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연재를 시작한 지 두 달이 되어가고, 서평에세이 연재는 한 달 됐다. 처음에는 초1 딸 건사하며 살림하는 와중에 두 종의 다른 글을 정기 연재한다는 것이, 그리고 하나는 서평이라 책을 새로 또는 다시 읽어가며 써서 수험생활 할 때 못지않게 빠듯했다. 글은 꾸준히 써왔어야 주제나 소재도 금방 떠오르고 훅 써 내려가는데 몇 년간 법조문만 보다 보니 두뇌가 너무 땡땡 얼어붙어서 해동하는데 시간 쓰느라 속도가 좀 느렸다. 최근 들어 글 쓰는 것이 안정화 및 가속화되고 있어서 이제 계속 쌓여갈 내 글들을 수익화하기 위해 남편과 열띤 기획회의를 했다. 마침 남편이 재택근무 중이라 머리를 맞댈 여유가 있고 남편도 다른 것을 개발하면서 다른 수익을 준비 중이다. 당분간은 괜찮지만 이 기간이 길어지면 불안한 상황이라 여차하면 나도 다시 일 다니고 밤에는 살림하다 지쳐 잠들며 글은 도무지 못 쓰는 생활이 돼버릴지도 모른다. 뭐든 이제 속도를 내야 한다.
4년 전 브런치 작가로 계정을 만든 그때는 정기 연재 생각은 못했다. 그냥 썼던 첫 글 <친정에는 혼자 가지 말아야겠어요>가 2만 9천 조회수를 넘고 <엄마의 61번째 생일>이 9천 조회수를 넘었던 이래, 4년 만에 정기 연재로 전향하고 최근 올린 '7화 <부부싸움 후에 오는 것들>'의 조회수가 며칠 만에 실시간 기준 7천6백을 넘어갔다. 이 글은 추이를 보니 하루 평균 조회수가 900 이상이라서 4년 전 두 글의 조회수를 훌쩍 넘어갈 듯하다. 살면서 싸울 일은 늘 많을 텐데 그때마다 글이나 써야겠다. 4년 전 비연재글과 최근 연재한 글이 총 23개인데 현재 구독자가 77명인 걸 보면 글 하나 올릴 때 구독자가 3명 넘게 붙어준 셈이다. 꾸준히 써서 쌓이면 어떤 방식으로든 가치는 있고 돈도 안 되는 조회수와 댓글이 글 쓰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영광이고 행복인 것도 맞다. 그런데 글쟁이는 돈보다 멋으로 사는 걸까?
요즘 세상이 얼마나 살기 힘든데 무슨 말씀. 글 쓰느라 들인 시간과 정성도 돈이 되어야만 한다. 아무리 글 쓰려고 해도 잘 안 되는 사람들은 글쓰기 강좌도 듣는 거 보면 글쓰기가 재능인 건 확실하다. 그렇다면 꼭 종이책을 출판한 게 아니어도 글로써 돈을 벌 수 있어야 맞는 거다. 프로그래머이자 기획 아이디어가 팽팽 돌아가는 남편이 아니었으면 난 그저 막연하게 수익화가 거의 힘들고 된다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브런치와 네이버 블로그에 성실하게 글 쓰다가 글이 좀 쌓이면 승인난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유료 채널 여는 것 정도 했을 것이다. 브런치스토리가 밀고 있는 그 출간작가의 꿈? 그래 언젠가 책도 낼 거다. 하지만 우리들은 다 알지 않는가. '언제 한 번 밥 먹자.' 하는 식의 그 언제는 기다리면 안 된다는 것을. 실제로 그 언젠가가 이행됐을 때만 비로소 의미 있는 거라는 것을. 그런 막연한 약속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남편과 나는 나의 개인채널은 물론이고 작가들이 구체적인 세팅 하에서 팀 플레이도 가능하고 개인이든 팀이든 작가와 업체가 서로 상생하고 가시적인 이익을 누릴 수 있는 문화 콘텐츠 플랫폼을 기획 중이다. 자세한 건 나도 먹고살아야 하니 여기까지 하겠다.
브런치스토리 내에는 유수의 글쟁이들이 참 많다. 그리고 글이 좋아서 내가 구독하는 작가들 중에는 이미 전자책 발간을 포함하여 기성작가로 발판에 발 정도는 올린 분들이 대다수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브런치가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수익화하는 것에 열정이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기성 작가들을 되게 걱정해 줄 필요는 없으니까. 브런치는 신인 작가 발굴(출간작가의 기회)과 기성작가들의 지속적이고 창의적인 작가 활동에 유용하고, 글 작업 몰입도가 좋은 섬세한 세팅을 갖춘 점 등 브런치만의 장점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단순한 블로그형 글쓰기가 아닌 브런치북 기획을 통해 일정 구독자 수가 있는 정기 연재 작가에게는 바로 수익화가 되도록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돈 벌고 싶으면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나 threads 같은 데서 활동하면 된다고 반박할 것인가? 내 말은 그 말도 포함된 말이다. 왜 열심히 공들여서 이렇게 좋은 플랫폼을 만들어 놓고 결정적인 부분을 아쉽게 해 두는 바람에 고객이 다른 곳에 눈이 가게끔 하는 것인가? 금액의 문제보다 동기부여의 차원에서도 김 빠지는 건 사실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돈이야 신인이든 기성이든 많을수록 좋고 다 떠나서 정기 연재인데 상식적으로 그렇다. 브런치북 정기 연재하려면 기획의도, 제목, 추천대상글, 커버, 목차까지 장난 아닌 진심의 기획서까지 다 써서 만들어야 하고 꼬박꼬박 날짜 맞춰 글 올리는데 구독자 수가 없든 많든 글 조회수가 몇이든 돈 못 벌기는 똑같다니 너무 하다. '브런치스토리에서 글 정기 연재 구독자 수랑 조회수 잘 나오면 돈도 번대' 그런 소문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작가 지원을 할 것이고 더욱 크게 성장할 것이다. 지난주 서평 연재 마감일인데 글 마무리가 덜 되어 아이 밤잠이 늦어져서 재촉하니 남편이 하는 말,
"좀 늦게 올리면 뭐 어때. 정기 연재하는데돈은 주니?"
응 주긴 줘 근데 슬퍼 좀
브런치는 글 쓰는 공간이자 나중에 내 채널을 열기 위한 글 창고이며 출간작가를 하기 위한 꿈의 공간이라고 아무리 알고 시작한 일이어도 그런 말을 들으면 급 현타가 온다.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하는데 브런치를 과정으로 여기겠다 해도 그 안에 소소한 행복은 있어야 한다. 브런치스토리의 팝업전시는 훌륭했고 마감일 하루 전에는 마감일 지키라고 알림까지 보내는 열정이 있으면서 왜 수익화 구조를 만드는 데는 냉정할까. 모르긴 몰라도 처음에는 멋모르고 하다가 그런 현타 맞고 하는 둥 마는 둥 된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그렇다고 열받아 탈퇴해 버리기엔 그간 활동해 온 게 아까워서 그러지도 못하는 것일 뿐. 나도 4년 전 무작정 글 썼을 때는 정기 연재를 통한 출간작가 기회 제공 기능은 잘 모른 채 쓰다 보니 이걸 해서 무엇하나 하다가 수험생활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활동을 안 하게 되었다. 요즘은 정기 연재를 하면서 그때보다는 더 구체적이고 꿈에 가까워지고 있긴 하지만 정기 연재를 하는 작가에게 거의 메리트가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단점이다.
이를 테면 정기 연재의 초반 일정 회차까지는 단순 무료 구독과 라이킷, 댓글 기능을 유지하고 그 일정 회차를 넘어서부터는 소액 결제를 하도록 하고 일정 구독자 이상을 가진 작가의 작품을 구독하고자 할 때는 보유 구독자 범위 레벨을 정해서 차등 정기 구독 결제를 하도록 하면 좋겠다. 지금 있는 '응원'입금은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마치 펜 들고 글 버스킹을 해서 버는 느낌이라 그것만으로는 영 먹고살기 힘들다. 심지어 그거마저 수수료율이 27% 이상이라서 꽤 크게 떼먹는다.(7,500원 응원금에서 나에게 입금된 건 4,750원이었다) 물론 브런치에서 글쓰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할 작정이라는 뜻은 아니고 말이 그렇다는 거다. 남편은 너나 다른 작가들 죄다 글 열심히 써서 브런치 유입 조회를 그렇게나 끌어올려주는데 브런치는 그 많은 작가들과 작품을 다 끌어모아놓고 고작 언젠가 출간작가의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런 막연한 소리만 하는 거냐, 그거 어느 회사에서 운영하는 거냐고 물었다. 갑자기 왜 그래 별생각 없던 나까지 갑자기 화날라고 그러잖아..
브런치스토리는 카카오에서 출시한 블로그 서비스다. 2015년 첫 출시 했으니 세월도 꽤 지났고 명색이 카카오인데 더 이상 자기들만 돈 벌려고 하고 자기들 돈 벌게 해주는 이용자들에게 베푸는 미덕이 없는 졸부 같다고 정평이 난 이미지를 벗고 싶다면 뭔가 방편을 구색하는 게 좋겠다. 역시 카카오는 카카오택시도 웃기더니 브런치스토리도 속을 들춰보니 또 웃긴 놈들이네 이거? 우리 집에서 서울을 나가려면 공항철도역까지는 버스보다 택시가 나아서 가끔 카카오택시를 탄다. 그때마다 자꾸 '고객님이 설정한 경로로'라는 씨알도 안 먹힐 안내가 나오면서 돌고 돌아 돈 더 받길래 이제는 타자마자 '그냥 가장 빠른 길로 가주세요.'라고 앵무새처럼 떠들어야 한다. 내가 그런 소리를 하면 더러는 카카오 안 쓸 수 없고 미치겠다며 자신들이 이 시스템을 안 쓸 수도 없게 만들어 놓고 노예 취급에 응징 시스템까지 있다며 하소연을 하시는 기사님도 꽤 있다. 택시야 서로 더 이득을 가져가려는 양측의 입장이 다를 수 있지만 브런치스토리는 많은 작가와 작품이 들어오게 만들고 그들이 이 플랫폼 안에서 돈을 벌도록 구조를 짜는 것이 손해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카카오에 이익이 될 텐데.. 그냥 귀찮아서 그러나? 귀찮다고 답한다면 일단 인정하겠다. 나도 하면 좋은 거 알아도 귀찮아서 안 하는 일이 백 개는 되니까.
카카오는 아마도 '우리는 블로그 서비스를 출시한 것뿐 수익화를 해야 할 의무는 없다.'라고 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애초에 고작 블로그 주제에 자기소개서와 어떤 글을 쓸 건지 기획의도와 그에 맞는 글 한 편까지 다 써서 신청하라고 하고 5일 심사 후 연락드린다는 그런 같잖은 폼은 왜 잡았는지 묻고 싶다. 이 뒤의 그들의 대답도 예상된다. '영업이나 다른 이익을 위한 글들을 배제시킨 양질의 콘텐츠 제공을 위한 방법이다'라고 할 것 같다. 그렇다면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이고 정기적으로 제공하며 당신들이 만든 서비스를 활성화해 주는 작가들에게 출간 전에도 그 보상을 해줘야 맞다. 브런치 정기 연재 활동을 한다고 다 출간작가 되는 것도 아니고 사실상 그저 이름뿐인 작가라는 호칭과 가뭄에 콩 나는 듯한 '응원'입금만 선심 쓰듯 둔 게 전부다. 그렇게 계정 하나 받는 거에도 브런치는 남 다르다는 듯 굴어서 네이버 블로그랑은 뭐가 많이 다를 줄 알았는데 그냥 에르메스 쇼핑백에 만 원짜리 티셔츠 넣어 받는 기분이다.
저도 다 좋은데 그것만 고쳐주시면 좋겠어요 ^^
기안84나 양귀자 작가 말마따나 돈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모순이다. 얼마 전 친구와 성수동 브런치스토리 팝업 전시를 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글 쓰면서 돈 2백만 벌어도 좋겠다.'라고 했는데 브런치는 적당히 어장관리하며 기다리되 돈 벌 수 있는 다른 판을 벌여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여기에 화내고 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고 아무 대책 없이 화만 잘 내던 나이도 지나갔다. 그리고 모순적이게도 화를 내는 이 순간도 난 브런치가 너무 좋다. 확실히 다른 블로그처럼 누가 댓글 달았다고 해서 후다닥 들어가 보면 '방문자하루8천명3일만에600만수익'그런 댓글이 달린 허망함 따위는 결코 느끼지 않아도 된다. 적어도 브런치에는 글을 읽고 쓰는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만 가득하다는 것은 명백하기에 야박한 걸 알면서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뭘 잘 모르는 딸이나 우리 엄마가 글 그렇게 열심히 쓰는데 돈은 언제 들어와 할 때마다 구차하게 이런저런 설명하는 것도 그만하고 싶다. 살면서 자기 인생의 주요한 힘의 원천은 다 다르다. 화목하게 자라온 사람은 사랑받고 살아서 사랑을 베풀 줄 아는 게 힘이며 유복하게 자라온 사람은 돈이 힘이 되어 살아간다. 나처럼 다소 기구하게 살아온 사람은 대체로 분노나 비극 속에 꽃핀 유머가 인생의 원천이 되곤 한다. 보통 주말부터 다음 주 목요일 에세이 연재 글감이나 주제를 생각하기 시작하는데 며칠째 딱히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는데 이렇게 분노하다 보니 벌써 다 써버린 걸 보면 역시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