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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Sep 16. 2020

내 마음속에 당신의 자리가 있나요...?

우리가 우리에게..


주위 사람 배려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고민으로 마음이 꽉 차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알고 보니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고민하는 '나'의 마음으로 꽉 차 있을 뿐이었어요.


그동안 다른 사람이 나를 괴롭히는 것보다

다른 사람을 의식한 내 마음이 나를 괴롭혔고,

다른 사람과 소리 내어 싸운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화나는 마음을 누르기 위해 내 마음끼리 갈등하며 싸웠죠.


마음속이 내 목소리들의 싸움으로 꽉 차 있으면 다른 사람의 진짜 목소리가 와 닿지 않아요. 소통할 수 없어요..

내 마음속에는 당신 머물 자리가 없었어요.


"괜찮아"

아무리 들려줘도 무시했고,

"잘했어"

아무리 칭찬해도 그 말을 믿지 않았어요.


언제나 내 느낌이 우선이었죠.

불신을 가장 먼저 배운 탓인지 방어적인 느낌에서 벗어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이 달콤한 말을 믿어도 되는지..

대체 왜 나 같은 사람에게 친절한지..

이상하니까요..

그리고 상처 입으면 아픈 건 내 몫이니까..


어쩌면 나는 두려운 생각에 계속 나만을 배려해 왔나 봐요.

알고 보면 모든 건 내 맘 편하자고 그런 거였죠.

      

그래서일까요. 사람들에게 아무리 잘해도 늘 외로워요. 

언제나 마음속엔 나 혼자뿐이니까.

딱히 이 편치도 않아요.

어쩌면 좋을까요...






비록 초기 경험은 결핍으로 시작되었지만,

그 이후 모든 순간이 다 믿지 못할 경험들로만 채워져 있지는 않았어요.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모르겠어요"


사람들 앞에서 내담자 시연하던 중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엉엉 울었지만, 그날 전 교수님과의 대화 끝에 고모에게 사랑받았던 따뜻한 기억을 찾아냈어요.

가장 연약하고 보잘것없던 그 어린 날에 서로 껴안고 웃으며 즐거웠던 몇 안 되는 기억을...

그 다정한 모습과 목소리를...

상담에서 긍정적인 기억을 찾아내고 자원을 찾아주는 건 아주 중요하다고 하셨요.

내 안에는 사실 좋은 것들도 많이 있었어요. 판도라의 상자처럼, 열어서는 안 될 것을 열고 울음을 뱉어낸 끝에 다 비워진 마음 밑바닥에서 오히려 발견해낼 수 있었죠. 다시 잃어버려서는 안 될 소중한 목소리예요.


학교에서 혼나서 울고 있는 나를 달래주려 애쓰던 동네 언니들의 마음도,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몹시 불안해하던 나를 안고 다독여준 그녀의 마음도,

친구와의 일로 속상해하던 내 이야기를 듣고자 음료수 캔을 사주던 그의 마음도..

초라한 순간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좋은 목소리들이 있었어요.

그런 목소리들과도 함께 삶은 계속되어야 하죠.






그래서 용기 내어 마음속에 한구석

'당신의 자리'를 비워놓으려고 상상해봅니다. 

이 자리는 누군가 다른 사람의 것이에요. 다치지 않을 안전하고 작은 크기만 내어줘요. 대신 그 자리는 내가 <해석>하거나 <판단>하지 않아요. 진의를 <시험>하지도 않아요.

그저 고만 있어요.


내 안에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의미 있게 남아있어요.

한바탕 웃고 스쳐 지나갈 때도 있, 어떨 땐 기분 나쁘지만 솔직하게 받아들이기 해요.  모르는 것은 모르는 채로 남겨두어요. 내 멋대로 판단하지 않고 직접 물어보며 타인과 드디어 소통하는 거예요, 늘 좋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외롭지 않은 대화를.


내 목소리의 볼륨을 줄이고 아주 조금만 채널을 돌려보면 진정성 있는 관계가 시작될 수 있어요.

또 언제든 원치 않으면 닫을 수 있으니 염려 말아요..

어디까지나 나의 선택이니까요.



이제 내 마음속에

당신의 자리가 있나요?




* 이미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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