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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Mar 07. 2021

어쩌면 날 사랑하지 않은 게 아니고

완벽하게 사랑하려고만 했던 걸까


나는 늘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세련되지 못한 행동, 뾰족한 사고방식, 움츠린 어깨와 재미도 없고 쭈뼛거리는 말투부터 자주 헝클어져 있는 머리카락과 가지런하지 못한 치아까지 모든 것이 부끄러웠다.

하나도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다.

바라기는 함께 있으면 즐겁고 도움이 돼서 누구나 찾는 그런 사람이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누구보다 가까이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기에, 남들은 관심도 없는 미세한 부분까지 살피며 신경을 곤두세웠던 게 아닐까. 
오히려 너무나 사랑만 하고 싶기 때문에 미운 점을 견뎌내기가 더 힘들었는지 모른다.





거대한 코끼리를 너무 가까이서 보면, (마치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널따란 부채, 굵은 기둥, 길쭉한 통나무, 단단한 뿔 따위에 불과해지듯이 때론 멀리서 바라봐야 진정한 실체를 알 수 있는 법이다.


자기 안의 다양한 부분들을 이해하는 것도 좋지만, 내면을 지나치게 속속들이 뜯어보다가는 작은 흠집 하나에 깜짝 놀라 휘청이게 된다. 어느덧 환상적인 풍경을 놓치고 비집어 나온 얼룩들만 바라보게 된다. 그러니 나와 나 사이에는 오히려 조금 거리를 두고서 모자이크 작품처럼 전체 볼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러면 내가 이상하고 보기 싫은 조각들이 아니라  제법 거대한 존재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의 어디가 썩 마음에 들고 좋아서 사랑해 주고 받아들여줘야 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싫어도,
그저 나니까, 

이미 사랑하고 있음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 © yohannlibot © olli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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