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심하고 충실한 F로 살고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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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은 참 텁텁하다. 일 때문에 텁텁하다기보다 그것은 사람 때문이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함께 일하는 사람 혹은 주변에 있는 사람이 어떠한지에 따라 그 일의 정신적인 난이도가 결정된다.
가뜩이나 힘든 일 때문에 메마른 나의 마음은 사막과도 같다. 그래서 일할 때 만나는 동료는 이 사막의 오아시스가 되기도 난장판을 만드는 돌풍이 되기도 한다.
사회생활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상충될 때가 많다. 그렇기에 학교를 벗어나 사회생활을 하며 만나게 되는 진짜 우정은 더 달콤한 오아시스가 되어 준다. 힘든 일 투성이지만 잠시 멈춰서 함께 고통을 나눌 수 있는 존재. 그런 존재를 사막 같은 사회생활에서 만났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다.
많은 생각을 하고 감정을 나누는 우리 F형들에게는 동료의 존재의 의미가 보다 크게 다가온다. 우리가 남들보다 그들의 의미를 더욱 크게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에게 더 달콤한 오아시스가 되어주기도 하고 더 악독한 돌풍이 되기도 한다.
사회생활에서 만난 오아시스 친구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마음 한 켠 한 켠에 나이테가 쌓이는 것 같다. 관심도 가치관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우연히 다가와 내 삶에 안착했을 때, 그 사람들은 두껍고 진한 사인펜을 가지고와 나의 나무에 나이테를 그려나가는 것 같다.
친구들을 만들려고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사회에서 친구를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기대하지 못한 사이 친구가 러블리한 친구들이 늘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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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동기들 중에 ‘우리의 최후의 보루’라고 불리는 언니가 한 명 있다. 우리들의 업무가 까다롭고 어렵기로 아주 유명한데, (연수 때 배정받은 팀을 이야기하면 모두가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위로해주려 안달이었다.) 이 언니가 그런 이유로 퇴사를 결정한다면 우리에게 더 이상 희망은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이 언니가 우리들 중에 제일 밝고 긍정적이니까 이 언니가 힘들다 하면 우리의 삶이 정말 많이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언니의 회사 생활은 정말 행복해 보인다. 늘 좋은 사람들이 언니의 동료가 되기 때문이다. 동기들끼리 모여 하는 험담은 이 언니에게 부질없다. 언니는 정말 좋은 사람들만 동료로 만나 사적으로도 만나기까지 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팀을 옮겨도 마찬가지였다.
언니가 그냥 운이 좋아서 그렇다고만 생각하던 어느 날 언니의 비결을 발견하게 되었다. 언니의 긍정적인 에너지 때문에 언니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었다. 언니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원래 좋은 사람들이었던 것이 아니라, 언니가 사람들을 좋은 사람이 되게 만드는 에너지를 지닌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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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F형들에게도 그런 에너지, 당기는 힘이 있다. 사람마다 평소 톤 자체가 매우 하이텐션 (언니가 그렇다)인 사람도 있고 얌전하고 차분한 사람도 있겠지만, 하이텐션이면 하이텐션인 대로 차분하면 차분한 대로 각자의 방식으로 사람을 당기는 힘이 있는 것이다.
그것은 F형들이 섬세하고 배려심 있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상처를 받을 줄 알기에, 받아 보았기에 상처를 주지 않는 방법도 알기 때문이다.
정말 자랑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내게는 오아시스 같은 친구들이 아주 많다. 회사를 나가서도 연락할 수 있는 사람, 서로 마음만 먹는다면 직급을 떼고 언니, 오빠 동생이 될 수 있는 러블리한 존재들이 참 많다. (모두들 싸랑해요!)
나는 밝디 밝은 동기 언니처럼 하이텐션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조용하고 차분하다. 그렇지만 나도 언니 못지않게 오아시스와 같은 사람들이 주변에 참 많다.
일하다가 황당하고 화나는 일, 나를 괴롭게 하는 사람이 있으면 전화해서, 혹은 티타임을 하며 툴툴거리며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나의 시간과 모든 공을 들여 기꺼이 그들의 상처를 돌봐줄 수 있는 사랑스럽고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
입사 후 쌓은 경력보다도 더 소중한 나의 러블리들이다.
이들과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상처를 받았기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쏟는 나의 갖가지 노력을 알아봐 주는 그런 사람들. 내 마음에 진심을 다해 화답해주는 그런 사람들.
오늘도 여전히 내 F형 성격이 참 마음에 든다. 내게 이런 소중한 자산들을 선물해준 F.
오늘은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전하고, 전국, 전 세계 F형들을 응원하고 싶다. 각자의 소중한 러블리 동료 친구들을 생각해보기를 바라며 이만 줄인다.
추신) 저를 응원해주시는 전국, 전 세계 동료 친구 여러분. 정말 애정 합니다! 힘든 일 있으시면 지금처럼 언제든 전화 주세요! 역시 힘든 일은 나누면 절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