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에 당신의 자리가 있나요...?

우리가 우리에게..

by 오후


주위 사람들을 잘 배려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고민으로 마음이 늘 꽉 차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알고 보니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고민하는 '나'의 마음으로 꽉 차 있을 뿐이었어요.


그동안 다른 사람이 나를 괴롭히는 것보다

다른 사람을 의식한 내 마음이 나를 괴롭혔고,

다른 사람과 소리 내어 싸운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화나는 마음을 누르기 위해 내 마음끼리 갈등하며 싸웠죠.


마음속이 내 목소리들의 싸움으로 꽉 차 있으면 다른 사람의 진짜 목소리가 와 닿지 않아요. 소통할 수 없어요..

내 마음속에는 당신이 머물 자리가 없었어요.


"괜찮아"

아무리 들려줘도 무시했고,

"잘했어"

아무리 칭찬해도 그 말을 믿지 않았어요.


언제나 내 느낌이 우선이었죠.

불신을 가장 먼저 배운 탓인지 방어적인 느낌에서 벗어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이 달콤한 말을 믿어도 되는지..

대체 왜 나 같은 사람에게 친절한지..

이상하니까요..

그리고 상처 입으면 아픈 건 내 몫이니까..


어쩌면 나는 두려운 생각에 계속 나만을 배려해 왔나 봐요.

알고 보면 모든 건 내 맘 편하자고 그런 거였죠.

그래서일까요. 사람들에게 아무리 잘해도 늘 외로워요.

언제나 마음속엔 나 혼자뿐이니까.

딱히 속이 편치도 않아요.

어쩌면 좋을까요...






비록 초기 경험은 결핍으로 시작되었지만,

그 이후 모든 순간이 다 믿지 못할 경험들로만 채워져 있지는 않았어요.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모르겠어요"


사람들 앞에서 내담자 시연하던 중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엉엉 울었지만, 그날 전 교수님과의 대화 끝에 고모에게 사랑받았던 따뜻한 기억을 찾아냈어요.

가장 연약하고 보잘것없던 그 어린 날에 서로 껴안고 웃으며 즐거웠던 몇 안 되는 기억을...

그 다정한 모습과 목소리를...

상담에서 긍정적인 기억을 찾아내고 자원을 찾아주는 건 아주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내 안에는 사실 좋은 것들도 많이 있었어요. 판도라의 상자처럼, 열어서는 안 될 것을 열고 울음을 뱉어낸 끝에 다 비워진 마음 밑바닥에서 오히려 발견해낼 수 있었죠. 다시 잃어버려서는 안 될 소중한 목소리예요.


학교에서 혼나서 울고 있는 나를 달래주려 애쓰던 동네 언니들의 마음도,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몹시 불안해하던 나를 안고 다독여준 그녀의 마음도,

친구와의 일로 속상해하던 내 이야기를 듣고자 음료수 캔을 사주던 그의 마음도..

초라한 순간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던 좋은 목소리들이 있었어요.

그런 목소리들과도 함께 삶은 계속되어야 하죠.






그래서 용기 내어 마음속에 한구석

'당신의 자리'를 비워놓으려고 상상해봅니다.

이 자리는 누군가 다른 사람의 것이에요. 다치지 않을 안전하고 작은 크기만 내어줘요. 대신 그 자리는 내가 <해석>하거나 <판단>하지 않아요. 진의를 <시험>하지도 않아요.

그저 고만 있어요.


내 안에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의미 있게 남아있어요.

한바탕 웃고 스쳐 지나갈 때도 있고, 어떨 땐 기분이 나쁘지만 솔직하게 받아들이기로 해요. 모르는 것은 모르는 채로 남겨두어요. 내 멋대로 판단하지 않고 직접 물어보며 타인과 드디어 소통하는 거예요, 늘 좋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외롭지 않은 대화를.


내 목소리의 볼륨을 줄이고 아주 조금만 채널을 돌려보면 진정성 있는 관계가 시작될 수 있어요.

또 언제든 원치 않으면 닫을 수 있으니 염려 말아요..

어디까지나 나의 선택이니까요.



이제 내 마음속에

당신의 자리가 있나요?




* 이미지 출처 pixabay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