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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한별 Oct 25. 2024

누가 나를 ‘아, 예뻐라’의 눈으로 본 적이 있었나?

사랑 듬뿍 받은 티 나는 아이

 


어디서 이렇게 예쁜 아이가 온 거야?

우추최강먹돌이 별

엄마 아빠의 아들로 와줘서 고마워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아이와 이런 대화를 나눈다. 


결혼 전에 나는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열 달을 내 뱃속에 있다가 나온 아이에게서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너무 신기해서, 너무 예뻐서 보고 보고 또 보았다. 내가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바라보는 걸 안다는 듯이 나를 보는 아이의 눈빛이 좋아서 설렜다. 아이가 행복해하면 나도 덩달아 행복했다. 매일 아이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가 말을 하지 않으면 아이는 손으로 내 입을 두드렸다. 그러면 나는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모두 이야기해 주었다.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말과 글로 제대로 표현하는 아이로 키우는 게 내 육아관이었다. 우리만의 아이디어로 집 안팎에서 많은 놀이를 하면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온종일 책을 읽어달라고 들고 와도 같은 책을 열 번 들고 와도 다 읽어주었다. 인하우스 통역사 시절보다 더 많이 말을 해서 목이 아파도 책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빛이, 내 목소리를 듣고 좋아하는 아이가 사랑스러워서 계속 읽어줄 수 있었다.


사랑 듬뿍 받은 티가 나는 아이는 다른 사람들도 사랑을 준다고 들었다. 그래서 사랑 듬뿍 받은 티가 나는 아이로 키우려고 노력했다. 내가 듣지 못한 말들도, 내가 잘하지 못했던 말들도 아이에게는 해주었다. 네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해주었다. 내가 매일 하는 말들을 먹고 사랑 듬뿍 받은 티가 나는 아이로 자라길 바랐다.


아기가 달처럼 웃네.


아기일 때부터 밖에 데리고 나가면 사람들이 관심 가져주고 예뻐하는 게 느껴졌다. 늘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던 아이에게서는 사랑받은 티가 났다.


일 년 동안 반짝반짝 빛나는 지한이와 함께여서 저도 행복했어요.


초등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이 하이톡으로 보내주신 답장을 받고도 기뻤던 기억이 난다. 올해 초에 김종원 작가의 <나에게 들려주는 예쁜 말> 북트레일러에 들어갈 '예쁜 말' 공모전에서 우리 집 어린이가 "아, 예뻐라!"라는 말로 우수상에 선정되었다. 우수상에 선정된 것도 물론 좋았지만 아이가 어느새 커서 엄마에게도 " 아, 예뻐라!"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게 기뻤다.




사람들이 내 아이를 예뻐해 주는 모습을 볼 때마다 '누가 나를 아, 예뻐라의 눈으로 본 적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우리 엄마 아빠도 첫 딸인 나를 낳았을 때 그런 눈으로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는 건 내가 말을 하고 세상을 인지하기 시작했을 때부터는 그런 눈빛과 목소리를 들은 적이 별로 없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없었던 게 아니라 사랑 표현이 서툴렀던 부모였을 것이다. 그럼 나는 언제 '사랑받은 티'가 났을까? 돌이켜보니 그나마 연애시절이었다. 분명한 것은 누구든 자꾸 예쁘다고 말해주고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봐주면 '사랑받은 티'가 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흔 보다는 오십에 더 가까워지고 있는 이 나이에 날 좀 예뻐해 달라고 해야 할까? 누구에게? 남편에게? 아니면 이제 와서 부모님에게?


"아, 언제 이렇게 늙었지? 기미도, 주름도, 흰머리도 늘었네."

"엄마, 그래도 내 눈에는 예쁜데"


<난 내가 좋아!> , 낸시 칼슨 글. 그림

다정한 아드님은 늘 나에게 예쁜 말을 해준다. 그럴 때마다 내가 준 예쁜 말을 조금씩 돌려받는 기분이다.  나는 안다. 이제 누가 나에게 아무리 예쁘다고 말해줘도 사랑받은 티가 갑자기 막 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다른 사람이 물 주는 것으로 자라고 다른 사람의 사랑으로 빛날 시기는 지났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나는 다른 사람의 '아, 예뻐라' 보다 더 강력한 게 뭔지 알면서 계속 모른 척하고 있었다. 나 스스로를 '아, 예뻐라'의 눈으로 보는 것. 그게 나에게 정말 필요하다는 것 말이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존중하는데서 나오는 내면의 빛이 나를 사랑 듬뿍 받은 티 나는 사람으로 빛나게 해 줄 것이다.  그래서 어색해도 매일 한 번씩 스스로에게 말해보고 있다. '아, 예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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