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가 돌아가셨다.

이승에서의 마지막 제사, 49제

by 걱정 많은 아저씨


처음으로 제사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준비했다.

지난주에 미리 아버지 산소에 다녀오기도 했고, 둘째가 수족구 증상이 아직 남은 듯 해 서울에 갈 수도 없으니, 49제를 우리끼리도 따로 지내야겠다 결론 냈다.


막내가 제사를 매번 할 것도 아니니, 제사용기보단. 단정하게 균일한 식기들을 구입했고,

영정사진은 어머니께 말씀드려, 영정사진을 사진 찍어 파일로 받아서 포토용지로 출력 후 액자를 사서 넣었다.


홍동백서라는데.. 잘 모르니, 제사라면 으레 준비해야 할 떡, 밥, 국, 술, 한과, 전과 같은 것들을 준비하고, 저승 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드시는 제사상이니, 생전 좋아하셨던 음식들을 기억해 준비했다.



1. 개구리참외: 파파야 참외라고 팔고 있는데, 나 어릴 때 아부지가 어딘가에 놀러 가 트럭에서 팔고 있는 걸 맛보고 맛있게 사드셨던 기억이 있고.


2. 꽃게: 어린 시절 서해안 갯벌에서 한 자루씩 잡아서 쌀 한 되빡이랑 바꿔 드시던걸, 갯벌이 사라지니, 너무 비싸져 항상 맘껏 드시지 못한 것이라 꽃게탕을 했다.


3. 대게: 결혼 후 처갓집에서 처음 먹어본 대게는 정말 맛있었다. 꽃게를 아주 좋아하셨는데, 대게는 비싸고 흔치 않은 음식이라 직접 사드실 생각도 못 해보셔서, 내가 돈으로 해드릴 수 있는 건 없으니, 평소에는 비싸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음식을 한 번씩 사드리는 기쁨이 있었는데, 그중에도 대게 쪄 드릴 때 가장 맛있어하시고 나도 많이 기뻤다.


4. 장어: 호두껍질도 이빨로 깨 드시던 아버지가, 치아가 약해지고 북적이는 꽃게 맛집에 가시기엔 거동이 편치 못하실 때, 그래도 맛나게 외식으로 가끔 찾으셨던 음식이 장어이고,


5. 망고: 아들이 제주 있으니 감귤류 가끔 보내드렸건만, 이제 시큼한 건 못 드신다 해서 보내드린 망고가. 말랑하고 달달하여 좋다 하셨다.


6. 한라산소주, 우도막걸리, 청보리주, 갑오징어, 갈치: 오징어 숙회 고추장에 찍어 즐겨드시고, 나 제주 온 지 7년째인데 아들 사는 제주 한번 못 와보고 가신 아버지. 제주 오셨으면 준비해 드렸을 법한 술과 갈치구이, 오징어 데침.


7. 연어: 자주가시던 횟집에 가시는 것도 어려우실 때쯤, 드시고 싶은 회를 나가서는 못 드셔도 근처 마트에서 종류별로 회나 초밥 사다가 같이 드렸는데, 담백한 흰살생선 위주로 드시다가 그 기름진 무게감에 놀라셨는지, 맛나다 하신 연어.


등등 기억 더듬어가며 준비했다.



너무 무섭기도 했고, 자주 재미있기도 하셨던, 내 아부지.

좋은 기억만 있겠는가만은, 이제 아부지 제사 올리는데, 옆에서 술 따라줄 아들이 둘이나 생기고, 절 올리는 것도 흉내 내주는 걸 보면 나도 이제 아빠, 가장이 됐나 싶을 때.. 막내아들 가정 이루고 함께 할 가족들 다 모일 때까지 기다려주신 아버지.

누구나 한 번은 겪어야 할 일, 힘들지 않을 때까지 계셔주셨음에 감사한 마음뿐이다.


49제를 지낸 후, 우리 정우 세 살밖에 안 됐는데, 꽃게탕 먹으며 아가 발음으로 '최고 맛있어.'라고 하는 걸 보고 있자니..

꽃게를 그렇게나 좋아하셨던 한 분이 가시니, 또 다른 한 분이 오셨나 보다..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아부지 모시듯 애들에게도 잘하라는 뜻'인 갑다.


P.S.

상차림에 정신이 없어 '연어, 떡, 배'를 사기만 하고, 아부지께 드리진 못했다.ㅜㅜ

아부지~ 내년에 드릴게요.

좋은 데서 잘 지내다 오셔요~


#뿡핑룡

#아부지

#49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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