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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안 Aug 04. 2020

봄이를 기다리는 엄마-2편

사랑하는 나의 엄마 희연 씨


엄마 입원했을 당시




엄마가 지난 토요일 천안에 왔다.

8번의 항암치료를 마치면 건강해지고

어느 정도는 끝이 날 줄 알았다. 우리 가족이 모두...

긴 간병에 지쳐가는 건 엄마만이 아니라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엄마는 회복하지 못했고 스스로 걷지 못한다.)



누구나 엄마라는 존재

친정엄마라는 존재는 특별하겠지만

나한테 엄마는 진짜 소중한 존재다.

나를 가장 사랑해 주는 사람.

나를 가장 믿어주는 사람.

나 없으면 못 산다고 한 사람.



한 10년 전쯤으로 기억하는데

엄마가 한 달 넘게 못 일어난 적이 있었다.

버스를 타려고 올라가는데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끼고

그때부터 밖에 나가는 게 겁이 났다고 엄마는 말했다.

병원에서 온갖 검사를 다 해도 원인이 나오지 않았고

엄마는 한 달 넘게 집에 누워만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철부지였다.

내 방 청소까지 엄마가 다 해줬고

세탁기 한번 돌려본 적이 없었고

주방에서 설거지도 거의 엄마 몫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아빠랑 오빠도 그랬다.

그 한 달은 우리 가족한테 너무 길었다.

이때부터 내가 집 청소를 한 것 같다.

직장을 다니다 보니 매일은 아니고 주말에 꼭 대청소를 했다.

세탁기는 이틀에 한 번씩 돌리고                   

요리까지는 시도하지 못했고 주방 정리 설거지는 내가 하기 시작했다

이게 내가 20대 후반의 얘기다.

지금 돌아보면 진짜 철없던 시절

그러던 어느 날 집에 왔는데 빨래가 건조대에 널려있었고

계란 한 판이 김치냉장고 위에 놓여있었다.

엄마가 드디어 일어나서 밖에 나갔다 온 거다.

거의 한 달 반 만에, 이때부터 엄마는 또 괜찮아 보였다.

일상생활이 가능했고 집안일은 다시 엄마 몫이 됐다.

지금 돌아보면 이때 엄마한테 첫 번째 뇌경색이 왔던 것 같다,

(뇌경색이 본인도 모르게 지나가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엄마 그 당시 상태를 생각하니 뇌경색이 맞는 것 같았다.)



엄마가 돌아왔고 나도 원래의 나로 돌아왔다.

일하는데 정신없었고 엄마는 크게 신경 쓰지 못했다.



그러다 또 몇 년이 흘렀다.

어느 날 엄마는 자꾸  몸이 한쪽으로 기운다고 했다.

엄마가 한번 아픈 이후 질병에 대한 공부를 좀 했다 보니

이건 뇌에 관련해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엄마를 바로 입원시켰다.

CT랑 MRI 그리고 피검사 소변검사 모든 검사를 마치고

엄마는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평생을 약을 먹어야 하는 질환

다행히 조기 발견해서 엄마는 2주 입원 후 일상으로 돌아왔다.



근데 그때 나에게 트라우마로 남은 기억이 있다.

폐결핵이 의심된다 하여 중환자실에 이틀간 있었는데

이때 처음으로

'엄마가 아파서 하늘나라로 갈 수 있겠구나 '

처음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이때 결심을 한 게 있었다.

엄마가 해달라는 것을  모두 해주기로

엄마랑 함께 있는 시간을 많이 갖기로

그래서 드라마도 같이 보고

(이때 막장드라마를 참 많이 봤다ㅎㅎ)

매 여름휴가는 엄마랑 함께 보냈다.

엄마랑 제주도만 3~4번은 간 것 같다.

(엄마랑 괌도 같이 갔었다.)

엄마가 나한테 준 사랑을 나는 30살이 넘어서야 조금씩 갚고 있었다.

이때부터 엄마랑 더 애틋해진 것 같다.

시간도 같이 많이 보내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으러 다니고

늘 엄마랑 함께 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엄마 앞에서는 웬만해서는 울지 않는다.

내가 울면 엄마가 더 힘들 것 같아 엄마 앞에서는 절대 울지 않았다.

혼자 샤워하면서

운전하고 집에 가면서

잠들기 전에 엄마 몰래 눈물을 적셨다.



나는 엄마를 생각하면 많은 추억이 있지만

그중에 몇 가지만 얘기하면

내가 중학교 때 마이클 잭슨의 진짜 팬이었다.

매일 카세트테이프를 돌려 듣고 라디오에 마이클 잭슨이 나오면 녹음하고 그리고 팝송을 한글로 적어 외우고

(발음대로 ㅎ)

그러던 당시 마이클 잭슨이 한국에 온다는 흥분되는 기사를 뉴스에서 보고

엄마를 한 달은 졸랐던 것 같다.

엄마는  몇 등 안에 들면 보내준다고 약속했고

나는 열심히 했으나 그 등수 안에 들지는 못했다.

근데 엄마가 티켓을 사줬다.

친구 거까지, 친구랑 같이 가라고

그 당시는 콘서트 티켓을 은행에서 샀었다.

(젊은 분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 ㅎㅎ)

그래서 나는 중학생 때 잠실 올림픽 경기장에 가서 나의 우상이었던 마이클 잭슨의 공연을 직접 봤다.

가장 저렴한 자리였지만 40살이 된 지금도 몇십 년 전

이 추억은 잊히지가 않는다.

그때 우리 집은 그리 좋은 형편이 아니었고

콘서트 티켓이 저렴하지도 않았다.

근데 엄마는 나랑 친구 거까지 사줬고

내 그 당시 소원을 들어줬다.

지하철역 앞에서 나를 기다리는 엄마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엄마에 대한 기억 또 한 가지는

엄마는 나의 퇴근시간에 맞춰

지하철역 앞에 나와있는 걸 좋아했다.

어떤 날은 핸드폰을 두고 나와 엇갈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타이밍이 딱 맞아 손잡고 집에 들어가기도 하고

엄마랑 자주 갔던 분식 포장마차


어떤 날은 포장마차에서 떡볶이 순대 등 간식을 먹고 들어가기도 했다.

이때 엄마의 모습이 너무 좋아 사진을 많이 찍어놨었다.

(지금 봐도 뭉클한 사진들)



엄마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회사 일이 너무 힘들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너무 힘들 때마다

엄마한테 얘기하곤 했는데 엄마는

'진짜 네 편은 엄마뿐이야 항상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해야 힘들지 않다'라고

그리고 네가 더 중요하다고 니 스스로의 행복을 찾아야지 다른 사람한테 의지하지 말라고

엄마는 늘 내 편이 되어 나의 얘기에 귀 기울였다.


그리고 난 39살 5월에 결혼을 했다.

엄마는 아빠한테 내가 없으면 못 산다고 했다고 한다.

(이건 결혼 후에 들은  얘기)

근데 착한 남편을 보고 결혼을 허락했고

누구보다 축하해 줬다.


결혼 후 5개월 후 엄마가 위암 진단이 됐다.

나는 엄마가 뇌질환이 있어 치매를 걱정했지

암이 올 줄은 몰랐다.

그리고 8개월 넘게 수술하고 항암 치료하고

그사이 다리가 부러져 다리 수술도 하고

항암치료중 다리가 무러져 한달간 또 입원


중환자실에서의 엄마



그리고 폐에 물이 차서 10일 정도 중환자실에 있었다.

(끔찍한 트라우마가 또...)

중환자실은 가본 사람만 알 것이다.

온갖 기계를 온몸에 꼽고 있고

대부분의 분들이 죽음을 앞둔 분들



다행히 엄마는 점차 회복되었고

8번의 항암치료도 마쳤다.

처음에 얘기했듯이

항암치료가 끝나면 괜찮을 줄 알았다.

엄마가 암 치료를 하는 8개월이 넘는 기간

우리 가족 모두 엄마랑 같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아빠도 오빠도 지쳐가고 있었다.



지금 엄마는 거동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치매가 온 것처럼 이상한 소리들도 많이 한다.

너무나도 맘이 아프지만 여기서  울고만 있을 수는 없다.

그동안 많은 힘든 과정을 거쳤지만 엄마는 이겨냈다.



엄마가 세 번째로 크게 아프고 나는 결심했다.

봄이를... 나의 사랑하는 아이를 꼭 가져야겠다고...

내가 엄마한테 받은 사랑

나도 내 아이한테 주고 싶다고...

엄마가 나한테 주었던 희생적인 사랑을

나도 내 아이한테 전해주고 싶다고...

그리고  엄마가  언젠가 내 곁을 떠나는 순간이 왔을 때

내가 버틸 수 있는 나의 사랑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나도 우리 엄마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고...



나의 소원은 엄마가 20년 더 건강하게 사는 것

요즘은 평균 수명인데 나의 엄마 희연 씨도

평균이었음 소원이 없겠다.


항상 내가 '엄마 괜찮아?!' 물으면

'너 같으면 괜찮겠냐?!'라고 귀엽게 말하곤 했다.

이 장난스러운 말투가 너무 그립다.

엄마가 치매가 아니기를

이 번에도 씩씩하게 이겨내길 바란다.

그리고 지금도 철부지 같고

아직도 이기적인 나를 엄마가 혼내고 놀렸으면 좋겠다.



'엄마 내가 누구야?! '

'내 딸'

'엄마 여기 어디야'

'우리 딸 집'


우리 엄마 희연 씨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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