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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각화 May 28. 2024

저마다 자신만의 빛과 향을 품고 피어난다, 삶을 본다.

지난 2월 말.

한겨울이 지나고 바람의 방향이 조금씩 바뀌는 것이 느껴지던 어느 날.

삭막했던 겨울의 풍경으로부터 시선을 집중하게 하는 노란 점을 만났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어도 기온의 변화가 나날이 바뀌어 더딘 봄이 오려나 했던 그날이었다. 노란 점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팝콘 터지듯 튀어나오고 싶어 하는 꽃잎이 오밀조밀 움터있었다. 산수유였다. 해가 바뀌면 가장 먼저 꽃을 피운다는 매화나, 산수유. 그중 나는 2월 25일 그날에 산수유를 먼저 만나게 되었다.




2024년 2월 25일.

노란 한 점으로 만난 산수유. 그것은 올해 내가 처음 본 산수유의 움튼 꽃송이였을 뿐, 산수유의 개화 소식은 지역마다, 해마다 다르다. 같은 지역이어도 볕이 잘 드는 양지인지, 산속 깊은 곳인지에 따라 다른 시간대에 피어나고, 개화되고 나면 그 꽃이 그 꽃 같아도 송이마다 잎새마다 다 다른 산수유다. 산수유 하나만으로도 이러한데, 이후 피어나는 사시사철 꽃 모두는 그렇게 서로 다른 시간대에 서로 다른 모양으로 향기를 풍기며 피어난다. 그러다 이내 지기를 반복하지만...


을 들여다보면, 활짝 만개하는 꽃처럼 피어오르는 날이 있는가 하면 지는 날도 있고, 어느 날은 진하고 그윽한 향이 있는가 하면 어느 날은 너무 옅어서 어떠한 향도 느껴지지 않는 날이 있다.


어떤 사람을 떠올림에 꽃이나 향기로 떠올려보면 꽃들이 제각각의 모습과 빛, 향기를 담고 있듯 서로 다른 꽃을 피우며 서로 다른 빛과 향기를 품고 있는 사람들이 스친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 늘 같은 향이 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양한 향을 풍기는 사람이 떠오르기도 한다.  피어나 지지않는 꽃은 없듯이 내가 살아가는 날에 한 번도 핀 적 없었던 것 같지는 않고, 순간순간 들여다보면 꽃이 피고 지기를 반복하고 있었음이 느껴진다.  


각기의 꽃들 여러 쓰임을 갖는다. 약재로 쓰이기도 하고 차로 쓰이기도 하고 향기가 심신 안정에 좋아 심리 치료에 쓰이기도 한다. 화병에 담아 정서를 안정시킬 수도 있으며 다른 어떤 이유를 가져다 붙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냥 바라만 봐도 좋을 꽃들이다.


나의 삶 속에 여러 꽃이 피어났다 지기를 반복하고, 나 스스로도 여러 쓰임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알기에, 어느 날엔가 나도 당신도 나의 아이들도 모두 꽃이라는 생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니,  나의 생각은 너도 꽃, 나도 꽃, 우리 모두가 꽃이라는 생각으로, 늘 꽃이 피고 지는 삶을 이어가며 그 쓰임에 맞게 피어나고 있음으로 귀결이 되었다. 




김춘수시인의 <꽃>.

이 시도 학창 시절의 교과서의 시이다. 많이 외웠고 읊었던 시.

그러함에도 누군가 불러주고, 내가 불러주어야 '꽃'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모두가 '꽃'일 수는 없을까, 그러한 생각을 가졌었다.


지금은 끄적임으로 시를 쓰기도 하지만, 과거의 그날들엔 시는 시인들만의 영역이라 여겼기에 나의 생각이 시상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감성 부족한 이성적 사고의 한 사람. 아이들을 낳고 기르며 엄마가 되고 엄마로서 끌어안는 수많은 감정들이 나의 감성을 키워주었다. 나에게 핀 적이 없는 새로운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달까. 다양한 빛으로 다양한 향기로 피고 지는 날들. 가정을 꾸리고 한 아이에서 네 명의 자녀를 키우기까지, 남편이 아프고 딸아이가 뇌수술을 하고 그렇게 삶의 부닥치는 난고를 지나며 끌어안지 않은 감정을 찾으라면 표현을 못해서 그렇지 대체로 거쳐갈 만한 보편적인 감정들은 거쳐갔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뻣뻣하고 부족하여 그 감성을 깊이 있게 다 챙겨 넣지 못했을 것이라 이러한 글을 적어가며 조금이나마 채워가는 시간을 가져본다.


누구의 부름과 상관없이 있는 모습 그대로 꽃일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지나던 날 속에, 몇 년 전 참으로 반가운 시를 만났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꽃으로 봐주는 나태주 님의 <풀꽃>이다.


이 시를 만나며 한 번의 삶을 꽃 한 송이에 비해 보게 되었다. 봉오리가 맺혔다가 환하게 만개를 했다가 시들어 낙화하는 과정을 태어나 나의 쓰임대로 쓰이다 죽음으로 이르는 일생을 바라보는 시간으로.


나도 그렇게 한송이의 꽃으로 피어나, 지는 그날까지 나의 빛과 향을 품고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여.


길가에 핀 풀꽃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랑스럽고 화려함은 없으나 풋풋함 그대로 예쁜 꽃, 내가 살아가는 지금의 모습은 그러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며, 우리네 살아가는 삶을 꽃으로부터 본다.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출처 : https://www.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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