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은 소년의 고백
튤립이 피어나는 어떤 집 앞을 지날 때
17살쯤 된 소녀가 발걸음을 멈춥니다
아, 튤립!
소녀는 쪼그리고 앉아 꽃을 봅니다
튤립 좋아해?
19살쯤 된 소년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
노랑 튤립!
소녀는 꽃을 보고
소년은 꽃인양 소녀를 바라봅니다
소녀가 일어나며 고개를 돌려
튤립을 한 번 더 바라봅니다
안녕? 또 보자!
소곤소곤 걷는 길에
소년과 소녀의 청초한 이야기가
하나둘 은방울 꽃처럼 피어납니다
다리 아프지?
여기 좀 앉아 있어 봐
아이스크림 사 올게
소년이 날쌔게 뛰어가고
소녀는 벤치에 살포시 앉아
소년을 기다리다가
풀밭에서 노니는
횡금빛 새끼 고양이
세 마리
소녀는 다가가
쓰다듬어 줍니다
저기, 소년이 옵니다
얼굴엔 송골송골 땀방울
싱글벙글 웃음꽃
온통
발그레합니다
자, 이거 너 주려고!
한 손엔 딸기 아이스크림
한 손엔 노랑 튤립 한송이
나란히 앉은 벤치 아래
수줍은 소년의 고백이
한송이 튤립으로 피어나는 봄
소녀가 한송이 피어나고
소년이 또 한송이 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