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별>, 파블로 네루다 글, 엘레나오드리오솔라 그림
예쁘고 반짝거리는 걸 보면 닮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때로는 갖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기도 합니다. 예쁘고 반짝거리는 것들 중에는 별도 있지요. 그림책 <안녕, 나의 별>은 모두가 함께 보는 별을 '나만의 별'로 만들고 싶었던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시 그림책입니다. 시를 쓴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는 1971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칠레가 가장 사랑하는 시인입니다.
주인공은 빌딩 꼭대기에서 고요한 어둠을 향해 몸을 기울이면 꼭 밤하늘을 만질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간절히 원하는 마음을 담아 영롱한 별 하나를 조심스레 떼어냅니다.
글로만 읽으면 하늘에 떠 있는 노란 별 하나를 떼내는 모습일 것 같은데 그림을 그린 엘레나 오드리오솔라는 그 모습을 색다르게 시각화했습니다. 어둠 속에서 푸른빛이 도는 흰색이 흩어지는 모습은 마치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나쁜 일을 할 때의 분위기를 닮았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는 시를 충분히 분석하고 이해한 후에 그렸을 테니 분명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수정을 닮은 투명한 별은
수줍게 떨고 있어요.
주인공은 훔친 별을 몰래 주머니에 넣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별을 묘사한 글에서 별은 수정처럼 투명하고 수줍게 떨고 있으며 얼음보다 서늘한 기운을 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야 서리발처럼 표현된 별의 느낌이 이해가 가네요.
별이 내뿜는 차가운 기운을 느낀 주인공은 겁에 질려 별을 침대 밑에 숨깁니다. 그러고는 이제 아무도 자기 별을 찾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지붕을 뚫고 나오는 하얀 별빛이 우리가 생각했던 따뜻한 노란 별빛과 달라서 인상적입니다. 마치 별빛은 자신을 구해달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갖고 싶던 별을 훔쳐서 숨겼지만, 주인공은 행복하지가 않습니다. 익숙했던 집 안의 사물들 마저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별은 맑고 찬란한 빛으로 주인공의 일상을 흔들며 밤하늘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듯이 깜빡입니다. 주인공은 별을 갖고 싶었지만 별이 원했던 건 아니었던 거죠.
이제 거리의 사람들도 주인공 방 창문으로 새어 나온 빛에 이끌려 하나둘 모여듭니다. 더 이상 숨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 주인공은 별을 손수건으로 잘 싸서 서쪽을 향해 초록빛 강을 걸어갑니다.
나는 얼음처럼 차가워진 별을 집어
물속에 살며시 놓아주었어요.
별을 놓아주려면 원래의 장소에 데려다 놓을 것 같은데 주인공은 서쪽 강을 따라 걷습니다. 별이 뜨는 곳은 해가 지는 서쪽이라서 서쪽으로 간 걸까요? 왜 하늘이 아니라 물속에 놓아주었을까요? 별이 물고기처럼 날렵한 몸으로 멀어져 갔다는 것으로 주인공이 놓아주었을 때 별이 느낀 자유를 더 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였을까요?
내 욕심으로 소유해서는 안 되는 것을 소유하려고 했을 때 벌어지는 일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사랑이란 그 대상을 내 마음대로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여기서는 별을 예로 들었지만 내 욕심으로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소유하려고 한 적이 있었나 돌이켜보게 됩니다. 사랑한다면 오히려 스스로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해방시켜 주는 것이 사랑의 본질이라고 이 그림책은 말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