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보는 내 모습은
최근에 퇴근 후에 닭꼬치와 맥주 한잔이 먹고 싶어서 혼자 제일 핫하다는 가게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이 정도 난이도의 혼술은 '식은 죽 먹기이지'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도착하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뭔가 혼자 가면 안 될 공간에 침입하는 느낌이었다. 가게 안을 살펴보다가 지나치며 생각을 좀 하다가 다시 되돌아간 그 순간에 수만 가지의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다녔다. 이 시간에 여자 혼자 먹는 거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려나, 이상한 사람이 말 걸면 어떡하지, 친구 없다고 생각하려나 등등.
갑자기 마음이 너무 불편해졌다. 결국 내가 포기하고 선택한 곳은 만만한 회전초밥집이었다. 다들 돌아가는 회전초밥을 보느라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 나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배가 부르고 나니, 내가 꼬치집에 들어가서 맥주 한잔을 하더라도 아무도 관심도 없을 텐데 '괜히 의식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다른 사람을 너무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남들이 바라보는 시선에 괜히 위축될 필요는 없었는데 나 스스로가 나를 위축시켰던 것 같아서 조금 후회됐다. 다음에는 꼭 도전해 봐야지!
모든 사람들이 나를 사랑해 주면 좋겠지만, 어떻게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해 줄 수 있을까?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믿고 좋아해 주는 것은 아닌지. 나는 나를 사랑하지만 나의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스스로를 평가해 보면 아직은 감정적으로 매우 미숙한 사람이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만 감정이 상해도 콩알만 했던 감정이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한바탕 울고 나면 다시 콩알이 되고 말이다. 가끔은 답답한 것은 또 못 참고, 성질을 부리게 되는 못된 성격도 나오는 것 같다.
그런 내 모습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친구들과의 갈등을 겪을 일도 별로 없고, 마음이 상해도 크게 짚고 넘어가지 않았다. 이왕이면 좋게 좋게 지내는 것이 누이 좋고 매부 좋겠다는 생각에 싸우기 싫었다. 그러다 보니 서운한 게 있어도 잘 감추고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고, 사람들과 더 이상의 선 이상으로는 가까워지기 어려웠던 것 같다. 내 마음은 그게 아니더라도 그걸 아니라고 직설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인 척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좋은 사람이 된다면 어떨까? 자신감이 높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꾸며내는 모습이 아닌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에게 들은 이야기를 가볍게 전달하지 않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내가 먼저 되어야 한다. 급할 게 없는 상황에서는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태도와 힘든 상황도 좋게 받아들일 수 있는 태도 등등.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