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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홍작가 Sep 21. 2023

한국은 반년간 고등어 굽는 중


 ‘영어는 무슨, 한국말만 잘하면 됐지’, ‘해외여행? 제주도가 더 좋지 않나?’라던 우물 안 개구리.

그렇다, 나는 한국빠였다.     



 이민? 살면서 생각도 않던 단어다. 미세먼지에 쫄고 나서도 다짜고짜 이민부터 고려하진 않았다. 한국 어디로 가면 공기가 좀 나을지부터 찾았다. 경기도 양평은 어떤지, 춘천은, 제주도는 어떤지...      


 그중 서귀포는 사정이 좀 나았지만 바람 방향에 따라 심각한 날은 생겼다. 고대 제사장도 아니고 매일 바람의 방향이나 고대하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 뭘 어째야 하지?’     



 정확히 알아야 정확히 고민해서 정확에 가까운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나는 미세먼지에 대해 더 파헤치기 시작했다. 칠 년쯤 전인 이때는 언론도 미세먼지 언급을 거의 않던 시절이라 혼자 자료 찾느라 끙끙대야 했다.      


먼지 좀 먹는다고 안 죽는다. 오히려 면역력이 강화되지’, 이딴 말도 하던 시절이다. 사람들이 무식하도록 정부와 언론이 방치한 탓이다.


 학위 없는 미세먼지 박사가 되어가고 있었다. 알면 알수록 현실은 충격적이었고, 나는 억울해하고 무력해졌다가 분노하기 시작했다. ‘대책 없음, 각자도생하시오’라는 현실밖에 안 보였기 때문이다.     



     

 당시엔 극소수만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아니오, 안 아파요. 미세먼지 때문에요’라는 대답을 하루 열댓 번씩 하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하지만 진짜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발암 미세먼지가 마스크나 공기청정기로 다 가려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      



 미세먼지는 눈으로 들어오고 피부로도

흡수된다. 비 내린 뒤 토양과 강에 흘러든 미세먼지는 채소 등의 식재를 통해 결국 내 몸에 들어온다. 섬뜩했다.     


 알아보니, 당시 내가 겪던 알레르기 심화, 기침 정도는 미세먼지가 일으키는 아주 가벼운 질환에 불과했다. 폐암 및 폐암보다도 무섭다는 폐쇄성 폐질환, 심혈관 질환 등은 물론이고 노화 촉진에 탈모, 조산에 미치는 영향 등등, 쫄보가 아니어도 쫄게 되는 병명과 증상들이 넘쳐났다.           


 다음은 한국 질병관리청에서도 인정하고 설명하는 미세먼지 정보다. (홈페이지 발췌)     



* 미세먼지란


 미세먼지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먼지 입자로 입자 크기에 따라 직경 10 ㎛ 이하 (10 ㎛은 0.001 ㎝)인 것을 미세먼지(PM10)라고 하며 직경 2.5 ㎛ 이하인 것을 초미세먼지 (PM2.5)라고 합니다. 이들 먼지는 매우 작아 숨쉴 때 폐포 끝까지 들어와 바로 혈관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 미세먼지 발생 원인


 미세먼지는 발생원에 따라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으로 구분되며, 인위적 발생원이 대부분입니다. 미세먼지 중 건강에 영향이 큰 PM2.5는 자동차, 화력발전소 등에서 연소를 통해 배출된 1차 오염물질이 대기 중 다른 물질과 반응하여 생성된 2차 오염물질이 주요 발생원이며, 주로 황산염, 질산염, 유기탄소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미세먼지는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미세먼지에 대한 노출은 심장 및 폐 관련 질환 등을 발생시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사망 증가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천식 발작, 급성 기관지염, 부정맥과 같은 증상을 악화시키고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곳에서 오래 노출되는 경우 심혈관질환, 호흡기질환, 폐암 발생의 위험이 증가합니다.     

 미세먼지는 체내에 들어오면 체내 여러 장기에 활성산소를 공급하여 세포 노화를 촉진합니다. 또 염증반응을 촉진하여 조직 손상을 가져옵니다. 이러한 작용은 혈류를 따라 전신에서 작용하므로 미세먼지의 영향은 단지 호흡기에 그치지 않고 신체 다양한 장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임산부·영유아, 어린이, 노인, 심뇌혈관질환자, 호흡기·알레르기질환자 등과 같은 민감군은 특히 미세먼지 노출에 대한 위험이 더 큽니다. 임산부가 흡입한 미세먼지는 태아의 성장·발달은 물론 조산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상황이 심각한데 개선될 기미는 안 보였다.           

 

 한국 미세먼지의 상당수는 중국에서 온다. 중국은 자국 공장들을 동쪽, 한국과 가까운 바닷가로 옮기는 정책을 2012년부터 시행 중이다. 덕분에 내륙 베이징 공기가 깨끗해졌다며 잘한 환경정책으로 자화자찬까지 한다. 번복할 일은 없겠구나. 그러면 한국 정부는 뭘 하고 있나? 아, 별말을 안 하고 있구나...     


 유럽에선 이런 문제에 주변 나라들이 함께 소송 걸고 따져서 바꿔놓기도 한다. 하지만 여긴 한국, 중국 앞에서는 아직도 큰소리 못 치는 나라다.      


 서글프게도, 개인이 피하는 게 상책,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결론만 났다. 가만히 있으라, 곧 구해주겠다, 이 말만 믿고 있다 당한 가여운 세월호 학생들이 생각났다. 이거 진짜 안 되겠다. 가만히 있다간 큰일이다!     



 -이거 내가 해결 가능한 문제인가? 놉.

 -우리 정부가 곧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놉.

 -한국에 사는 동안은 답이 없는 문제인가? 옙.     

 

 한국빠 생활을 접을 때가 온 것이다.


 이민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민 결심 당시인 2016년 전후에 우리 정부는 중국발보다는 한국발 미세먼지가 주원인이라는 답 없는 소리마저 해대고 있었다. 고등어를 구울 때 미세먼지가 더 심각하다던 당시 보도는 지금도 놀림거리로 회자된다.      

 

고등어 굽는 미세먼지가 엄청난 건 사실이지만 그건 개인이 피할 수 있는 문제다. 미세먼지의 근본적 대책을 바라는 국민에게 고등어 덜 굽고 바비큐 덜 하라는 말이나 하고 있으니 불신을 살밖에.     

 

 그 불신자 중에 한 명이 되어

한국 뜰 궁리를 시작했다. 언제나처럼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뜨자, 반년간 고등어 굽는 연기 가득한 한국을 뜨자    


     







캐나다홍작가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hongwriter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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