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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isy Apr 06. 2021

내가 파OOOO를 그만 둔 이유

1년8개월의 짧은 경력을 뒤로하고...

1년 8개월의 파OOOO 제빵기사를 뒤로하고 마카롱 매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제빵기사는 빵과 생크림 케이크를 제조하는 일부터 재고관리 주문 등 주방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케어한다. 제과제빵에서는 그나마 파OOOO가 급여부분에서는 최고라고 회사에서는 자부한다. 사실여부는 모르겠으나 많이 준다는 파OOOO가 이 정도이면 이 업계 대부분이 노동의 댓가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급여를 주지 않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그만큼 몸이 고생한다는 의미이다. 일을 하면서 급여부분은 상당한 중요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파리바게뜨를 그만뒀을까?                                              


1. 급여

나 역시 그런 부분을 고려하여 입사하였지만 입사 당시에는 52시간제가 실행되었다. 무리하게 1시간 단축근무를 시키고 급여가 상당 부분 줄었다(고한다). 신입에겐 추가 근무 수당도 주지 않고 당연하게 생각했다. 동료들과 비교도 된다. 누구는 빨리 퇴근하고 돈도 더 많이 받고(매장마다 물량이 다름) 누구는 죽어라 일해도 적게 받는 상황이 계속되니 불편하다. 동료가 많이 받아서가 아니라 정당한 근무시간을 인정해 주지 않는 부분이 너무 억울했다. 


2. 교통 

처음 매장을 배정받았을 때 6시까지 출근이었다. 집에서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고 40분 정도면 도착한다고 하여서 가기로 했는데 '아... 첫차가 없다'.  첫 차를 타면 10분 정도에 도착하는데 안된다고 했다. 결국 버스를 두 번씩 갈아타면서 5시 이전에 버스를 타고 6시까지 가려니 너무 고통스러웠다. 2개월 뒤에 6시 30분 매장으로 변경해 주긴 하였으나 2개월은 정말 울면서 다녔다. 칼퇴도 못하고 출근도 힘들고. 해가 길다는 여름이었는데 해를 못봤다. 


3. 막노동 

일단 체력소모가 엄청나다. 물론 나는 잠도 잘 못잤고 밥도 못 먹고 하루 종일 일했기 때문에 더 힘들었을 수도 있다. 기본적인 체력도 부족했지만 이것을 제외하고도 엄청난 힘을 필요로 한다. 철판도 무겁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꽤나 많이 한다. 관절이 아파서 살을 빼야 되나 생각했다. 각오를 하고 들어갔지만 생각보다 더 막노동이다. 돈 벌면 병원비로 다 쓴다는 말을 괜히 하는 것이 아니었다. 초반엔 화상에 나중엔 물리치료에 돈을 쓰게 되었다.


4. 밥시간 

정해진 휴게시간 1시간. 밥 먹을 시간이 없다. 아니 칼퇴도 못하는데 밥을 먹을 수 있겠냐고. 사장님은 빨리 빵 안뺀다고 화내고 제 시간에 집에 안 간다고 화내고. 아침엔 빵 빨리 빼라. 오후엔 케이크 빨리해라. 1시간 단축 매장 기준으로 8시간 근무, 1시간 휴게하면 총 9시간이다. 밥 못 먹고 칼퇴 한다고 하면 꼬박 9시간을 서있어야 한다. 처음엔 9시간은 커녕 심할 땐 12시간 이상도 서 있었다. 언제부턴가 밥 안 먹고 칼퇴는 되었다. 밥 못 먹고 일하는 건 생각보다 서럽다.


 사실 위에 사항은 극히 일부다. 그냥 표면적으로 보이는 이유 중 하나일 뿐이다. 내적으로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위의 4가지는 정말 기본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본도 지켜지지 않는 곳에서 어떤 미래도 보장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모든 이야기는 매장마다 상이하다. 그래서 파OOOO는 매장운, 사장운이라는게 있다고 한다.  나는 1년 8개월 동안 2군데 매장에서 밖에 일하지 않았고 동료들에게 들은 다양한 매장들의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갑자기 그만둔 이유를 생각해 본건 오늘 점심시간이었다. 마카롱 매장 근무 조건은 8시간 근무에 1시간 휴게 시급 최저다. 마카롱 매장에서 받는 급여는 파OOOO에 비해 턱도 없이 적을 것이다. 이 일을 계속 한다면 노동력과 급여부분은 쉽게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한 시간 휴게가 얼마나 꿈같은지 모른다. 괜히 8시간 이상 근무자에게 1시간 휴게를 주는 게 아니구나. 나는 이 시간에 김밥하나 사들고 작은 공원에 찾아가 먹으며 남은 30분 동안 책을 읽었다. 이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그러면서 이 전 직장에서 1시간 휴게가 없었다는 것이 나에게는 꽤나 힘든 일이었구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 시간만 보장됐어도 나는 좀 더 다녔을 수 있었을 것 같다. 1년 8개월 짧은 경력을 뒤로하고 나는 계속 나아가고 있다. 그곳에서 일하는 것이 엄청 힘들 때도 많았지만 나름 재밌게 일했고 가끔 생각도 난다. 그만두고 나니 재밌는 일이 더 많이 생각난다. 사람들도 보고 싶다. 내가 사장의 위치에 있을 땐 직원들에게 더 잘해주지는 못해도 가장 기본적인 부분은 당연히 챙겨주고 그 이상으로 감쌀 수 있는 여유도 있길 기대해보며 오늘 나에게 주어진 1시간에 감사할 수 있고 행복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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