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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룸 Jul 20. 2021

특이한 여자 #1

  1


  재현은 특이한 여자를 만나고 싶어 했다.


  평범한 여자를 만나면 자꾸 하품만 나왔다. 그리하여 스물여덟 살 때까지 연애란 걸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마음은 조급해졌다. 이런 상태로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고……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조금이라도 특이한 구석이 보이면 적극적으로 다가서리라고 마음먹었다.


  스물아홉 살에 드디어 특이한 여자를 만나게 되었다. 아무데서나 거리낌 없이 트림을 하고 방귀를 뀌어대는 동갑내기 여자였다. 정말 특이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좀……. 이십대 초중반이었으면 이렇게 판단하며 넘어갔겠지만 스물아홉이라는 숫자가 주는 압박감이, 어찌됐든 특이한 여자와 연애해 보고 싶다는 쪽으로 마음을 향하게 했다.


  그녀에 의하면, 트림이나 방귀를 참으면 배 안에 가스가 차게 되고, 그러면 더부룩 답답하고 살이 찔뿐더러 피곤하고, 그리하여 다양한 병의 근원이 된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트림이나 방귀를 참고 사는 건 수치심 때문인데, 그 수치심을 이용해 제약회사들이 돈을 불린다는 것이었다. 소화제나 피로회복제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것들이야말로 그 대표적인 경우라며 분개해 마지않았다. 


  트림이나 방귀를 마음껏 분출하면서 과연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재현은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여행사 가이드였는데, 관광객들에게 여행지를 안내하면서도 그야말로 거침없이 끄억, 뿌웅을 분출하곤 했다. 처음엔 실수려니 생각하면서 실소와 폭소를 터뜨리던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끄억, 뿌웅이 흘러나오자 차츰 인상을 찡그렸다. 관광객 중의 한 명이었던 재현은 시종일관 호감과 경탄의 눈빛을 그녀에게 보냈고, 그리하여 여행 일정이 끝난 후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고, 사귀게 되었다.


  사귀게 된지 몇 달 지나지 않아 그녀는 회사에서 잘리게 되었다. 원활한 신진대사를 위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을, 수치심에 절어 사는 사람들이 너그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꾸만 회사에 불만을 제기하여서였다. 그녀가 여행사 직원이어서 가끔씩 만나게 될 때가 재현은 좋았다. 주변을 의식하며 조심스럽고 다소곳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여자들을 보아오다가 거침없이 끄억, 뿌웅 하는 그녀를 만나게 되면 속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재현도 그녀와 함께 있을 때면 거침없이 끄억, 뿌웅 하려 노력해 보았지만, 마음만큼 쉽지가 않았다. 오래전부터 내면화된 수치심에 봉쇄당했다.


  그녀가 여행사에서 잘리고 매일처럼 만나게 되자, 시원하고 통쾌하게 느껴졌던 그녀의 행동이 점차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작작 좀 해라, 랄지 소리는 그렇다 쳐도 냄새는 못 참겠다, 같은 말들을 내뱉고 싶은 욕구가 목구멍을 간질여왔다. 키스를 할 때 트림을 하고 관계를 가질 때 방귀를 뀌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자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특이한 게 좋긴 하지만 냄새 나는 특이함은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 수치심만큼은 지니고 살아가는 특이한 여자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재현은 그녀에게 이별을 선언했다. 그녀는 눈 한 번 꿈쩍하지 않았다. 끄억, 트림을 한 다음 말을 쏘았다. “꼴값 떨고 있네. 내가 너 같은 놈 한두 번 겪어본 줄 알아? 넌 좀 다를 줄 알았더니, 너도 별 수 없는 놈이었구나. 똥구멍으로 호박씨나 실컷 까면서 살아봐라, 이 위선자야!” 그러곤 뿌웅, 그 어느 때보다 커다란 방귀 소리를 내보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건대,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소리였다.


  2년 뒤쯤, 여행사에서 함께 일했던 그녀의 동료를 우연히 만나 그녀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재현은 듣게 되었다. 피자 가게를 하고 있는데, 배달전문점이고 독특한 맛으로 소문이 나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하, 하고 재현은 즉각 이해했다. 일반적인 피자에 그녀의 트림 냄새와 방귀 냄새가 섞일 것이니 특특한 맛이 날 수밖에 없으리라. 평소에 수치심을 잔뜩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녀의 피자를 먹으면서 모종의 해방감을 맛보게 될 것이니, 한 번 맛을 들이면 중독이 되어 자꾸자꾸 시켜먹을 게 틀림없으리라. 그러나 재현은 그녀의 피자를 먹고 싶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아예 피자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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