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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헌 Jul 24. 2024

감정의 강아지들이 나를 지배하고 있다

나를 움직이는 감정 뇌의 정체


  이제 뇌의 차원에서 왜 감정이 발달했고, 이성을 이길 수밖에 없는지 이해했을 것이다. 초점을 더욱 좁혀서 본격적으로 감정 뇌에 대해서 더 깊이 들어가보자.


  새로운 뇌인 대뇌신피질 안쪽에는 욕구와 감정을 조절하는 대뇌변연계, 즉 포유류의 뇌가 존재한다. 여기에는 편도체와 해마체, 띠이랑이 위치해있다. 이들은 희노애락 등의 감정에 깊숙이 관여하는데, 예를들어 편도체가 파괴되면 공포를 느끼지 못한다.


  그 아래 간뇌에는 시상, 시상하부, 뇌하수체가 존재하는데, 뇌하수체는 우리 몸의 호르몬 사령탑이다. 인간의 몸에 호르몬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간뇌도 감정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이들을 우리는 감정뇌라고 부른다. 그리고 뇌는 좌우가 동일한 반구로 되어 있는만큼 감정뇌도 좌뇌와 우뇌가 있다. 


  좌뇌와 우뇌는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좌뇌는 주로 직렬, 세부적, 개별적, 분석적임에 비해, 우뇌는 병렬, 큰그림, 통합적, 은유적이다. 또한 감정형 좌뇌가 주로 공포, 조심스러운, 비판적, 좋고나쁨, 옳고그름, 도피, 투쟁 등의 특성이 있다면 감정형 우뇌는 겁 없는, 우호적인, 믿음, 감사하는, 공유, 평등, 다같이 등의 특성을 보인다.     


  뇌 속에 살고 있는 두 마리 강아지      

 

  이를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강아지에 비유해 보자. 혹시 학대를 당하고 구조된 강아지 영상을 본 일이 있는가? 그 강아지는 두려움에 온 몸을 바르르 떨며 사람을 무서워한다.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서는 조심조심 손을 뻗고 살살 쓰다듬어야 한다. 바로 잔뜩 움츠려들고 으르렁거리는 이 강아지가 감정형 좌뇌이다.


  그 강아지는 모든 것에 조심스럽다. 무엇이 자신을 해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항상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를 쫑긋 세우고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외부의 무언가를 인지하면 이것이 안전한지 위험한지 파악하느라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리고 안전한 것이 확실치 않으면 좀처럼 꼬리를 흔들거나 다가가지 않는다. 뭐든지 비판적이고,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우면 숨어버리거나 으르렁거린다. 그리고 위험을 감지하면 이빨을 드러내고 마구 짖어대거나 달려들기도 한다. 그 강아지는 그것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길이라고 믿는다. 한마디로 ‘감정적 비관론자’로 정의할 수 있다.



  반면, 감정형 우뇌는 정신없이 나대는 강아지다. 넓은 잔디밭을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친구 강아지와 뒹굴고 온 몸에 흙을 묻힌다. 주인에게 안기고 연신 핥아대다가도 다른 신기한 것이 보이면 빠르게 뛰쳐나간다.


  발랄하지만 그만큼 이것저것 들 쑤셔놓고 사고도 많이 친다. 하지만 어떤 강아지들하고도 잘 지내고, 어떤 사람이 다가와도 꼬리를 흔들고 배를 내어준다. 자신의 개껌이나 장난감도 다른 강아지와 같이 공유할 수 있다. 상대가 맹견이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두가 자기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아지들이 날뛰면 생각을 망친다    

 

  지금껏 우리가 살펴봤던 감정의 진짜 실체는 바로 이 두 강아지들이다. 우리를 게으르게 하고, 용기 있게 행동하지 못하고 하고, 브랜드에 소비하게 만든 주범, 바로 우리의 기분을 좌지우지한 장본인 들이다.


  해야하는 건 알지만 망설였던 것은 좌뇌 강아지가 떨고 있기 때문이었다. 명품을 사게 만드는 건 우뇌 강아지가 뛰쳐 나갔기 때문이다. 월드컵 경기를 보며 모두가 하나가 되는 것은 우뇌 강아지 때문이다. 학교 응원가를 부르며 가슴이 벅차 오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반면 스포츠 경기에 졌을 때 우리 팀을 비난하거나 상대 학교와의 대결에 투쟁심이 생긴다면 이는 좌뇌 강아지가 으르렁 거리기 때문이다.


  애인이 뭘 해도 사랑스러울 때는 우뇌 강아지가, 애인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좌뇌 강아지가 나서는 때이다. 친구들과 다함께 영원한 우정을 약속할 때는 우뇌 강아지가, 친구들의 험담을 할 때는 좌뇌 강아지가 짖는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도 이들은 다르게 생각한다. 집값 상승에 공포를 느끼고 집을 사면 좌뇌 강아지가, 집값은 무조건 오를 거라고 뿌듯해하며 집을 사면 우뇌 강아지가 움직인 것이다. 집값 상승에 좌절하고 포기하면 좌뇌 강아지가, 지금은 못사지만 언젠간 기회가 올거라고 생각을 하면 우뇌 강아지가 움직이는 것이다.


  얼핏 보면 우뇌 강아지가 좋고 좌뇌 강아지는 나쁜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둘 다 폭주했을 때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좌뇌 강아지는 매사를 부정적으로 볼 수 있고, 우뇌 강아지는 근거 없는 환상 속에 살 수 있다. 좌뇌 강아지는 두려움에 기회를 놓치고, 우뇌 강아지는 무조건 지르며 사기를 당하기 십상이다. 생각없이 일을 저질러서 가족들이나 팀원들을 고생시키는 사람들도 우뇌의 폭주가 문제다.


  이 두 강아지는 모두 나름의 중요한 역할이 있고, 그러므로 모두 사이좋게 지내고, 잘 보살펴야 한다. 둘 다 우리에게 필요한 존재들이며 동시에 이들을 잘 제어해야 한다. 이들은 시도때도 없이 움직인다. 그래서 자기들 멋대로 날뛰게 해서는 안 된다. 이들이 날뛰는 것은 자기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이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우리는 우리의 뇌세포 구조를 바꿈으로써 뇌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이 강아지들을 제어할 힘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사실 제어해야만 한다. 그동안 우리의 앞길을 수도 없이 막았고, 나의 생각을 방해했던 것이 바로 이 강아지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 좌뇌 강아지가 있었기에 우리는 험한 야생에서 생존해올 수 있었다. 우뇌 강아지가 있었기에 우리는 다른 사람과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었다. 앞서 살펴보았지만 감정이 사라졌을 때는 더 이상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없었다. 감정에 의한 가치판단과 의미부여가 우리에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강아지들을 어떻게 잘 제어하고 보살필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들이 나를 물어버릴 수도 있지만, 나의 가장 사랑스러운 동반자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있다. 스스로가 뇌를 어떻게 사용하고, 어떤 감정을 만드는지 말이다. 이들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이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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