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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Aug 24. 2021

등원 거부

"엄마는 왜 맨날 나보고 어린이집에 가라는거야?"


평일 아침은 워킹맘인 내겐 '시험대'같은 시간이다. 오늘도 무사히 치뤄야하는 '등원전쟁'을 마주하는 시간.

아이는 어린이집에 들어가기까지 마치 엄마와 '기싸움'을 하듯 "안갈거야" "나 오늘도 울거야" 같은 선전포고를 하곤 한다. 그럴때마다 "이젠 형아잖아. 오늘은 울지않고 들어가는거야. 엄마랑 약속~" 이런 류의 설명을 하며 아이를 달랜다. 


엄마랑 헤어져야할 시간, 어린이집 현관앞에서 하루의식을 치루듯 대성통곡을 하며 우는 아이. 그런아이를 뒤로하고 돌아설땐 정말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겁다. 왠지 모를 죄책감, 미안함 다양한 감정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하루는 아이가 등원길에 내게 물었다.  


"엄마, 엄마는 왜 나랑 안놀아주고, 자꾸 어린이집에 가라 그래?"


순간 가슴이 철렁했지만, 아이에게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매우 평온한듯 온화한 미소로 아이를 타일렀다. 


"쮼아. 엄마가 매일 회사에 가듯, 너도 매일 어린이집을 가야해."


"왜?"


"쮼아. 너 매일 맛있는 밥이랑 반찬, 그리고 쿠팡으로 너가 원할때마다 엄마가 사주는 장난감, 그리고 쮸니 옷 다 어떻게 살수있는거야? 그건 엄마가 회사에 나가서 돈을 벌기 때문이야. 엄마가 회사에 나가지 않으면 쮸니가 하고픈걸 다 해줄수가 없어."


"해줄수가 없어? .............."


네살 아이에게 적절한 말을 해준건진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엄마의 자아실현 때문이야" 이렇게 말하는게 정답이였을까. 마치 아이 때문에 일을 한다는 식의 '희생'을 강요한건 아닌지 출근길 내내 자책 아닌 자책을 하며 걷고 또 걸었다.


이 이야기를 인스타그램에 끄적였더니 나와같은 워킹맘처지인 회사 동기와 후배가 댓글을 달았다.


예전에 어린이집 원장쌤이 '그래주는게 엄마에 대한 예의죠~엄마랑 헤어지니 좋다고 하면 엄마가 서운하잖아요'라고 해서 빵터졌어요.ㅋㅋ


난 전에 애가 등원거부해서 걱정이라니까 모 선배가 '그럼 네살짜리가 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 출근 잘하십시오 이러겠냐?'라고 ㅋㅋㅋ"



동병상련 워킹맘동료들의 댓글을 읽으며 적잖이 위로받았다. 웃기기도 했고, 나뿐만 아니라 다들 이러고산다는 동질감, 그리고 이어진 안도감 덕분 아니였을까. 


예전에 동료로 부터 전해들은 모 방송사 워킹맘 기자는회사상사들이 지적할때마다 속으로 '당신이 매일 아침 출근전 어린이집에 애를 맡기며 담임선생님과 알게모르게 주고받는 묘한 감정을 알아? 세상 반쪽밖에 모르는 인간이..."라고 치부한다 했다. 조금 오바하면 워킹맘의 등원전쟁은 '세상의 반쪽'으로 비유될만큼 많은 에너지와 감정과 에너지를 발산하는 행위가 아닐까.



매일 아침 "엄마 안녕~"하고 쿨하게 등원하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어린이집 등원 자체가 '오늘도 엄마랑 몇시간 떨어져야한다'는 걸 인지하는 우리 아이같은 경우도 허다하지 않을까. 


묘하게도 등원때 대성통곡한 아이지만,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아이는 엄마랑 헤어진 뒤 몇분도 안돼 금새 눈물을 뚝 그친다고 한다. 그리고 선생님이 오후쯤 카카오톡으로 보내주는 아이 활동 사진을 보면 세상 해맑고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친구들과 함께 놀며 웃는 모습을 보면 "꺄르르르" 웃음소리가 사진 너머로 음성지원될 정도다. 그때서야 진정으로 마음을 쓸어내리고 "다행이다"라는 말이 입에서 자연스레 튀어나온다. 


 그래, 네살짜리가 '네 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 출근 잘하십시오' 하는게 더 이상한거 아닌가. 등원전쟁때마다 흔들리는 멘탈을 잘 붙들어주는것, 그것은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엄마인 내가 해내야 할 과제다. 엄마 경력이 하루씩 더해갈수록 노련함도 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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