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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헌 Aug 14. 2024

명상이 어떻게 고통의 기억을 치유할까?

명상은 삶의 해결책을 찾는 능동적인 행위다.

  단순히 몸의 감각에 반응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하는 게 어떻게 마음을 치유하고 평안한 마음 상태를 만들 수 있는 것일까? 왜 그토록 나를 괴롭히는 생각들에 더 이상 화학 작용을 일으키지 않게 되는 것일까?


  우선 우리의 뇌는 생존이 가장 중요한 임무임을 기억해야 한다. 생존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므로 모든 작동은 이에 맞춰져 있다. 그래서 우리 뇌는 수시로 위험요소를 점검하느라 끊임없이 기억을 분류한다. 생존을 위해 중요한 기억을 계속 소환하고 잊지 않으려 보관한다. 그래서 어떤 기억이 떠오르면 우리는 투쟁(혹은 도피) 준비를 한다. 이 기억은 생존에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에게 욕을 했던 사람이 있다면 그 기억은 싸워야 할 투쟁의 대상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계속 그 생각이 떠오르며 전투 준비를 한다. 그러면 내 가슴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온 몸은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무장을 한다. 이것이 계속 반복되면 장기기억으로 만들어지는데, 강한 충격의 기억은 트라우마나 콤플렉스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비슷한 상황이 또다시 발생하면 우리는 그때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며 과거의 경험과 비교 한다. 그리고 경험은 감정을 동반한 느낌으로 기억하기 때문에 당시의 감정적 스트레스 상황을 다시 불러일으킨다. 이것이 우리가 평소에 세상에 대처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계속 스트레스 반응을 하던 기억에 더 이상 반응을 하지 않으면 뇌는 이 기억을 다시 분류한다. 즉, 생존에 중요하지 않은 기억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더 이상 자극되지 않는 신경세포는 연결이 끊어진다. 과거의 나쁜 기억을 더 이상 떠올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불필요한 기억은 투쟁 명단에서 제외시키고 더 이상 전투 준비를 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같은 기억이 떠올라도 마음은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반응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감각을 그저 지켜보며 감각에 반응하지 않는 연습을 하게 되면, 감각을 통해 세상에 반응해왔던 뇌의 습관을 바꿔버리는 것이다. 즉, 뇌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감정 뇌의 습관이 바뀌는 것이다.

  

  콤플렉스나 트라우마의 과거 기억도 재소환해서 치유한다


  객관적 탐구를 통해 감각에 반응하지 않는 습관을 형성하면, 뇌가 세상에 반응하는 방식을 바꾸게 된다. 그러면 뇌는 자신을 객관적 대상으로 인식하고, 몸의 느낌에 반응하지 않게 되고, 투쟁 기억이 떠올라도 더 이상 반응하지 않게 된다. 또한 세상의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게 되어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대상에 대한 갈망이나 혐오가 사라지고 순수함만 남게 된다. 마음의 평정은 순수함인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투쟁 기억이 사라지면 과거의 투쟁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의 위험이 제거되었으므로 당장 급하진 않았지만 저장해 두었던 생존 기억을 다시 소환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된 것이다. 그래서 명상을 꾸준히 하면 과거의 기억, 즉, 콤플렉스나 트라우마 같은 마음 속 깊은 강력한 기억까지 차례대로 소환하여 치유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에겐 생존을 위한 마음의 전투태세가 항상 문제였다. 감각은 사람이 세상을 판단하는 방식이다. 미각, 후각, 촉각, 시각, 청각, 통증에 우리는 당연히 항상 반응해 왔다. 특히 통증에는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뇌는 생각한다. 하지만 객관적 대상이 된다면 통증에도 반응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저 관찰하면 고통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위대한 능력 중 하나이며, 더 이상 스스로를 학대하지 않는 방식이다. 여러 번 반복하지만 내 마음 속에 지옥을 만들고 자신의 괴롭히는 것은 외부 세상이 아니다. 나의 마음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다.

     

 평점심을 만들면 인간은 해결책을 찾는다


  마음이 불안한 상황은 감정 좌뇌가 활성화 된 상태이다. 이때는 경계를 하거나 싸움을 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 호르몬과 교감 신경이 작동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당연히 사고 뇌는 온전히 활동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감정 뇌의 불안을 잠재우면 본격적으로 전두엽을 활성화 할 수 있다. 전두엽은 대뇌신피질 중 이마 부분에 위치한 곳으로 우리가 새로운 것을 학습하고 미래를 그릴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다.


 그래서 마음의 평정을 만든다는 것은 본격적으로 전두엽이 활동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전두엽은 내 앞에 닥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의 의미는 마음의 평정을 만드는 명상은 인생을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긍정의 행위라는 뜻이다. 그래서 명상은 혼자만의 도피가 아니고, 감정이 없는 식물  인간 상태가 되는 것도 아니다.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되면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력을 발휘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비로소 주변이 보이고 주변 사람들을 돌볼 수 있는 사랑과 자비가 싹튼다.


  비행기 안전 지침 중에 위급 상황 시 산소마스크가 내려오면 먼저 본인이 착용하고, 그 다음 동반자를 도와주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가 위급 상황일 때는 그 누구도 도울 수 없다.


  마음의 평정 상태가 되면 인간은 누구나 해결책을 찾는다. 우리의 인생은 선택의 순간이 계속 다가오고, 문제의 순간이 계속 찾아온다. 그러한 판단들이 쌓여 우리 인생의 길을 만들어 간다. 그래서 올바른 판단과 선택은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선택은 감정적인 결정이 아니라 평정심의 상태에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든 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물론 이 선택이 언제나 성공을 의미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으로 이끌 수는 있다. 그리고 실패할지라도 자책하지 않게 해준다. 그래서 명상은 인생의 올바른 길을 끊임없이 만들고 계속 걸어가도록 만들어준다. 분명 명상은 능동적인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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