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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안 Aug 03. 2020

봄이를 기다리는 엄마-1편

40세 노산 주부의 임신을 위한 다짐


<단호박 1줄>

인생은 고민의 연속이다.

결혼할 나이가 되면 결혼이 고민이고

결혼이라는 큰일을 치르면 아이라는 큰 숙제가 남아 있다.


나는 38살까지 결혼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39살을 한 달 앞둔 38살의 12월에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세 번을 만나고 결혼을 결심했다.


'세 번 만에 어떻게 결혼을 결심하지?

사계절은 만나봐야 하는 거 아닌가?

1년도 짧지... 평생을 함께 해야 하는 사람인데...'


나도 이렇게 생각했던 사람이다.

3번 만나고 결혼 결심 이런 얘기를 종종 티브이에서 들은 적은 있으나

내가 주인공이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남편은 나랑 반대 성향의 사람이다.

늘 평온함을 유지하고

예민하지 않으며

화가 없다

결혼 1년이 넘도록 큰소리 낸 적 없고, 화를 낸 적도 한 번도 없다.

그리고 경상도 사람이지만 나한테는 다정하다.

그리고 은근히 유머 코드가 잘 통한다.(중요한 부분)


제주 셀프 웨딩 활영

나는 30대 후반이었기 때문에 40대의 남자가 순수함을 갖고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사회생활에 찌들어 순수함을 유지하기 힘든 나이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순수하고 착한 사람은 이미 누군가의 남편이 되었거나 돌아왔거나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런데 남편은 순수한 사람이었다.

(내가 결혼을 세 번 만나고 결정한 가장 중요한 이유)

고향이 경상도인 사람이고

한적한 지방 학교에서 근무를 하다 보니

내가 생각하는 치열한 환경에서 살아온 것도 아니고, 원래 본인 성격이 평온하기도 하다.

나랑 5살 차이

나는 39살 남편은 44살이던 2019년도 5월에 우리는 결혼식을 올렸다.

가끔 생각하면 내가 결혼했다는 게 실감이 안 날 때가 있다.

2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하지 못한 삶

결혼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었는데도 결혼을 결심하니

상견례부터 혼수 준비까지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해보니 결혼은 여자가 거의 대부분 준비하고 신경 쓰는 것 같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우린 여전히 신혼생활을 하고 있고, 나는 40세 남편은 45세가 되었다.

우리에게 남은 또 하나의 고민 그리고 큰 숙제

임신과 출산.

사실 작년에 우리한테 아기천사가 왔었다.

준비도 없었는데 갑작스레 그래도 감사한 마음이 더 컸다.

안이라고 태명도 지었다.

(편안할 안이기도 했고 우리가 천안에 살아서 천안의 안이기도 했다.)

나는 안이 엄마라고 불리는 게 좋았다.

신기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뭐라 말할 수 없는 벅찬 느낌

보건소에서 임산부 배지도 받고 임산부 자리에도 앉아아보고 들떠있었다.

정말 초기라 가까운 분들께만 알리고

남편이랑 엄마 아빠 놀이도 하고 병원에서 이런저런 검사도 하고

초음파 영상을 보며 신기해하고 했었다.

그때는 이렇게 자연스레 엄마가 되는구나 싶었다.


그러다 7 주주째 되던 어느 날

안이의 심장이 뛰지 않았다.

계류유산

담당 선생님께서 계류유산은 엄마 아빠의 잘못이 아니라고

'건강하지 못한 정자와 난자가 만난 거라고 몸이 회복되면 다시 건강한

아이가 다시 찾아올 거라고' 말씀해 주셨지만....

남편과 나는 반나절을 울었다.

나는 엄마가 될 준비가 안 되어있었고

무리하지 않았어야 하는데 평소와 같이 일을 했고

안이를 위해 편안한 시간이 필요했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다.

바로 임심을 하면 또 유산될 확률이 있다고 하셔셔서 3개월~6개월 정도는

몸을 회복하고 준비해야지 했었다.


그리고 몇 달 뒤 친정엄마가 아팠다.

위암 3기... 

내가 결혼을 늦게 했다 보니 친정에서 부모님과 38년을 함께 살았고

그사이 엄마가 몸이 안 좋았던 적이 많다 보니 엄마랑 더 애틋하고 사이가 좋았다.

그 당시 온통 내신경은 엄마 회복에 가 있었고

병원과 친정을 오가며 6개월을 엄마 치료에만 신경 썼다.

이때도 나는 일을 병행했고 회사 끝나면 병원으로 가서 병원에서 자고

다시 회사로 출근하고 이 생활을 3개월 넘게 했었다.

사실 이 당시에는 임신을 준비해야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리고 엄마의 긴 간병의 나도 지쳐있었다.

엄마가 8번의 항암치료를 끝내고 맘을 먹었다.


더 이상 아이를 미룰 수 없다.

남편이 올해 45살. 내가 40살이다 지금도 노산이다

이제 우리한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배테기/임신테스터기

계획을 세워야 했고 스트레스를 줄여야 했다.

결혼 후에도 천안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했다.

회사에 잘 말씀드려 5월부터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5월부터 본격적으로 배태기 테스트를 하고 배란일을 맞추고 임신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리고 7월까지 아기천사가 우리에게 오지 않는다면

나는 8월에 난임 전문 병원에 갈 예정이다.

-7월 말 테스트 결과 단호박 1줄 8월 생리 시작 이틀째 되는 날 방문 예정

자연임신이 어렵다면

인공수정을 시도할 것이고

시험관도 모두 시도해 보려 한다.


솔직히 나는 지금까지 아이 없는 삶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요즘 딩크족도 많고 아이가 생기면 모든 게 아이한테 중심이 맞춰지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남편이랑 지금처럼 알콩달콩 사는 것도 만족했고

 아이한테 쓸 에너지를 서로를 위해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많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그리고 아이를 키워내는 이 과정이 솔직히 두렵고

내 체력이 감당할 수 있을까

잘 키울 수 있을까 여러 걱정이 들었던 게 사실이지만

친정엄마가 아프고 내가 간병을 면서  아이가 있어야겠구나 깨달았다.

엄마가 나한테 준 희생적인 사랑

그리고 내가 엄마한테 준 사랑을 생각하면 딸 한 명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도 받은 엄마한테 받은 사랑을 내 아이한테 전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결심했다.

남편이랑 운동을 시작했다.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 보기로

봄의 설렘을 담아

그리고 내년 봄에 아기천사가 우리한테 와주길 바라며

아직 생기지도 않은 아이를 봄이라고 이름을 지어주었다.

(남편도 우리 아이의 이름을 아직 모른다 ㅎ)

"봄이를 기다리는 엄마"


요즘은 나처럼 결혼이 늦어진 분들도 많고 난임부부, 노산 부부들도 많다

내가 공유하는 정보들이 누군가한테는 힘이 되길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나는 임산을 위한 고된 과정을 세세히 기록할 것이다.

나중에 봄이가 생겨 태어난다면 이 모든 것들이 소중함으로 남을 것이다.


최근 배우 최지우 씨가 45세에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본인 스스로가 노산의 아이콘이라고 노산이신 분들 힘내라고 이 기사를 보고 힘이 났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보자.

그리고 나와 같이 늦은 나이에 임신을 준비하시는 분들

현재 노력 중인 예비엄마들 함께 기적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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