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의 출현을 가져온 방아쇠

by 철인이십팔호

제나라 정국의 소용돌이는 국외망명 중인 두 왕자의 귀국여부에 의해 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바로 이 연관성은 노나라 장공(魯莊公)과도 엮여 있고 그에게 하나의 기회를 제공한 계기였다. 왜냐하면 노장공은 바로 제양공에 의해 살해된 노환공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문강의 아들이기도 한 인물이다. 그것은 노장공 자신이 아버지의 원수인 제양공과 어머니에게 복수해야 하는 당위성을 가지고 있지만, 아버지에 대한 효(孝)를 실행하는 것 자체가 어머니를 죽여야 하는 불효(不孝)라는 딜레마에 놓인 비운의 주인공이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얼마나 비극적인 상황에 놓인 것인가!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가 직면했던 딜레마와 그 양상만 다를 뿐 똑같은 처지에 빠져있던 실제 군주였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눈을 찔러 그 죄를 스스로에게 묻지만, 노장공은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했던 것일까?


사실 노환공이 살해되면서 노나라가 제나라보다도 먼저 권력공백으로 인한 혼란을 겪었다. 더욱이 이런 공백을 메워야 하는 문강은 사랑에 눈이 멀어 오히려 노나라를 떠나 제나라로 돌아가 제양공과 불륜관계를 지속하고 있었기 때문에 노장공의 왕위계승조차 공식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였다. 이런 치욕스러운 상태 하에 노장공이 즉위했기 때문에 그의 즉위 사실 자체가 역사서에 기록되지도 못했다. 결국 노장공은 모친과 인연을 끊어버린다(絶不爲親). 당연히 제나라와 제양공에 복수를 꿈꾼다. 그리고 그 순간을 맞이한다. 제양공이 자신의 신하에게 노환공보다도 더 비참하게 살해당했고, 그 두 동생 중 하나인 공자 규가 자신에게 의탁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양공 시해 이후 제나라 군주는 공석인 상태였고, 먼저 제나라로 돌아가는 망명 왕자가 제나라 군주가 되는 상황이었다. 노장공은 자신이 공자 규를 도와 제나라로 복귀시켜 군주를 만들어 버리면 명분으로나 실질적으로나 제나라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복수가 아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노장공은 정예 병사들로 공자 규를 호위해서 제나라 수도로 진입할 계획을 세운다.


과연 그의 계획은 성공할 것인가? 사실 제양공과 문강의 불륜으로 시작된 이 비극적인 복수극은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를 촉발시킨 방아쇠였다. 역설적으로 앞으로 이런 불미스러운 일들을 모두 응징할 터미네이터, 즉 패자(覇者)를 탄생시켰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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