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68 댓글 16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위풍당당 나의 인생이야기

매발톱꽃

by 남효정 Mar 04. 2025
아래로

위풍당당 나의 인생이야기, 매발톱꽃


                                                                  남효정


봄눈이 호되게 내려

붉은 소나무 가지가

뚝 부러지던 날

창가 작은 화분에서

나는 태어났어


흙을 머리로 밀고

오래된 어둠을 걷어내며

한 참을 올라왔지


너무나 버거워 포기할까

아니지 아니야

한 번 더 어영차

바로 그때였지

어둠이 일순간 사라지고

세상은 온통 밝은 빛


그때부터 나는

날마다 햇빛을 듬뿍 먹고

낮잠을 충분히 잤어

내 안의 초록빛을 태양은

조금씩 밖으로 이끌어줬어


발아래는 빌딩숲

나는 창가의 수비수

얼른 커서 꽃을 피우고

나를 보는 이 맑은 눈동자를

든든하게 지켜내야지


앞을 막은 투명한 벽

때때로 답답하고 더웠어

초록 팔이 단단해질 때

날마다 목이 말라서

물을 꿀꺽꿀꺽 마시곤 했어


사실은 말이야

나의 집은 깊은 산골짜기

나는 찬이슬과 바람을 맞으며

신명 나게 피어나는 꽃


엄마가 사는 그 골짜기가

그리워져

눈 내린 날 작은 노루 발자국

산새소리와 맑은 물소리가

내 마음에 가득 해


나는 큰 나무 옆

깎아지른 절벽틈에

뿌리를 단단히 뻗으며

오늘도 햇볕을 듬뿍 맞고

낮잠을 자는 꿈을 꾼다


위풍당당 바위처럼

위풍당당 나의 인생

매 한 마리 창공을 날다가

내 얼굴에 눈 맞춘다


푸른 이끼 위로

햇살이 눈부신 날

보랏빛 성장을 차려입고

숲을 바라보니

반가운 소식을 물고 가지마다

봄이 돋는다


이제 음악이 가득 찰 시간

나의 초록과 그대의 초록으로

자, 이제 봄의 버튼을 누른다


하나 둘 셋!



#매발톱꽃 #봄꽃 #인생이야기





이전 20화 그 푸른 마음에 드리는 꽃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