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해도 끝나지 않아
이틀의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순간. 피곤함이 몰려오는데 널려져 있는 집안일거리를 보니 한숨만 나왔다. 시간이 없어 부랴부랴 짐만 싸서 갔던 엊그제의 하루를 반성하며 미리 청소를 해두고 갈걸이라는 후회가 생겼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어쩌겠어.' 하면서 치우려고 노력했는데 빨래를 돌리니, 설거지가 눈에 보이고 설거지를 하고 나니 화장실 청소가 눈에 보이고 청소의 연속이었다.
부모님이랑 같이 살 때에는 내 짐만 정리하고 누우면 끝이었는데 내 집이 되고 나니 누가 먼저 치워주는 사람이 따로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부모님 집에서 살 때가 가장 좋을 때라는 말이 실감되는 순간이다. 깔끔하신 엄마 덕분에 집은 항상 청결하게 유지되어 있고 집에 갈 때마다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는데, 우리 집은 깔끔한 순간이 일주일에 몇 번이나 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맘먹고 청소를 하게 되면 어렴풋이 세 시간은 걸리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내가 청소를 하는 이유는 하고 나면 뿌듯한 감정이 몰려오기에 그 감정만을 떠올리면서 청소를 도중에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지 않는다.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해냈다는 자신감과 뿌듯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 감정이 내가 청소를 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당장은 귀찮고 한숨만 나올지라도 청소기가 바닥에 떨어진 먼지와 머리카락을 빨아들이는 순간 청소에 빠져들게 된다. 빤짝빤짝한 유리와 깨끗한 바닥에 비치는 햇빛이 기분 좋게 만든다.
그렇지만 평일에는 하기 어렵다. 하루종일 회사에 있어야 한다는 긴장감과 그곳에서 다 써버린 집중력이 집에 와서는 모두 소진되어서 그럴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 충전을 해줘야 내일의 하루를 희망차게 시작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강박을 버리기 시작했다. 청소는 무조건 해야 돼 가 아닌 하면 좋은 것이 되는 것이다. 해야 한다는 숙제라는 것에는 변함없지만 기한이 없는 숙제로 바뀌는 것이 포인트이다. 평일에 꼭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면 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청소는 주말에 시간 될 때 한 번에 끝내버리는 것.
옷은 매일 새로운 옷으로 입기 때문에 일주일이 쌓이게 되면 꽤 양이 많아서 후회할 때도 많지만 이 방법은 아주 좋은 것 같다. 일주일에 한 번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된다. 청소를 시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신나는 비트의 음악을 틀며 둠칫둠칫 몸을 흔드는 것이다. 그러다가 청소기도 잡고 걸레질도 하고 그런 거지 뭐. 해도 해도 티가 나지 않고 끝나지 않는 과제 같지만 깨끗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조금만 깨끗하게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것은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