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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효정 Apr 24. 2024

꿀벌과 꽃사과나무

꽃사과나무 그늘에서

수줍은 얼굴의 꽃을 본다


발그레한 꽃봉오리

새하얗게 만개한 꽃이

바람에 일렁여

마음의 옷자락을 살짝

여민다


어디서 날아왔나

꿀벌 한 마리

발에는 온통 노랗게 꽃가루를

묻히고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붕붕 날은다


얼굴에 잔뜩 숯검댕이를 묻히고

퇴근하는 광부처럼

너는 노랗게 꽃가루를 묻힌 채로

어디로 쉬러 갈 것인가


왜 소중한 것들은 빨리

사라지는가


꽃사과나무 꽃그늘에서

꿀벌과 북극곰과 전업시인을

생각한다


나뭇잎에 빗방울 듣는 소리

애잔한 봄날에

나는 또 꿀벌 한 마리 걱정하며

사과나무 한그루 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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