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를 보고 있으면 저 스타일러가 꼭 있어야 바쁜 아침 출근룩이 완성될 것 같고, 저 원형 공기청정기로 바꿔야 잘살고 있다는 걸 입증받을 것만 같다.
이 자본주의, 물질주의 세상에서 기업은 끊임없이 새 상품을 만들고 사람들을 현혹해댄다. 비주체적 호갱님이 된 사람들은 그 상품이 없으면 제대로 살지 못하는 인생 같다고 느끼며 더 사고, 더 쓰고, 더 버린다. 못 가진 것을 불안해하고 불안을 잠재우려 무언가를 소비하는 패턴을 반복하는 거다.
기업과 정부야 돈 더 벌고 세금 더 걷히는 이런 패턴이 좋겠지만, 개인은 더 사려고 더 오래 일하는 굴레에 갇히게 된다. 그뿐인가. 자연환경도 심각하게 파괴된다. 바다 한가운데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생기고 바닷가에 떠밀려온 고래 시체에서는 수백 키로의 쓰레기가 나온다. 벌써 눈에 띄게 증가한 기후위기 산불, 가뭄, 홍수로 사람들은 다치거나 죽어 나가고 있다.
이 심각한 과잉생산-과잉소비-과잉쓰레기의 굴레 속에서 살던 때는 나도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하며 무신경했다. 바쁘게 살며 과로하는 내게 주는 보상이란 팽계로 자잘하게 많이 사고 많이 먹고 많이 버렸다.
하지만 스트레스 풀이, 나를 위한 보상, 무슨 타이틀을 달든지 간에 그건 돈 낭비이자 자원 낭비였다. 잠도 부족해 피곤한데 온라인 쇼핑으로 몇 시간씩 내 시간과 에너지도 낭비했다. 성찰이 필요했던 건데 그 성찰할 시간도 없는 채로 쇼핑만 해댔던 거다.
과로하라고 압박받으며 살아가는 한국 직장인 대부분 비슷한 경험이 있지 않을까 싶다. 바쁨이 성찰을 뺐는다. 디톡스가 필요하다.
파이어를 하면서 꼭 필요한 소비와 불필요한 소비를 구분하다 보면 자연히 '내가 그동안 이런 걸 왜 샀지?'라는 성찰 타임이 온다. 그 순간이 바로 소비에 대한 생각이 확장되고 전환되는 시기다.
‘이 쇼핑을 내가 진짜로 원했던 게 아니구나, 현혹됐구나, 스트레스 풀이가 필요했구나, 절제력이 부족했구나, 나에 대한 보상이라고 핑계댔구나, 보상인데 왜 몸에도 나쁜 튀김을 시켰니...’
이런 성찰 타임을 거치며 생활습관이 바뀌니 전보다 덜 쓰면서도 더 만족하는 삶이 가능해진다. 자연스레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건강과 환경도 더 챙기는 사람이 된다. 집은 가벼워지고 속은 더 성숙해서 묵직해진다.
소비하지 않고 저축하고 주식만 사면 경제가 위축될 거라며 경고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나라 경제 잘 돌아가라고 개인이 열심히 스마트폰을 해마다 바꾸고 유행 따라 가구도 새로 사고 옷도 수백 벌씩 사봤자, 돌아오는 것은 물건으로 잠시 충족되는 가짜 행복과 텅 빈 통장, 불안한 노후일 뿐이다.
한국은 OECD 국가들 중 높은 격차로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복지도 불안한 나라에서 GDP 위해 더 소비하다 가난하게 죽으라고 강요할 순 없다. 각자 도생의 슬픈 현실, 내 인생 내가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아껴서 잘살 길을 찾는 게 현명하다.
그러니 절약하다 세상이 망할 거란 걱정은 말자. 소비하다 개인이 망하고 환경이 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