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진지함'을 넘어선 무게

심각(深刻)

by 쓰야

오늘은 글 발행이 조금 늦었죠. 오늘 하루 종일 인강 촬영이 있는 날이라 부지런히 인강 준비를 해야 해서 미리 글을 써두지 못했네요. (양해해 달라는 나름의 변명입니다..ㅎ)

NG없이 완벽한 촬영의 순간.

'심각'이라는 주제를 무얼 쓸까 떠올리다 보니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2학기 기말고사를 한창 치르는 중이었어요. 한문과 중국어 교과를 모두 맡고 있어서 여기저기 교실을 왔다 갔다 하며 질문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해요. 교사 4년 차, 단 한 번도 문제 오류를 낸 적은 없었거든요. 근데 그날은 유난히 느낌이 싸한 것 있죠. 아니나 다를까 학생이 질문을 하는 거예요. "이 문제 답 2개 아니에요?"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느낌이에요.

'고사 실수를 하다니..'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때, 혹은 분위기가 한없이 무거워질 때 '심각하다'는 표현이 떠오르죠. 그런데 이 단어를 한자로 가만히 보아하니, 단순히 '기분이 안 좋다'거나 '문제가 크다'는 두루뭉술한 의미가 아님을 알게 됩니다. 이 단어에는 날카로운 칼날이 무언가를 파고든다는 의미가 숨어있거든요!


심각 (深刻)
甚 (심할 심): 심하다, 대단하다, 도를 넘다
刻 (새길 각): 새기다, 깎다, 칼로 파내다


왜 '심각'일까?

핵심은 ‘새길 각(刻)’ 자에 있습니다. 이 글자는 ‘칼 도(刀)’ 자가 들어가 있는 글자로, 딱딱한 나무나 돌에 칼날을 대고 깊게 파내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즉, 심각(深刻)은 단순히 ‘심한’ 상태가 아니라, “그 심한 정도가 너무 깊어서 칼로 도려낸 것처럼 뼈와 살에 깊이 새겨졌다”는 뜻이 된다는 거죠.


우리가 어떤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 문제가 내 마음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칼날처럼 파고들어 지워지지 않는 깊은 흉터를 남기고 있다는 뜻이랄까요. 단어 자체가 가진 무게감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 ‘칼날’의 존재가 있기 때문이에요.


이것도 알아두면 꿀잼!

‘각(刻)’ 자가 들어간 다른 단어들을 보면 이 단어의 날카로움을 더 잘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조각(彫刻): 칼로 깎고 새겨서 모양을 만들다.

각골난망(刻骨難忘): 은혜를 뼈(骨)에 새겨(刻) 잊지 못함.

정각(正刻): 시간이 칼로 자른 듯 정확하게 맞다.


뼈에 새기고 마음 깊이 새기는 것. 그것이 진정한 '심각'의 의미가 아닐까요?




[작가의 한마디: 다음 페이지 미리 보기]

지금은 '학문'을 뜻하는 공부. 하지만 이 단어가 원래는 '지식'이 아니라 '장인(匠人)의 땀방울'을 뜻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다음 장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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