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게 뭐지?”
찾았다는 기쁨도 잠시, 윤희는 고개를 갸웃 기울이고 흐르는 물속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자신이 찾은 그것의 정체를 눈으로 보아서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이게 뭘까?”
이제는 모르는 것이 생기면 당연하다는 듯 명주에게 물음을 던졌다.
명주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얼마나 도는지 보는 사람마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사정이 있다 이거지?”
윤희의 말에 명주가 앞으로 한 바퀴 굴렀다.
명주에게서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한 윤희는 다른 방법을 찾았다.
먼저 팔을 걷어붙이고 개울물에 손을 담갔다.
정체 모를 물체를 건지기 위함이었다.
강렬한 빛을 내뿜었던 물체는 작고 투명한 돌멩이에 지나지 않았으나 빛을 품은 작고 투명한 돌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몹시 반짝이고 아름다웠다.
조심히 손을 뻗어 반짝이는 돌을 잡으려는 순간, 기우뚱기우뚱 흔들리더니 윤희의 손을 피해 이동했다.
“도망쳤어!”
호기심으로 윤희의 두 눈이 반짝였다.
“움직일 수 있나 봐.”
고개를 번쩍 들고 말하던 윤희가 다시 물속으로 서둘러 손을 뻗었을 때, 명주가 다급히 좌우로 흔들렸다.
이를 보지 못한 윤희는 거침없이 투명하고 작은 돌을 두 손으로 떠올렸다.
“앗, 뜨거워!”
돌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물에 잠겨 차가우리란 예상과는 달리 이토록 뜨거울 줄이야.
윤희의 손에서 벗어난 돌은 개울 한구석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윤희의 손길을 거부하는 듯이.
시원한 물에 젖은 손바닥이 화끈거렸다.
명주가 눈앞에서 핑그르르 회전했다.
윤희에게 그만두라고 경고하는 것이다.
“알았어. 그만할게.”
화끈거리는 손바닥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대답했다.
어느새 개울 위를 날아다니던 잿빛 나비는 자취를 감추었다.
“다들 모여 계셨군요.”
명주가 길을 안내한 곳은 수련의 집이었다.
그곳에는 홍윤과 이담, 연월이 모여 있었다.
“마침 잘 됐어요. 궁금한 것이 있었거든요.”
그들은 주방의 식탁에 모여 앉아 차를 마시다 갑자기 방문한 윤희를 반겨주었다.
“어디 갔다 오는 길이야?”
수련이 작은 가방 속에 든 밤을 발견하고 물었다.
“숲에서 밤을 주웠어요. 밤 조림을 하려고요.”
“밤 조림?”
홍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관심을 표했다.
“네, 가을이 되면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간식이에요.”
“그래? 어떤 맛인지 궁금한 걸.”
이담은 퍽 즐거운 듯 말했다.
“어머니의 맛을 낼 순 없겠지만 성공하면 맛 보여드릴게요.”
“기대하고 있을게.”
연월도 제법 흥미를 드러냈다.
“음식이라면 내가 빠질 수 없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 바로 달려갈게.”
수련이 윤희의 찻잔을 내오며 부드럽게 어깨를 쓰다듬었다.
“그나저나 궁금한 게 있다고?”
이담이 화제를 돌렸다.
“네!”
윤희가 여전히 소녀처럼 대답했다.
그리고 자신의 모험담을, 우연히 만난 잿빛 나비의 이야기를, 그들에게 들려주었다.
“사라진 나비를 꽃밭에서 다시 만났지 뭐예요?”
이야기가 막바지에 이르자 윤희는 미지근하게 식은 차로 목을 축였다.
“그런데 꽃밭에서 제가 무얼 발견했는지 아세요?”
윤희가 과장된 몸짓으로 넷을 둘러보았다.
“글쎄, 무얼 발견했을까?”
먼저 홍윤이 궁금하다는 듯 턱을 괴고 있던 손으로 볼을 톡톡 두드렸다.
“음-, 꽃밭이라. 거기서 뭘 발견했을까?”
수련은 팔짱을 낀 채로 두 눈을 깊이 감고 생각했다.
이담과 연월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세상에, 나비가 개울 위로 날아갔더니, 갑자기 물속에서 빛이 막 뿜어져 나오는 거 있죠?”
윤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팔을 위로 뻗어 휘두르며 더욱 과장된 몸짓으로 빛을 표현했다.
“어머나, 세상에.”
“빛이 뿜어져 나왔다고?”
홍윤과 수련의 얼굴에는 호기심이 어렸고, 이담과 연월의 얼굴에는 조금 놀란 기색이 떠올랐다.
이야기하는 내내 몰래 그들의 반응을 살피던 윤희는 이 순간 이담과 연월은 그것의 정체를 안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개울 속을 들여다봤더니, 그 물속에 뭐가 있었냐면…….”
윤희가 잠시 말을 멈추고 다시 차를 마셨다.
“윤희가 이야기꾼에 재능이 있나 봐요.”
수련이 윤희의 모험담에 푹 빠져 칭찬했다.
이에 홍윤도 동의했다.
“투명하고 작은 돌이었어요.”
“돌?”
이어지는 윤희의 말에 두 여인이 동시에 되물었다.
“네, 그런데 이 돌은 작은 빛을 품고 있었어요.”
“빛?”
이번에도 두 여인이 동시에 되물었다.
“신기하죠? 서천에는 참 신기한 것이 많아요.”
윤희가 이담과 연월을 안색을 살폈다.
이담은 미소 지을 뿐이고 연월은 언제나와 같이 표정이 사라졌다.
“더 신기한 건 그 돌이 막 움직였어요.”
“움직이는 돌이라니, 이곳에 그런 것도 있었나요?”
수련이 이담을 향해 물었다.
“음…, 글쎄.”
이담의 대답이 석연치 않았다.
“그리고 이것 좀 보세요.”
윤희가 두 손바닥을 활짝 펼쳐 보였다.
아직 붉게 열이 올라 화끈거리는 손바닥이었다.
“그 돌을 만졌더니 이렇게 됐어요.”
“세상에, 이야기를 먼저 할 게 아니라 상처부터 치료했어야지.”
홍윤이 나긋하게 나무라는 사이 연월이 윤희의 손을 빤히 바라보며 혼잣말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이담도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윤희의 손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짧은 정적이 흐르고 이담이 먼저 입을 열었다.
“뭐가 됐든 치료가 먼저지.”
이담의 말에 연월이 양해를 구하고 윤희의 손을 잡았다.
서늘한 연월이 손이 닿자 따끔거리는 통증과 화끈거리던 열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윤희가 자신의 손을 앞뒤로 뒤집어 보았다.
“정말 말끔해졌어요.”
“연월의 주특기지.”
이담이 웃으며 연월의 어깨를 두드렸다.
“자, 그럼 우선 그 돌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어볼까?”
윤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야기를 이었다.
“그런데 사실, 그 돌이 차가운 물속에 있었는데 이렇게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거웠다는 것 말고는 더 이야기할 것이 없어요. 명주에게 물어도 대답을 어물쩍 넘기더라고요.”
홍윤과 수련의 눈이 이담과 연월에게로 향했다.
윤희도 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니까, 그게 말이지.”
이담이 드물게 말을 망설였다.
“그전에 윤희, 너 여기에 와서 또 다친 적 있어?”
연월이 웬일로 나서서 윤희에게 질문했다.
“글쎄요. 음-.”
윤희가 눈을 꼭 감고 기억을 더듬었다.
“언제였더라, 그러고 보니 그때도 어렴풋하지만 나비를 봤어요! 그땐 허깨비 같은 건 줄 알았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오늘 본 그 잿빛 나비였어요.”
“그때는 어디를 다쳤지?”
이번엔 이담이 물었다.
“다쳤다기 보단 배앓이를 했어요.”
어느새 이담은 윤희의 말을 받아 적고 있었다.
“하룻밤 앓고 끝나긴 했지만 오랜만에 배앓이를 해서인지 기력이 다 빠졌지 뭐예요. 그런데 제 말이 기록까지 할 만한 것들인가요?”
“새로운 일이 생기면 기록해 두는 편이거든. 훗날을 위해서라도.”
이담이 열심히 끄적이며 대답했다.
“새로운 일이요?”
“서천에 온 인간이 어떻게 된다고 했는지 혹시 기억나니?”
기록하느라 바쁜 이담 대신 연월이 물었다.
“생령이 된다고 했죠.“
“맞아. 서천에는 산 사람이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생령 상태로 건너오게 되어 있어. 사바로 치면 죽은 사람과 다름없지. 그러니 서천에 머무는 사람들의 몸은 안타깝게도 이곳에 실제 하지 않아.”
낮고 느린 연월의 목소리가 주방을 울렸다.
윤희는 저도 모르게 홍윤과 수련을 바라보았다.
그녀들의 미소가 어딘지 쓸쓸해 보였다.
“그럼 저는 왜 다친 거죠? 통증도 있었는걸요. 환각 같은 건가요?”
윤희의 애처로운 물음에 이담도, 연월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또 저만 다른 건가요?”
윤희의 눈에 두려움이 비쳤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
이담이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나도 잘은 모르지만, 그렇지, ……꽃! 네 꽃이 보통 사람과는 달랐으니 그것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지. 같이 연구해 보자. 분명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거야.”
이담의 표정이 밝아졌다.
“내 생각엔 윤희의 어머니에 대해 먼저 찾아봐야 할 것 같은데.”
연월이 조용히 말을 얹었다.
“제 어머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