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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효정 May 25. 2024

창작의 공간엔 당충전이 필요해

모래사막을 만나다

여러분은 창작의 공간에서 무엇을 드시나요?

쓰디쓴 커피를 연거푸 마시거나 향기가 좋은 와인을 한 잔 하시는 분도 있겠고 도대체 몇 잔 째 먹고 있는 것인지 걱정될 정도로 믹스 커피의 매력에 빠진 분도 있으실 것입니다.


 '이 달콤함은 나의 혀가 원하는 것일까? 뇌가 원하는 것일까?'


 무언가를 읽고 쓸 때, 정확하게 말하면 글을 쓸 때가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 같아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가느다란 지푸라기 같은 주제를 떠올리고 겨자씨 만한 생각의 씨앗이 생기면 극도로 생각을 집중하는 상태가 이어지게 되지요. 조금씩 글이 지어지다가 때로는 글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아 전전긍긍 애태우는 시간도 있습니다. 그 시간이 결코 짧지 않습니다.


 이러한 순간에 달콤함을 부릅니다. 잠깐 쉬고 싶고 잔뜩 긴장된 몸과 마음을 가장 빠르게 이완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뇌는 당충전을 본능적으로 원하는 것 같습니다.

모이카페의 시그니처 커피 '모래사막'

 

 이번 주엔 서울시의 중랑구로 출장 갔다가 수국이 아름답게 피어있는 예쁜 카페에 가게 되었어요. 카페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파란 수국과 진분홍, 연분홍 수국이 소담하게 피어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오월의 장미가 붉게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햇살은 자외선 지수 7로 강렬하게 내려 꽂히고 하늘은 눈이 부실정도로 맑았습니다.


  시그니처 커피이름이 '모래사막'이었는데요, 저는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바로 결정했습니다.


 '오늘은 모래사막을 만나는 날이구나!.'


 헤밍웨이의 위대한 소설 '노인과 바다'를 저는 어릴 적부터 아끼고 사랑해 왔습니다. 여러 번 반복해서 읽으면서 인간의 고귀한 정신,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지만 포기하지 않는 낚시의 여정은 그 자체로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티아고는 격랑의 바다에서 청새치를 잡아 의기양양하게 돌아오고 싶었지요. 하지만 모든 것을 걸고 벌인 사투의 결과는 앙상한 뼈만 남은 물고기뿐이었습니다.


 '결과가 빈약하면 과정은 모두 무의미한가?'


 청새치의 크고 앙상한 뼈와 곧 쓰러질 것 같이 지칠 대로 지친 노인이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고 커다란 뼈만 앙상한 청새치를 뱃전에 매달고 포구로 돌아온 산티아고의 숭고한 삶의 자세는 열 살 어린 나이인 저에게도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노인에게는 무사히 돌아온 노인을 보고 안도의 눈물을 보이며 따뜻한 우유를 가져다주는 소년, 나이는 어리지만 진정한 벗인 어린 소년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든든하고 다행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노인과 바다'에서 지쳐 쓰러져 잠든 노인을 위해 소년이 대접한 우유를 카페 메뉴로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언젠가부터 하고 있습니다. 문학이 음료 안에 녹아든다는 의미에서 너무나 멋진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요.


 저는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맘에 드는 카페를 만나면 저는 꼭 들어가 둘러보고 맛있는 커피와 간식을 먹고 책을 보거나 글을 쓰기도 하고 창밖을 바라보며 잠시라도 멍하니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이 날은 일행이 있어서 담소를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이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는 '모래사막'이라는 이름의 커피라고 합니다. '풍성한 밀크폼과 팜(야자수) 슈가의 아삭함과 달콤함'이 특징이라는데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달콤하고 부드러워 매력적인 맛이었습니다.


 어느 날엔가 그 동네에 다시 가게 되면 혼자 창가에 앉겠습니다. 통창 옆에서 탁 트인 숲을 보거나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서 '모래사막'을 마시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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