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수선화를 보면
남효정
봄, 수선화를 보면
난 자꾸 네가 생각나
혼자서 처음 횡단보도를 건널 때
방망이질 쳤을 너의 심장 박동이
재킷에 넥타이 매고
초등학교 입학식에 간
앞니 빠진 귀여운 네가
아빠를 보고 손을 흔들던
그 환한 얼굴이
날이 저무는 놀이터에
맨 마지막까지 남아
작은 양동이에 물을 받아 붓고
다시 달려가 물을 떠 와서는
마침내 댐이 흐르게 하던
너의 작고 흙 묻은 손이
고단한 나를 향해
두 팔 벌려
맨발로 달려오던
싱그러운 너의
모래투성이 발이
방과 후 교실에서
몰래 빠져나와
햇볕 쏟아지는 운동장에서
마음껏 뜀박질할 때
너의 얼굴에 맺혔을
송골송골한 땀방울들이
그때 바람에 날리던
너의 가는 갈색 머리칼이
해마다 이맘때면
봄 수선화를 품에 안고
나는 자꾸만 아련하게
너를 만난다
#수선화 #봄꽃 #아이 #놀이와 교육 연구소
2025년에도 고요하게 성실하게 쓰고 꾸준히 성장하는 작가가 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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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07:00 발행 [이제 꽃을 보고 시를 씁니다 3]
일 07:00 발행 [오늘 나는 걷는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