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발톱꽃
위풍당당 나의 인생이야기, 매발톱꽃
남효정
봄눈이 호되게 내려
붉은 소나무 가지가
뚝 부러지던 날
창가 작은 화분에서
나는 태어났어
흙을 머리로 밀고
오래된 어둠을 걷어내며
한 참을 올라왔지
너무나 버거워 포기할까
아니지 아니야
한 번 더 어영차
바로 그때였지
어둠이 일순간 사라지고
세상은 온통 밝은 빛
그때부터 나는
날마다 햇빛을 듬뿍 먹고
낮잠을 충분히 잤어
내 안의 초록빛을 태양은
조금씩 밖으로 이끌어줬어
발아래는 빌딩숲
나는 창가의 수비수
얼른 커서 꽃을 피우고
나를 보는 이 맑은 눈동자를
든든하게 지켜내야지
앞을 막은 투명한 벽
때때로 답답하고 더웠어
초록 팔이 단단해질 때
날마다 목이 말라서
물을 꿀꺽꿀꺽 마시곤 했어
사실은 말이야
나의 집은 깊은 산골짜기
나는 찬이슬과 바람을 맞으며
신명 나게 피어나는 꽃
엄마가 사는 그 골짜기가
그리워져
눈 내린 날 작은 노루 발자국
산새소리와 맑은 물소리가
내 마음에 가득 해
나는 큰 나무 옆
깎아지른 절벽틈에
뿌리를 단단히 뻗으며
오늘도 햇볕을 듬뿍 맞고
낮잠을 자는 꿈을 꾼다
위풍당당 바위처럼
위풍당당 나의 인생
매 한 마리 창공을 날다가
내 얼굴에 눈 맞춘다
푸른 이끼 위로
햇살이 눈부신 날
보랏빛 성장을 차려입고
숲을 바라보니
반가운 소식을 물고 가지마다
봄이 돋는다
이제 음악이 가득 찰 시간
나의 초록과 그대의 초록으로
자, 이제 봄의 버튼을 누른다
하나 둘 셋!
#매발톱꽃 #봄꽃 #인생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