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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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달력을 꺼내 놓았다. 언제나 반가운 친구가 선물해 준 꽃의 달력이다. 1월에 피는 꽃은 동백꽃. 달력을 품은 꽃 그림 옆에는 고슴도치 인형이 놓여있다. 큰 인형, 작은 인형. 큰 친구, 작은 친구.
올해를 마무리하며 이름 모를 수신자와 펜팔을 주고받았다. 올해도 작년처럼 같은 1년의 시간일 뿐이었는데도 달라진 점은 참 많았다. 새로 사진기를 사거나 이사를 하거나 일기를 쓰기 시작하는 등의. 올해의 발자국이 내년으로 이어지도록 우리는 서로의 꿈을 나누고 응원했다.
때로는 밤을 은은하게 밝히는 달빛만이 제 옆에 있다고 생각하곤 해요. 달과 동행하는 고요하고 외로운 밤이죠. 그렇게 밤을 지새우면 새벽이 오고 지평선에서 태양이 떠오르는 것처럼 또 다른 동행자가 와요. 저의 내일도 그럴 테고 우리의 내일도 그럴 거예요. 저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 해피 뉴 이어‘라는 문구를 새긴 케이크를 포장해 왔다. 눈을 감고 꿈을 헤엄치는 푸른 고래 인형을 옆에 두고 함께 먹었다. 우리는 영원히 함께 먹을 수 있을까요? 그런 질문이 작은 소망과 함께 머릿속을 맴돌았다. 우리는 먹지 않아도 배부를 곳에서 함께 먹을 것이다.
바이올린으로 새 노래를 연주했다. 새해의 새 노래는 또 다른 12월 31일을 살아가게 할 것이므로. 해를 몇 번 보내고도 씻을 수 없는 상처가 있다는 걸 알았다. 그 상처는 다른 이를 위한 거름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우리는 그렇게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