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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isy Jan 05. 2021

진작 그만두려고 했습니다!

당장 그만둬야할 카페 특징

사실 저도 진작 그만두려고 했습니다!

나는 카페 아르바이트생이었다. 3개월씩 계약을 했고 큰 문제가 없으면 자동 연장 계약을 하는 방식이었다. 7~9월 계약으로 마지막 9월을 보내고 있었다. 사장님이 출근하자마자 체를 치고 있는 나를 부르며 끝나면 주변 화구, 바닥까지 싹 깨끗하게 청소하라고 지시하는 것이었다.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내 뒤에는 직원이 한 명 있었고 그 직원은 지난 면담 때 내가 뒷정리를 못한다며 자르겠다고 말했던 사람이었다(팩트는 뒤에 나온다). 나는 두 사람의 따가운 눈총을 뒤로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청소를 하던 와중에 날에 깊이 베여서 동맥과 신경이 끊기는 부상을 입었던 것이다.


짧은 비명소리에 친한 알바 빼고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놀람 반, 일부러 반 울기 시작했다. 베이자마자 큰일이 났음을 느꼈고 손가락을 움켜잡았다.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손가락이 잘렸나?‘라는 생각까지 갔다. 체감상 몇 분이 흐른 뒤에야 구급상자를 들고 사장님이 왔다. 손을 떼보라고 했고 무서웠지만 서서히 떼었다. 움켜잡았던 손은 이미 피범벅이 되어 뚝뚝 떨어졌다. 붕대로 두껍게 손을 감싸주며 한다는 말이 "혼자 갈 수 있지?" 그 순간에도 '진짜 여기는 아니구나' 생각했다.



"혼자 갈 수 있지?"....라니.... 그러면서 나랑 트러블이 있던 직원이 가까운 병원을 검색해 주었고 지도를 보여줬다. 대충 알 것 같았다. 일단 손을 움켜잡고 매장을 나오자 아픔이 밀려왔다. 근처까진 갔는데 병원이 보이질 않고 골목을 좀 헤맸다. 그러나 봉합은 안 한다는 병원. 혼자 쩔쩔매다 택시를 타고 가까운 큰 병원에 가달라고 했는데 의사 파업. 119에 전화했다. 이럴 땐 119에 전화해서 근처 병원을 알려달라고 하면 문자로 보내주더라. (다산콜센터에서 알려준 방법이었다.) 그렇게 어렵게 모든 걸 해결하는 동안 사장님한테 연락이 왔다.


어디냐는 말에 '궁금하긴 했나 보네'라고 생각했고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더니 사장님이 문자로 보낸 병원 주소. 다시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피가난 체 1시간 이상을 바닥에서 울고 불며 시간을 쏟아낸 후 봉합이 가능하다던 병원에 도착하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접수를 마치고 의사를 만났다. 붕대를 천천히 풀었다. 피가 보이지 않아 지혈이 됐나 했는데, 한 겹 벗기자마자 피가 보였다. '많이 나긴 했네'하며 붕대가 다 풀렸다. "피가 왜 아직도 나지?"라는 말과 함께 좀 더 확인해 본다는 의사. "동맥이 끊어졌네요, 신경도 끊어진 것 같고" 눈물이 또 차올랐다. 당황한 "의사가 괜찮다며 저 이런 거 잘해요"라며 안심시켜줬다.


봉합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수술까지 하게 된 것.


내가 이곳이 오래 다닐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분명한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위의 사건은 그중 하나였던 것을 재미와 이해를 위해 길게 풀어서 이야기했던 것이다. 이제부터 그 몇 가지 이유에 대해 간략하고 분명하게 적어본다. 모든 사장님들은 이 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그리고 절대 유념하길 바란다.




<당장 그만둬야 할 카페>


1. 하루 전날 나오지 말라고 카톡 통보

계약 시 설명에 없었던 탄력근무제. (매장이 바쁠 시에는 연장근무를 해야 한다는 말은 했었다.) 황당했던 것은 일을 하고 있는 도중 오늘 손님이 없으니 중간에 들어가라고 했던 것. 그러고는 장사가 안된다는 이유로 하루 전날 파트 근무자는 하루 쉬라고 카톡으로 통보를 했던 것. 그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적어도 양해를 구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반복해서 일어났다는 것이 정말 최악이었다.



2. 위에서 설명한 “혼자 갈 수 있지?“

아무리 일이 많고 내가 싫어도 다친 사람보다 마카롱이 먼저 일 수가 있는지. 사람보다 일이 먼저일 수 있는지 내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았다. 이미 자를 사람이어서 그랬던 건지는 몰라도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태도 역시 그 사람의 인간성이 드러났다.


3. 직원에게 휘둘리는 사장

처음 8월 한 직원과 트러블이 생겼고, 면담 내용은 나이는 본인이 어리지만 자기가 윗사람이라는 것. 그렇기에 나의 태도가 본인에게 적절치 못했다는 것이었다. 바로 그다음 날 사장이 알바를 불러놓고 나이를 떠나서 직급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기 대신이기에 대우를 하라고 말하였고 하루아침에 나에게 달라진 태도 때문에 그 직원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결국 최근 트러블이 한 번 더 생겼고, 그 직원의 감정 상함으로 인해 해고에 이르렀다. 물론 알바보단 직원 편에 서는  것이 맞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알바 입장에서도 이야기를 들어는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 직원과 두 번의 면담 끝에 나는 해고를 당했고

나는 끝까지 그만 둘 의사가 없었다고 말했지만,

사실 저도 진작 그만두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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