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차
오늘 저녁에 첫눈이 올지 모른단다. 가능성 60%.
첫눈이 와도 기쁘겠지만, 올지 모른다는 말이 사실 더 설렌다. 마치 좋아하는 누군가를 처음 만나기로 한 날처럼 말이다.
첫 비라고 세상이 들썩이지는 않는데 왜 첫눈에는 사람들이 반응할까? 첫눈이라는 단어는 좋겠다. 설렘을 주는 모습으로 태어나서 많은 사람들이 예뻐하고 사랑하니까.
첫눈 올 때까지 손톱에 물들인 봉숭아물이 남아 있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도 하고. "우리 첫눈 오는 날에 만나"라는 말에는 심장이 뛰고. 첫눈을 보면 첫눈 온다고 메시지 보내거나 전화해서 알려야 할 것 같고. 심지어 카톡 창에도 눈이 내리고. 또 드라마 도깨비 ost 중에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라는 노래도 있고.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는 말은 너에게 설렘과 기쁨과 행복을 주겠다는 말이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욕심내서 첫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 나를 떠올렸을 때 기분 좋은 설렘이 생겼으면 좋겠다. 함께 하면 기쁨과 행복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
오늘 저녁 그림책 줌 모임은 내가 <지마와 겨울 열차>로 발제하는 날이다. 8시에 시작하는데 첫눈이 올지도 모른다는 바로 그 시간이다. 이 그림책으로 발제를 정했을 때 그날에 눈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눈이 온다면 무척 기쁠 것 같다. 설사 안 온다고 해도 첫눈 온다고 예보된 날인 것만도 좋다. 온 것보다 온다는 것이 더 설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