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관 조영술을 받다.
오늘 난임 병원 두 번째 예약 날이었다.
첫 번째 피검사, 소변 검사했던 결과도 듣고
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나팔관 막힘 확인을 위해
나팔관 조영술 예약을 잡아둔 날이다.
오늘은 남편이 출근을 해서
점심시간쯤 혼자 병원에 갔다.
평일인데도 사람이 꽤 있다.
나와 같은 걱정으로 병원에 있는 분들...
모르는 분들이지만' 좋은 소식이
여기 있는 분들한테도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약간의 동지애 같은 기분이 들었나 보다)
맘 카페에서 나팔관 조영술은 아프다는 내용이 많아
겁을 잔뜩 먹고 병원으로 갔다.
난소 나이는 다행히도 내 연령대와 비슷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난소 나이는 연령과 비슷하게 나와야 좋다는 얘기를 어디서 본 적이 있는듯하다.)
하지만 나의 나이가 40세이니 내 나이와 비슷하다는 말은
난소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다는 말과도 동일...
그리고 다른 이상은 없었고
A형 간염 항체가 없어 A형 간염 항체주사를 따로 맞으라고 하셨다.
그리고 걱정했던 나팔관 조영술
'나팔관은 난자와 정자가 만나서 수정이 이루어지는 장소이면서 만들어진 수정란을 자궁 안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장소이다 나팔관이 막혀있거나 유착이 있으면 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자궁 입구에 특수 조영제를 소량 주입하여 정밀 초음파 검사 왼쪽 오른쪽 검사를 하는데 막혀있는 쪽이 있으면 심한 생리통처럼 복통이 느껴질 수 있다' 라고 담당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두근두근 떨면서 수술대 위로 누었다.
(누워 있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인형 하나를 주셨다.
이때부터 진짜 떨리기 시작... 얼마나 아프면 인형을 주실까...)
시술은 5분~10분 정도 걸렸고
배가 너무 아팠다.
진짜 참지 못할 고통이 밀려왔다.
간호사 선생님 손을 꼭 잡고
저 이제 못해요 배가 너무 아파요
소리도 지르고...
진짜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
근데 끝나고 돌아보니 좀 민망했다.
아이를 낳을 때는 훨씬 더한 고통이 있을 텐데
나는 고작 이 시술에 눈물까지 보이니...
난 아직 너무 어리구나... 생각까지 들었다.
.
나팔관 조영술 결과
한쪽 나팔관은 막혀있고
(나팔관이 막혀있으면 조영제가 통과를 못해 배가 더 아프다고 하셨다.)
다행히 한쪽은 막히지는 않았는데 원활하게 내려가지는 않는다고
자연임신의 확률이 떨어진다는 얘기처럼 들려
병원을 나오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도 한쪽은 막히지 않았다는 게 다행이지
그리고 다른 검사는 이상이 없잖아'
마음을 다잡으며 항생제 하루분 처방을 받고 병원을 나왔다.
그리고 약국에 가서
임신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먹어야 하는 영양제를 샀다.
나는 그동안 엽산 하고 그냥 멀티비타민만 복용을 했는데
비타민A가 기형을 유발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이번에 영양제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약사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영양제를 2개 구입했고
남편 꺼 멀티비타민도 구매했다.
오늘 나팔관 조영술은 184,070원
영양제는 4개월분
여보 멀티비타민-7만 원
내 거 멀티 영양제-14만 원
영양제로 21만 원 지출
오늘 병원에 다녀와서 걱정스러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오늘의 시술로 두려움이 조금 생긴 것 같다.
자연임신이 안돼서
시험관을 하게 되면
그리고 이 긴 과정을 내가 버틸 수 있을지...
이런저런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집에 오자마자 건강식으로 점심을 챙겨 먹었고
사온 영양제도 먹었고 항생제도 먹었다.
그리고 식습관과 건강 관련 계획도 세웠다.
(내가 체력이 너무 약하다.
그래서 우선 기초대사량을 올려야 한다.)
1. 따뜻한 물 자주 마시기
(우선 아침에 한잔 마시기)
2. 하루 1만 보이상 걷기
(이건 5월부터 목표인데 지켜지지 않는 날도 있어
2주 동안 매일 인증해야 하는 습관 형성 관련 앱도 다운로드했다. 남편이랑 같이하면 더 잘 지킬 거 같아 남편도 같이 시작했다.)
3. 일주일에 2번 이상은 근력 운동하기
(나의 개인 PT 남편한테 받고 있다.)
4. 건강한 음식 챙겨 먹기
비타민 함량이 많은 야채 과일 위주로 밥도 현미밥으로 챙겨 먹고 있다.
이건 봄이를 맞이하기 위한 건강계획이기도 하지만
나를 위한 계획이기도 하다.
오늘 조금 우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 모든 과정이 나중에 돌아보면
'이 순간도 버텼지
이 순간도 지나갔지 그래 잘했어'
라고 혼자 웃으며 생각하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난임이신 분들
그리고 원인불명으로 자연임신이 잘 안 되는 분들
나와 같은 과정을 겪고 있는 분들
20대, 30대, 40대 이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더 힘들어' 이것도 내 생각일 뿐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힘든 상황에 있으신 분들
모두 힘내셨으면 좋겠다.
40세까지 살아보니
매일 행복하지도 않지만
매일 절망 속에 있지도 않다.
그리고 내가 마음먹기 달려있고
내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걸
살아오면서 조금씩 깨닫고 있다.
봄이를 만나는 과정이 쉽지 않지만
벼터보자.
이겨내 보자.
그러면 어느 날 갑자기 마주한
맑고 설레는 어느 봄날처럼
봄이가 우리한테 와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