에서 제공한다면 학생들에게 자신의 흥미를 개발할 수 있는 기회도 되고, 혼자서 이런 활동을 하기 힘든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여 교육 불평등 또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4. 학생 개개인이 소중한 교육


우리나라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가장 '잘못'하는 것은 바로 공부 잘하는 아이가 아니면 신경을 써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한국에서 전교 상위권으로, 전교회장으로 초, 중, 고를 나오면서 그렇지 않은 친구들에게 죄책감을 느꼈던 것도 이 부분이다. 이런 방식의 교육은 다양한 인재를 길러내지도 못하고, 은연중 아이들에게 굉장히 잘못된 생각을 심어준다. 성적에 관계없이 모두가 소중하게 교육받고 자신의 꿈을 좇을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학교들의 교무실. 선생님들이 무슨 '부,' '과'에 소속되어 일한다. 교무실의 모습도 관공서의 사무실과 다르지 않다.


그런 학교를 만들기 위해 우선 교직과 행정직의 철저한 분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부분 역시 늘 그래 왔기에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인데, 다른 나라에서는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일과 평가하는 일 외에 그 어떤 행정 업무도 하지 않는다. 내가 다닌 미국의 중고등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은 가르치며 성적만 내고, 남는 시간에는 교수 연구를 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교육의 질도 향상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교사들은 가르치는 일 외에도 각각 특정 과에 배정되어 특정 행정 업무를 소화한다. 그리고 이 업무 양이 적은 것도 아니다. 심지어 담임을 맡은 선생님들도 행정 업무에서 예외가 되지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는 선생님들이 모든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질리야 가질 수 없다. 교직과 행정직의 철저한 분리가 이루어져 선생님들은 가르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연일 공공 일자리 확대를 말하는데, 딱 좋은 부분 아닌가? 행정적을 분리해서 학교에 행정 업무만 하는 사람들을 많이 뽑아서 따로 둬라.




그리고 선생님 수도 대폭 늘어나야 한다. 학점이수제를 하고 다양한 과목을 신설해야 할 필요도 있지만, 지금의 방식이 유지된다 해도 한 선생님이 담당하는 학생의 수가 줄어들어야 한다. 특히 진로상담 선생님이 많이 늘어나야 한다. 요즘은 학교마다 진로상담 선생님이 있다곤 하지만, 전교생을 대상으로 딱 한 명 있다. 이것부터가 "일단 모든 학생들의 진로탐색을 도울 생각은 없다"는 것을 내비치는 것이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아주 잘못된 발상이다. 선생님 수를 대폭 늘려서 모든 학생들의 진로 상담을 의무화하고, 몇 번씩 만나며 모든 학생 개개인이 흥미를 찾는 데 도움을 주고, 학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고, 도와주어야 한다.




P.S. 그 외 우리나라 학교에서 보이는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으로 남고, 여고가 있다. 심지어 중학교도 남중, 여중인 경우가 있다. 더 나아가 공학에서도 분반을 한다. 정말 20세기식 사고에 기초한 학교 운영이다. 바뀌어야 한다.


#5장열아홉인생을위해국가가해야할일 #하마터면서울대갈뻔했다 #열아홉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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