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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Feb 22. 2024

육개장의 통대파, 자칫 위험합니다

뜨거운 육개장의 통대파  덜컥 입에 넣어 씹지 맙시다

어제저녁까지 주르륵, 주르륵, 비가 내리더니 오늘 출근길에는 눈으로 온 세상이 순백색이다. 여기에 기온도  뚝 떨어져 날씨마저 제법 쌀쌀하다. 이런 날 점심으로 딱 안성맞춤인 게  바로 따끈한 국밥은 아닐까 싶어 진다.


그래서 오늘 점심은 국밥으로 큰 줄기를 정했다. 하지만 국밥의 종류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진한 사골국물이 일품인 설렁탕과 담백한 소머리국밥도 생각난다. 시원하고 깔끔한 맛의 곰탕 그리고 가장 대중적인 순댓국밥도 먹고 싶다.


이중 어떤 국밥을 먹어야 할지 고민인 이때 어느 직원이 생각지도 못했던 말을 꺼낸다.


"칼칼하고 매콤한 육개장은 어떼요"


한사무실에 근무를 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핏줄을 타고난 직원들이다. 취향과 개성이 각기 다른 직원들 입맛이야 두말할 나위 없이 다르다. 그래서 점심메뉴를 정하는데 매번 쉽지가 않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 직원의 말대로 육개장으로 의견 통일이 어렵지 않게 이루어졌다.


"그래 그게 좋겠다. 오늘 점심은 육개장으로 하자"


그렇게 그 직원의 안내를 받아 간 식당은 어느 골목에 위치한 허름한 육개장 전문 식당이다. 원래 진정한 맛집은 시내 중심가 도로변에 위치한 화려한 식당보다 골목 안쪽의 오래되고 허름한 식당이라고 했던가, 어쩐지 이 집 육개장 맛이 괜찮겠다는 느낌이 든다. 


잠시 후 국밥에 실과 바늘처럼 따라붙는 김치와 깍두기가 나왔다. 한입 먹어보니 김치와 깍두기 모두 정성이 가득 들어간 직접 담근 김치다. 요즘 보기만 해도 금방 알아챌 수 있는 중국산 김치를 내놓는 식당들이 많은데 이 집은 이것부터 대조적이다.


곧이어 본 메뉴인 육개장 한 그릇과 새하얀 쌀밥 한 공기가 직원들 식탁 앞에 놓였다. 그리고 모두들 식사를 하려는 순간 어느 직원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린다.


점심으로 먹은 육개장


"앗, 뜨거워, 하마터면 욕 나올 뻔했네"


"왜"


"대파를 먹었더니 너무 뜨거워서요"


그러고 보니 이 집 육개장은 보통 육개장과 다른 특징이 있다. 보통 육개장의 고기는 잘게 찢어서 나오는데 그렇지 않고 얕게 썬 고기 그대로 나왔다. 그리고 대파도 약 6cm 정도 크기의 통으로 들어 있다. 보통의 경우 대파를 횡으로 가르지 통으로 넣는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숙주나 콩나물, 고사리를 사용하는 대신에 당면이 들어 있는 등  이 집 육개장은 보통의 경우와 다른만큼 맛도 달랐다


국물은 칼칼하고 얼큰하면서도 뒷맛은 깔끔했다. 잘게 지 않고 얕게 썬 고기가 오히려 식감도 좋고 고기맛의 풍미도 좋았다. 통대파의 경우도 나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통째로 깨문 대파의 식감이 육개장맛을 시원하게 해 준 느낌 때문이다.


하지만 통대파를 드실 때 조금은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막 나온 뜨거운 육개장의 통대파(특히 뿌리에서 가까운 하얀 부분)를 덜컥 입에 넣어 씹었다가는 마치 해물탕에 들어 있는 미더덕을 씹었을 때처럼 대파 속 안에 머금어 있는 뜨거운 국물로 인해 입안이 데고 잘 못하다가는 욕까지 튀어나올 수 있으니 이점 유의해 드실 것을 권한다.


사람에게서 가장 즐거운 욕구인 먹는 문제에 입안은 그만큼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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