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는 길
지금은 주로 인스타그램에 일상을 기록하지만 10년 전쯤에는 카카오스토리에 내 생각과 감정을 주로 적었다. 가끔씩 지난 글들을 꺼내 읽어본다. 그때의 나는 그런 생각을 했었구나, 알 수 있어서 참 좋다. 오늘은 나를 '맹물'이라고 표현한 글을 보면서 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다른 색과 쉽게 섞이는 맹물
나는 옆에 있는 사람의 영향을 잘 받고 금방 닮는 편이다. 학교 다닐 때도 짝의 말투와 글씨체를 어느새 따라 하고 있는 나였다. 요즘도 영화, 드라마를, 책을 보면 한동안 그 주인공의 마음으로 살게 된다. 그래서 자주 좋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을 읽는 이유가 그 저자와 같은 자세로 삶을 대하게 되기 때문이다. 수학, 과학과 친하지 않았는데 기술통역을 십 년 넘게 하다 보니 연구원처럼 말한다는 소리도 들어봤다. 그림책 세계에 들어오자마자 금방 그림책 전도사가 된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나를 숨길 줄 모르는, 자주 흔들리는 맹물
맹물처럼 투명하게 다 보여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감정인지 잘 들키는 편이다. 그리고 누군가, 무언가 나를 휘저으며 한동안 흔들린 후에야 잔잔해진다. 태어나길 맹물로 태어났는데 갑자기 나를 빨간색이나 검은색 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맹물인 나의 강점을 살리면서 나를 나쁘게 흔드는 것들로부터 나를 지키면 된다.
맹물이 반짝일 수 있는 곳으로
아무리 내가 내 아이를 걱정한들 내 아이가 보는 것, 만나는 사람, 하는 일을 내가 일일이 따라다니면서 참견할 수도 도와줄 수도 없다. 하지만 나는, 내가 데리고 살고 있는 나는, 내가 맹물인 걸 이제 정확히 파악한 나는, 나를 좀 더 좋은 곳에 있도록 할 수 있다.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책 <도망치고, 찾고>에서처럼 누군가에게 못된 짓을 당한다면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나를 지켜줄 사람과 나를 알아줄 사람을 찾아서 가면 된다.
이제는 내가 스트레스받는 환경을 되도록 만들지 않을 수 있다. 나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사람과 장소에 나를 두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어느 곳에 있을 때 더 반짝이고 빛나는지 알기에 그곳을 찾아가 머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