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잎 엉덩이에 방석을 대어 주려고

그림자 방석 | 이안

by 착한별

인터넷에 <2026년 벚꽃 개화시기>라고 검색했더니 제주도 3월 25일, 청주 3월 31일이라고 나온다. 그리고 수도권은 4월 초다. 그래, 맞다. 늘 아이 생일 즈음이면 벚꽃이 피어있었다. 올해 열한 살이 된 아이. 그 아이를 낳으러 가던 새벽에 배는 아픈데 차창밖에 양쪽으로 핀 벚꽃이 너무 예뻤다. 그래서 내게 4월은 #벚꽃 #아이생일,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 이다. 벚꽃이 흩날리면 그걸 잡겠다고 뛰어다니던 꼬마가 벌써 열 한살이라니.




벚꽃이 피려면 1~2주 더 기다려야 하는데 올해는 동시로 먼저 만났다. 이안 시인의 동시집 『오리돌멩이오리』 를 읽다가 《그림자 방석》이란 시가 마음에 들어왔다. 호르르르 벚꽃잎이 떨어진다는 문장에 꽃 잎을 잡겠다고 뛰어다니며 까르르르 웃던 아이가 떠올랐다. 그러자 벚꽃 관련된 추억들이 르르르 딸려 나왔다.

호르르르 벚꽃잎이 떨어지면 벚꽃잎 엉덩이에 방석을 대어 주려고 벚꽃잎 그림자가 조르르르 달려간다니! 같은 것을 보아도 이런 동시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일상을 살고 있는 걸까? 투명인간이 돼서 며칠 동안 따라다녀 보고 싶다. 그의 머릿속에 CCTV를 설치해서 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싶다.

벚꽃이 한창이다가 비가 오면, 늘 엉덩이에 방석을 대어 주던 벚꽃잎 그림자가 없어서 벚꽃잎은 땅에 붙어서 떨어지지도 않는 걸까? 그냥 땅바닥에 붙어있나 보다 했는데 그림자 방석 없이 맨바닥에 떨어져서 우는 거였네. 자신을 귀하게 대해주던 벚꽃 그림자를 그리워하는 거였네.

이 동시 덕분에, 올해는 벚꽃잎 엉덩이에 방석 대어 주는 그림자 찾기도 할 수 있겠다.


ON 문장: 벚꽃잎 엉덩이에 방석을 대어 주려고
OWN 문장: 올해는 벚꽃잎 엉덩이 방석도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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