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작동한다.
감정을 본격적으로 파헤치기 위해서는 감정이 만들어지는 곳, 뇌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평소 생각해 보지 않은 뇌에 대해서 이야기하자고 하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모든 생각과 감정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곳에 대해서 우리는 그동안 너무 모르고 살았다. 최소한 자신의 작동원리는 알고 있어야 자신을 원하는 곳으로 움직일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몰라도 살아갈 수는 있지만, 우리는 지금 대충 사는 삶이 아니라, 원하는 삶을 만들기 위해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그렇다면 진짜 나를 만나기 위해 반드시 뇌를 알아야 한다. 뇌는 나라는 생명을 나답게 만드는 곳이며, 내 모든 것의 사령탑이다. 뇌를 알아야만 진짜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천천히 뇌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우선 뇌에는 뉴런이라는 신경세포가 있다. 쉽게 말해 ‘생각하는 세포’라고 이해하면 된다. 우리가 뇌세포라고 얘기할 때는 보통 뉴런을 말하는 것이다. 뇌에는 뉴런이 1,000억 개나 존재한다. 그리고 각각의 뉴런에는 100~10만개(평균 약 1만개)의 시냅스가 뻗어있는데, 시냅스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게 된다. 1,000억 개의 뉴런에 평균 1만개의 시냅스가 있으니, 뇌에 있는 시냅스는 대략 1,000조 개나 되는 것이다. 이들이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복잡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 뇌의 활동이다.
우리는 뉴런의 연결방식을 바꾸어가면서 의식을 하고, 지식을 가지고, 감정을 느끼고, 생리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소위 학습이라는 것도 뉴런의 연결방식이 바뀌어 네트워크가 변화하는 것이고, 네트워크의 변화가 지속되면 그것은 기억이 된다. 결국 우리의 모든 것은 내가 뉴런을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또한 뇌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좌뇌와 우뇌의 양쪽 반구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어떤 순간이든 양측 반구는 신경체계의 입력과 출력에 모두 기여한다. 하지만 각 부위별로 다른 역할들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의 상식으로는 좌뇌가 이성적 뇌이고 우뇌가 감정적 뇌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두 반구는 서로 동일하게 생겼고, 두 반구 모두 감정의 뇌와 이성의 뇌를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감정형 좌뇌, 감정형 우뇌, 사고형 좌뇌, 사고형 우뇌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가장 잘 정리한 학자는 뇌과학자인 질 볼트 테일러인데, 그녀는 자신의 저서 ‘Whole Brain Living(뇌를 알고싶을 때 뇌과학을 공부합니다)’에서 이를 4가지 캐릭터로 구분했다. 감정형 뇌를 캐릭터 2와 캐릭터 3으로, 사고형 뇌를 캐릭터 1과 캐릭터 4로 구분했다. (앞으로 우리는 이 분류를 참조할 것이다.)
이처럼 뇌에는 명확히 감정형 뇌와 사고형 뇌가 존재한다. 그런데 왜 감정이 이성을 압도하는 것일까? 이를 위해서는 뇌의 진화 역사를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대 뇌과학에 따르면 태고의 생명부터 우리의 뇌가 되기까지는 38억년이라는 긴 진화의 길을 걸어왔다. 먼저 생명유지에 필요한 연수, 뇌교, 중뇌를 포함한 뇌간과 소뇌가 생겨났다. 이를 파충류의 뇌라고 부른다. 그 위에 시상과 시상하부가 있는 간뇌, 편도체, 해마체가 있는 대뇌변연계가 생기면서 욕구와 감정이 생겨났다. 이를 포유류의 뇌라고 한다. (간뇌의 경우 파충류의 뇌로 분류하기도 하고, 포유류의 뇌로 분류하기도 한다. 하지만 편의상 이렇게 나눌 뿐, 사실 사람과 포유류 및 파충류의 뇌는 레이아웃은 거의 같다. 단, 크기가 달라서 대뇌신피질이 거의 없는 파충류의 경우는 일반적인 기억력은 없고, 감정을 느끼는 대뇌변연계는 거의 발달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뇌라고 부르는 대뇌신피질이 그 위를 둘러싸며 가장 마지막에 생겨났다. 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후두엽이 그것이다. 대뇌신피질이 인간의 지능을 급속히 끌어올린 곳이며 동물과의 근본적 차이를 만들어낸 곳이다.
그리고 이 모든 뇌, 그러니까 파충류의 뇌와 포유류의 뇌와 새로운 뇌는 지금 우리의 뇌를 구성하고 있다. 즉, 우리의 뇌는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기존의 뇌 위에 계속 새로운 뇌를 덧붙여가며 진화해 왔다. 그래서 우리 뇌의 깊숙한 곳에는 먼저 생겨난 파충류의 뇌와 포유류의 뇌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뇌는 외부 세계에서 정보가 들어오면 먼저 포유류의 뇌인 감정의 뇌를 거친 후 이성의 뇌로 판단을 한다. 이성의 뇌가 먼저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뇌가 먼저 판단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왜 그럴까? 이성의 뇌를 먼저 거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에게 이성의 뇌보다 감정의 뇌가 먼저 생긴 이유가 있다. 감정이 우리를 지배하게 된 이유는 감정이 동물의 진화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정적 반응이 없다면 살아남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맹수가 나타났을 때나 다른 부족이 쳐들어왔을 때는 즉각적인 빠른 반응을 해야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공포나 분노 같은 감정은 위험을 느껴 도망가거나 맞서 싸움으로써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었다. 생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까? 그러니 생존에 필요한 뇌구조가 먼저 발달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래서 ‘호모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당신의 감정은 저마다 험난한 환경에서 무사히 생존하고 번식한 수백만 조상의 목소리다.”라고 말한 것이다.
동물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감정은 쾌감, 불리한 것은 불쾌감으로 발달시켜왔다. 그래서 30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진화한 이후, 인간은 300만년에 걸쳐 감정의 생물이 되었다. 감정은 인간의 삶에도 가장 근원에 자리 잡은 기본 매커니즘인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의 뇌 회로 역시 논리적인 사고과정을 거치지 않고, 빠르고 즉각적인 감정적 반응을 먼저 하는 것이다.
뇌 과학자인 질 볼트 테일러는 이런 이유 때문에 “감정을 건너뛰거나 무시하려 할 경우 가장 근본적인 차원에서 우리 정신 건강이 제 궤도에서 벗어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것이 우리 뇌가 작동하는 기본 원리이다. 생존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판단은 지금도 감정의 뇌에서 내리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모든 정보는 원시적 뇌가 먼저 반응한다. 이것이 인간에게 감정이 먼저 중요한 이유이며, 인간을 ‘생각하는 감정형 생명체’라고 정의하는 이유다. 나의 행동은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