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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효정 May 20. 2024

빗소리를 들으며 몽돌해변에서

 어떤 사람에게는 일상적인 일인데 또 다른 한 사람에게는 매우 특별한 일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캠핑이 그러합니다. 오늘은 캠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볼까 합니다.


  캠핑을 즐겼던 작가는 누가 있을까요? '월든(Walden)'을 쓴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enry David Thoreau)입니다. 그는 자연에서의 단순한 삶을 좋아했고 그곳에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며 자기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유명합니다. 소로우가 평생 자연에 깃들어 살아간 줄 알고 있는 사람들도 '월든'을 읽어보면 매사추세츠 주의 월든 호수 근처 숲에서 2년 2개월 동안 홀로 살며 집중적으로 자아를 깊이 탐색하였다는 사실에 놀라곤 합니다. 저도 그랬답니다.


 소로우가 숲에 자신만의 작은 오두막을 짓고 캠핑과 유사한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하면서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과 자연 속에서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며 자아를 탐색해 나가는 과정은 저에게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여름에 거제도의 몽돌해변으로 캠핑을 가고 싶습니다. 파도가 동글동글한 해변의 돌들 사이를 들고 날 때마다 들리는 돌들아 서로 부딪히며 내는 소리는 무언지 모르지만 다정하고 귀여운 느낌입니다. 실제로 가보지는 않았지만 저는 종종 몽돌해변 파도소리를 검색하여 들어보곤 합니다. 만원 지하철에서 듣는 파도소리는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에서 숨쉬기 위한 몸부림일지도 모릅니다.


https://youtu.be/a9DS0uPVu5c?si=bDJd2sdGbYr2CAe-

몽돌해변의 파도소리



작은 아이가 열 살쯤 되었을 때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엄마, 나는 이다음에 커서 아빠가 될 거야."

"결아, 너는 이다음에 어떤 아빠가 되고 싶어?"

"세상의 멋진 곳을 아주~많이~ 보여주는 아빠!"


아이는 세상의 멋진 곳을 아빠와 함께 더 많이 다녀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세상의 멋진 곳은 어디 어디 일까?"

"높은 산이랑 고래가 사는 바다랑 그리고 아주 큰 폭포! 또 멋진 사막! 나는 이런 곳을 아이랑 같이  걸어가고 아주 긴 동굴도 함께 탐험하는 아빠가 될 거야."


날마다 회사로 가는 아빠가 아니라 새롭고 신나는 모험이 있는 세상으로 아빠와 함께 가고 싶었던 아이를 위해 아빠는 지리산도 다녀오고 제주도의 만장굴도 함께 다녀왔습니다. 운이 좋게도 용두암 근처 바다에서 돌고래도 보았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남에 따라 생활에 묻혀 아이의 목마름 만큼 두 사람의 모험의 행보는 계속 이어지지 못하고 점점 뜸해졌습니다.


 시간을 되돌린다면 아이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이고 아이들과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려줄 것입니다. 그리고 꼭 저 혼자 자연 속에서 고요해지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별도로 가질 것입니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은 인생이라는 긴 항해에서 나를 돌아보고 어깨를 토닥여 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를 준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많이 듭니다.


  마음껏 일기를 쓰고 멍하니 수평선을 바라보고 맨발로 동글동글한 돌을 밟으며 걸어보겠습니다. 자동차와 지하철, 물건을 파는 소리나 배달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에서의 하루는 얼마나 충만할까요?


 초여름쯤 텐트를 들고 간단하게 짐을 꾸려 몽돌해변으로 캠핑을 가야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나기가 내려도 좋을 것 같습니다. 텐트 위로 투둑투둑 빗방울이 떨어지고 텐트 안엔 따뜻한 느낌의 등을 켜고 좋아하는 책을 보다가 빗소리를 듣다가 향긋한 커피를 핸드드립으로 내려 마셔도 좋을 것 같아요. 수많은 관계와 일들에서 벗어나 탁 트인 바다를 보며 비 그친 후 붉게 물든 노을을 감상하는 것도 근사할 것 같습니다.


 친구와 함께 가더라도 각각의 텐트를 가지고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참 좋겠지요. 부산스럽게 무언가 해 먹는 부분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겸허하게 가난하게 하루를 보내며 자연이 주는 선물을 한 아름 받아볼 그날을 기다립니다.


 바닷가에서 몽돌이 부딪히는 소리를 하염없이 들어보겠습니다. 그러면 바닷물에 모난 부분이 점차 둥글게 다듬어진 작은 돌처럼 제 마음에 모난 곳도 둥글게 다듬어지고 세상에 찌든 마음의 때도 몽돌 사이를 들고 나는 바닷물로 깨끗하게 씻겨지겠지요.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지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내가 가지고 싶지 않은 것을 가지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enry David Thoreau)의 말처럼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향하여 나아가는 하루하루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내가 원하지도 않는 것을 얻기 위해 보낸 시간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그 누구도 아닌 오롯이 나로 살아가기!


이번 여름이 지난 어느 날 몽돌해변에서의 캠핑이야기를 다시 자세히 써보겠습니다. 달콤한 창작의 공간 몽돌해변이 참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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