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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Jan 06. 2021

닫혀있던 마음을 여는 조금 더 빠른 방법

feat. 감정과 신체의 관계


지금 어깨의 느낌이 어떤가요?
무겁고 힘이 들어갔나요?


허리는 어떤가요?
편안한가요, 뻣뻣한가요?


당신의 발의 온도는 어떤가요?
손끝에 닿는 느낌은요?



아마도 위의 문장을 읽기 전까지는 어깨, 허리, 발 등에 주를 기울이지 않다가 읽자마자 '어라? 허리가 뻐근했었네?' 하는 등을 깨닫고 몸을 꼼지락 하였을지 모른다. 실은 굉장히 불편했는데 무시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갖은 신체 감각을 하루 종일 주목하고 살아갈 필요까진 없지만, 몸과 마음에는 연결고리가 있다. 

예전 상담 지도를 받을 때 슈퍼바이저 선생님께서 "여기 봐, 아버지에 대해 얘기하면서 불안이 올라오니까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하잖아" 하시는데 아하 싶었다. 감정은 스스로가 알아채든 알아채지 못하든 이미 특정 형태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내 경우 신체 자각 활동을 해보면, 어깨 바짝 웅크리고서 긴장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걸 느끼곤 한다. 특히 상담실에서는 눈에 힘이 바짝 들어가 있는 분들을 종종 본다. 다른 사람과 주위를 늘 살피고 경계하느라 매우 피곤해져 있는 상태다.


만약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 내 몸을 본다면,

지친 몸을 돌볼 새도 없이 바삐 살아가던 내 마음이 얼마나 억눌려있을지는 안 봐도 뻔한.. 굳이 표현할 감정단어 하나하나 찾지 않아도.. 자신이 처해있는 괴로운 상황을, 스스로가 안쓰러운 마음을 절감하게 된다.


그래서 난 내담자들께 기분을 물어서 잘 모른다 하면 자세나 표정을 살피고 그 신체적인 느낌을 묻기도 한다. 그럼 비로소 불편하게 움켜쥐고 꼼지락대던 마음을 깨닫게 되는데, 스스로의 그런 상태를 아는 것만으로 불편한 감정은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한다.


마음이 닫혀있는 사람들 중에는 몸의 감각이 함께 둔해진 경우가 많다.

마음의 문제라고 해서 반드시 마음으로부터, 당장 알기도 힘든 감정 풀어내기로부터 꼭 시작해서 바로잡아야 하는 건 아니다. 신체 자세부터 편안하게 놓아주면 마음의 빗장은 차츰 풀려나간다. 어디든 내게 더 쉽고 자연스러운 곳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만약 '걱정하지 말자'라고 아무리 다짐해도 불안한 마음을 멈추기가 힘들 땐,
몸의 신호를 바꿔보자!


Wolpe의 상호 억제 원리에 의하면 인간은 긴장과 이완 상태를 동시에 나타낼 수 없다고 한다. 신경계의 활동은 긴장하거나(교감신경 활성화) 이완하는(부교감신경 활성화) 둘 중 하나의 상태만 가능하므로, 인위적으로 신체 이완훈련을 해서 과도한 긴장 반응을 없애도록 하는 게 행동치료 기본 원리이다.


스트레스가 만성화되어 긴장하는 게 습관이 돼서 보통 아무 일 없이 쉬어야 하는 상황에도 온몸에 힘이 가득 들어간 채로 하루 종일을 보낸다면 어떨까? 그 문장을 쓰는 것만으로도 벌써 지치고 답답한 기분이 든다. 이런 경우 꾸준히 이완함으로써 부교감신경을 되살려서 긴장되고 불안한 몸과 마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요즘처럼 스트레스가 많은 시대에는 굳이 심리치료를 위해서가 아니라도 신체 이완훈련을 통해 마음을 평온하게 전환해주면 멘탈을 안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책이 아닌 <브런치북>이기에 안내해드릴 수 있는 유튜브 영상!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이 영상을 따라 신체이완훈련을 해보시면 좋습니다.





다미 샤르프가 쓴 <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라는 책에서 마음의 경계는 의외로 신체의 경계와 맞닿아있다고 했다.

아기가 태어나 작은 몸을 안아주고 얼러주세상으로부터 환영는 경험을 줘야 하는데, 만약 태어나서부터 혼자 눕혀놓고 치되면 자신의 몸에 대한 인식이 흐려진다고 한다. 렇게 자라면 실질적인 유대감을 쌓지 못하고 방황하며 분노를 쉽게 느낀다. 막연한 느낌으로 안도감을 쫓지만 정작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는지를 모른다.

자신의 몸을 하지 못하면 여기저기 부딪치고 다치는 일 흔한데, 그러고 보면 똑같이 자신의 마음을 잘 못 느껴도 다른 사람의 마음과 쉽게 부딪치고 다친다.

슬프면 심장이 아프고, 걱정거리가 있으면 머리가 아프고, 분노하면 속에서 뜨거운 열감이 솟아오르고, 불안하면 손발이 차가워지는 등 감정은 신체 감각과 연관되어 있다.

기쁜 일이 있으면 어깨춤을 추지만, 불편할 때는 안으로 함입된 것을 몸 밖으로 토해내려 한다. 

이러한 상태를 살핌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깨닫고 조절할 수도 있 된. 처음부터 쉽게 되지는 않고 낯선 감각에 두려움도 들지만,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동시에 조율하면 삶을 훨씬 유연하게 살아나갈 수 있게 된다.

그러니 마음을 열고 가꾸려면 먼저 자신의 몸을 잘 돌봐주는 것부터! 몸이 편안하고 건강해지는 만큼 마음도 더욱 건강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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