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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희 Apr 07. 2023

세 번째 시

첫 번째 글

손가락 사이로 흩어지는 풀잎에

노을을 얹은 정도면 되었다


그네를 타고 구름 위를 건너 우주로 날아갔다

그곳은 태양이 지고 또 떠올랐다

황혼이 어깨를 등지고 발 밑의 끝없는 세계를 휘감았다


하강하는 노랑을 바라본다

필시 누군가의 노래가 담겨있을 테다


끝없이 쏟아지는 미움의 색을 모른 척하다

나는 그 색을 영영 지워버리기로 한다


우주 안의 하늘이 서로의 얼굴을 비춘 채 반짝거렸다

하늘은 곧장 바다로 몸을 던졌다

바다는 지는 해를 삼키고 노을의 파동을 잉태해 낸다


물결마다 지느러미마다 새겨진 다정을 헤아린다

주황색 나이테는 파도가 물고기를 뱉어낼 때마다 새겨져서

고래의 키만큼이나 쌓였다


상어가 산호초에 입을 맞춘다

장미의 가시를 숨기지 않아도 향기는 사랑에 부족함이 없다


보드라운 흙에 이름을 새긴다

물방울 맺힌 단풍잎이 하루의 전부라면

나는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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