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내가 나의 날개를 갉아먹긴 싫었다
발을 딛고 서있는 관문이
불구덩이로 향하는 길목처럼 보일 수 있어도
날개를 접어 깃털이 녹을 불에 갖다 댈 순 없었다
파랗기만 한
청사진을 그렸다
소망이 실재가 된다는 기대로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을
파아란 꿈으로 칠했다
삶은 오늘을 살아내는 고단함과 기쁨
선율은 때로 끊기고 만다 그래도
수없이 이어져 온 오늘을
흘려버리지 않는 촘촘한 지혜
그리하여 문은 또 열린다
사랑을 잃은 자들의 목 앞에
푸른 그림의 주인은
잃어버린 적 없던 영광을 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