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출근길
발걸음은 천근만근, 왜 이리 무거운지
평범한 9 to 6 직장인이라면 일주일의 첫 출근날인 월요일의 발걸음은 특히 무겁다는 걸 느낄 것이다. 제일 행복한 날은 금요일, 조금 슬픈 날은 토요일, 절망적인 날은 일요일이다. 월요병이라고 하는 무서운 병이 일요일 저녁부터 찾아오기 시작한다.
나도 마찬가지로 일요일만 되면 내일이 월요일이어서 너무 슬프다는 얘기를 계속하곤 했었다. 어떻게 주말이 있었는데 송두리째 사라진 것만 같은 느낌이다. 이건 분명히 누가 시간을 조작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하지만 말만 이렇게 하고 우리는 똑같이 월요일만 되면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서 같은 지하철을 오르고는 한다. 예전에는 지하철이 없는 곳에 살았어서 버스를 타고 줄곧 출근하곤 했었는데, 버스는 바깥 풍경이라도 볼 수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된다. 바쁘게 움직이는 차들과 바깥의 풍경들을 보고 눈을 감으면 출근하는 기분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하철의 바깥은 보이지 않는다. 마치 어두컴컴한 지하동굴 속을 뚫고 가는 느낌이랄까. 사람들의 행동은 거의 다 비슷하다. 핸드폰에 고개를 묻고 릴스에 빠져들거나, 책을 읽거나 잠에 드는 모습들이 눈에 띈다. 그중에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의 얼굴은 잘 찾기가 어렵다.
출근하자마자 다들 퇴근하고 싶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막상 출근하면 평소와 똑같은 하루가 시작되는 것뿐인데 무엇이 우리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지 한번 생각해 보았다. 아마 해결하지 못한 회사일이라던지 보고 싶지 않은 동료를 마주쳐야 한다는 불안감 정도일까.
무거운 발걸음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만들기 위해서 요즘 내가 노력하고 있는 것이 있다. 어떻게 하면 출근길을 즐겁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지하철의 시간을 기대할 수 있도록 만들 행동이 필요했다.
내가 찾은 방법은
1. 에세이 한 문장이라도 읽기
에세이는 특별하지 않은 말이라도 그날의 내 상황에 따라 위로가 되는 글귀들이 꼭 있었다. 문장을 곱씹으면서 출근하다 보면 출근하는 것 또한 별거 아닌 가벼운 일로 느껴지곤 했다.
2. 오늘의 맛있는 점심을 생각해 보기
회사는 점심을 먹기 위해 출근하는 곳이기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바로 점심메뉴이다. 기분이 꿀꿀하다면 맛있는 걸로 기분을 환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3. 꼴 보기 싫은 사람은 생각하지 않는 것
(그냥 안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꼴 보기 싫은 사람은 생각조차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뭐가 이쁘다고 내 생각의 공간에 자리를 만들어 줄 필요성이 있을까? 그냥 안타까운 사람이며 내 생각의 영역에 두지 않는 것이 마음 건강에 가장 좋다.
4. 이 또한 지나가는 것이라 생각하기
이 또한 지나가는 과정이며 오늘 하루를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해프닝일 뿐, 중요하지 않다.
생각만큼 별거 아닌 것들이지만 이렇게라도 출근길을 버티기 위해서 직장인 L 씨는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