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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헌 Aug 11. 2024

고통의 연결고리 그리고 명상

  명상을 하기로 결심했을 때 그리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마음의 평정을 만드는 또 하나의 기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가벼운 기대만 했다. 그런데 내가 찾아 헤매던 답이 이곳에 있었다. 이미 2500년 전에 고타마 싯다르타가 인간을 고통으로부터 해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그 방법을 전파하는 데 여생을 보냈던 것이다.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명상은 종교가 아니며, 고타마 싯다르타는 종교를 만드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다.)


  불행히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그 탁월한 수행법은 조금씩 변질되어갔고 껍데기만 남아 결국 인도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그 명상법이 전파된 이웃나라 미얀마에서는 순수한 방법 그대로를 간직해 왔고, 다시금 붓다의 해탈 방식 그대로 전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내가 명상 센터를 갈 수 있었고, 붓다가 해탈한 수행법을 배울 수 있었다.


  찾아 헤매던 정답이 명상에 있었네


  그 명상법은 위빳사나 명상이다. 위빳사나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뜻으로, 자기 관찰을 통해 몸의 감각을 알아차리는 수련방법이다. 당시 인도에는 수많은 명상과 수행법들이 있었는데, 고타마 싯다르타의 발견의 독특한 점은 바로 감각과 반응의 관계를 알아낸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의식 - 지각 - 감각 - 반응’으로 이루어져 있다. 의식은 인식 행위, 즉 받아들이는 부분이다. 지각은 인지행위로 좋다, 나쁘다의 평가를 내린다. 그 다음은 감각으로 들어온 정보에 가치가 부여되면 유쾌하거나 불쾌함을 느끼게 된다. 그 감각이 유쾌하면 우리는 갈망을 하게 되며, 감각이 불쾌하면 우리는 혐오를 하게 된다. 이것이 반응이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순식간에 일어난다.


  즉, 우리의 마음은 세상에 반응하고, 갈망과 혐오를 불러일으킨다. 그것이 우리의 마음 습관이며 세상을 대하는 기본 원리이다. 그리고 그것이 고통의 원인이다.


  감각에 반응함으로써 고통이 만들어진다. 이는 대단히 중요한 발견인데, 감각에 반응하지 않으면 고통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나와 세상 사이에는 몸의 감각이 있다. 우리는 외부 세계의 사건이 아니라 언제나 내 안에 있는 감각에 반응한다. 따라서 감각과 반응이 우리 마음의 비밀인 것이다.



  우리 뇌에는 고통의 연결고리가 있다


  그렇다면 왜 고통을 불러일으키는 마음의 습관은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생기게 되었을까?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인간은 약 300만년에 걸쳐 감정의 생물이 되었다. 진화의 과정에서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것은 쾌감의 감정으로, 불리한 것은 불쾌감의 감정으로 발달했다. 그래서 우리의 모든 반응은 쾌감과 불쾌감을 평가의 기준으로 나누며, 쾌감은 갈망을, 불쾌감을 혐오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고통을 만들어내는 우리의 마음 습관이다. 


  그리고 마음은 몸의 감각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래서 우리가 어떤 자극에 반응을 하면 감각기관에 의해서 뇌의 신경망이 활성화 된다. 대뇌변연계는 시상하부에게 명령을 내리고, 시상하부는 화학반응과 신경반응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자동적으로 그것과 관련된 반응을 한다. 불쾌에 반응을 하면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이 분비되며, 교감신경이 켜진다. 이에 따라 혐오가 생긴다. 유쾌에 반응을 하면 도파민과 엔도르핀이 분비되며, 더 많은 만족을 원하는 갈망이 생긴다. 그리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스트레스 반응이 또다시 일어난다. 이는 외부에 일어난 일에 대한 반응 뿐 아니라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걱정이나 생각을 떠올릴 때도 마찬가지다.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것은 실제 상황과 동일한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우리는 스스로 고통을 계속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반응하지 않으면 고통은 사라진다


  따라서 위빳사나는 온 몸의 모든 감각을 알아차리고 지켜볼 뿐, 그 어떤 감각에도 반응하지 않음으로써 마음의 습관을 바꾸는 연습을 한다. 감각에 반응하면서 모든 마음의 문제를 일으켰다면, 그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다. 


  뇌 과학적으로 말하면, 대뇌변연계와 시상하부가 유쾌 불쾌를 알아차리면 다음 반응을 시작해야 하는데, 바로 이 지점을 끊어내어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마음을 만드는 것이다. 더 이상 반응하지 않기로 결심을 하면, 뇌하수체에 호르몬 분비를 지시하지 않고,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을 깨우지 않는다. 그러면 스트레스 호르몬은 분비되지 않고, 교감 신경이 스트레스 반응을 시작하지도 않는다.


  그럼으로써 마음의 평안과 순수한 마음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순수한 마음 상태에서는 세로토닌과 옥시토신을 분비한다. 이것의 중요한 의미는 스스로 호르몬 선택권을 가진다는 것이다. 마음의 괴롭히는 호르몬 대신 평화와 평안의 호르몬을 선택함으로써 마음 속 고통을 지워내고 행복의 상태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다면 무엇이 문제겠는가? 호르몬을 선택할 수 있다면 다른 인생을 선택할 수 있는 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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