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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한별 Oct 25. 2024

나를 ‘내 아이'라고 생각한다면 절대 그럴 수 없지

-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 법

나는, 나보다는 남에게 더 잘하는 사람이었다. 나를 사랑하는 일보다 남을 사랑하는 일이 더 쉬웠다. 누군가 나에게 먼저 관심을 보이고 마음을 주면 그게 반갑고 고마워서 아무런 의심 없이 내가 가진 마음이 열 개라면 아홉 개를 내주었다. 기준에서 그 사람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나를  알아본' 사람이었다. 나를 알아본 사람은 곧 내게 소중한 사람이 되었다. 그들이 주는 작은 관심에도 나는 크게 반응했다. 한마디로 가스라이팅 당하기 딱 좋은 스타일이었다.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이 아주 많이 필요한 사람이었던 나는 내 구멍 난 가슴에 무엇을 던지든 그대로 받았다. 그 사람들이 내 마음을 채워줄 수 있다고 믿었다. 다른 사람들이 '저 사람은 이상해, 아니야'라고 말해도 내가 그 사람이 아니라고 느끼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누군가는 바로 알아보기도 하는 그것을 나는 몇 년씩 걸려서 알아챘다. 내 마음에 들어온 사람을 밖으로 내보낼 줄 몰랐다. 그 사람이 내 온몸에 생채기를 내고 나를 아프고 아프게 해서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어야 그제야 밖으로 내보냈다. 이런 일들이 여러 번 반복되자 '나는 왜 그럴까?'라는 자책의 시간을 한동안 보내기도 했다. 그러다가 얻은 깨달음이 있었다. 나보다 남을 더 생각하는 나라면 차라리 나를 '내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라고 생각하자였다. 그러면 나를 좀 더 아끼고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다가 엄마가 되었다. 주 양육자인 엄마를 닮을 수밖에 없는 내 아이도 당연히 남을 더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아이로 자랐다. 하지만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 걸 넘어서 나쁘게 이용하기도 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었다. 나와 아이에게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일을 겪으며 나는 예전과 다르게 빠른 판단을 했다. 남편의 조언이 내 행동을 가속화시키도 했다. 아이도 함께 겪은 상황이기에 나는 제대로 된 본보기를 보여주어야 했다. 상대방의 배려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걸 넘어서 존중하지 않는 태도와 행동을 보인 사람은 가까이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했다. 이성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던 그 일을 겪으면서 나는 단단히 깨달았다. 내 아이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절대로 그냥 당하게만 두지 않는 그 마음을 나에게도 적용해야겠다고 말이다. 내 소중한 아이처럼 나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고 돌본다면 나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이제 확실히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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