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나에게 집중하기
지금의 직장에서 일한 지는 어느덧 4년이 다되어간다. 그 전의 직장을 그만두게 된 이유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였다. 첫 직장이기도 했고 일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는데 막상 회사는 일이 없어 노는 날이 대다수였다. 월급 받고 일을 안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건 마음 편히 놀 수 있을 때의 얘기이다. 규모가 큰 회사가 아니었기에 사장님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해야 하는데 눈치가 보여 쉽지 않았다.
일하다가 시간이 나면 업무와 관련된 정보도 찾아보고 공부도 하고 나름의 노력을 했지만 회의감이 많이 들었다. 남들은 치열하게 일하면서 배우고 있는데 나는 여기서 지금 무얼 하는 걸까? 고민하다가 세무 자격증도 따보고, 영어 공부도 해보고 다른 길을 알아보기 위해서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러면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것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던 것 같다.
누구나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고 처음엔 다 초보자였다고 생각하니 자신감이 생겼다. 지금 내가 그만두어도 새롭게 잘할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던 것 같다. 그때 처음 느낀 해방감과 다시는 이곳에 올 일이 없겠지라고 생각했던 것이 매우 기억에 남는다. 미묘한 느낌이었다. 사장님은 언제든지 다시 돌아와도 좋다고 하셨지만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쉬는 동안 공부도 열심히 해보고 책도 열심히 읽어보고 나름의 의미 있는 시간들을 많이 보냈다. 물론 불안감이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안될 거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해보지도 않았는데 처음부터 포기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기회가 맞아 지금 이렇게 일하고 있지만 요즘의 딜레마가 또 생겼다. 일이 바쁘면 일에 치여서 하루가 힘들고, 시간이 많아지면 또 생각이 많아지는 것이다. 생각이 많아지게 되면 평소에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에 골몰하게 된다. 특히 나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대부분 사람들은 직장과 일, 그것이 나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일은 나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경제적 활동의 일부이며,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기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해 본다면? 일을 잘한다고 인정받는 능력 있는 사람이라도 그의 진짜 모습은 누구도 알 수 없다. 그 사람이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어떤 이유에서 일까? 본인의 일을 스스로 잘 해내서인지, 능력 있는 성과를 얻어내서인지.
다른 사람의 시선과 생각에서 멀리 벗어날 수는 없지만, 시간이 갈수록 느끼는 점은 일보다 '나'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 꽤 필요하다는 점이다. 열심히 일하다가 나중에 나이 들면 편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때는 내가 원하는 만큼 몸이 따라줄지가 미지수이다. 일에 대한 집중도 좋지만 일은 적당하게, 내가 바라는 삶의 모습을 미래에 기대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런 지금 나의 목표는 맛있는 걸 먹으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는 것이다. 퇴근하는 순간 나에게 집중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