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봄, 수선화를 보면

by 남효정

봄, 수선화를 보면



남효정


봄, 수선화를 보면

난 자꾸 네가 생각나


혼자서 처음 횡단보도를 건널 때

방망이질 쳤을 너의 심장 박동이


재킷에 넥타이 매고

초등학교 입학식에 간

앞니 빠진 귀여운 네가

아빠를 보고 손을 흔들던

그 환한 얼굴이


날이 저무는 놀이터에

맨 마지막까지 남아

작은 양동이에 물을 받아 붓고

다시 달려가 물을 떠 와서는

마침내 댐이 흐르게 하던

너의 작고 흙 묻은 손이


고단한 나를 향해

두 팔 벌려

맨발로 달려오던

싱그러운 너의

모래투성이 발이


방과 후 교실에서

몰래 빠져나와

햇볕 쏟아지는 운동장에서

마음껏 뜀박질할 때

너의 얼굴에 맺혔을

송골송골한 땀방울들이

그때 바람에 날리던

너의 가는 갈색 머리칼이


해마다 이맘때면

봄 수선화를 품에 안고

나는 자꾸만 아련하게

너를 만난다







#수선화 #봄꽃 #아이 #놀이와 교육 연구소





2025년에도 고요하게 성실하게 쓰고 꾸준히 성장하는 작가가 되렵니다.

출판 및 강연, 전문가 협업 제안은 댓글 및 제안하기 기능을 활용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화, 목 07:00 발행 [이제 꽃을 보고 시를 씁니다 3]

일 07:00 발행 [오늘 나는 걷는다 1]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