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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Oct 11. 2021

SNS 육아

국민템 수집기와 현타 

육아휴직 후 출산 전 들여다보지도 않던 인스타그램 세계에 풍덩 빠져버렸다. 아이가 젖먹이 시절엔 젖을 먹이는 동안, 또 아이가 낮잠이 들면 인스타그램에 접속해 각종 육아템 검색 및 아기옷 공구, 또래 다른 엄마들은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지 SNS 사진 염탐 등을 즐겼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육아 국민템이라 불리는 용품들을 하나둘 집에 들이기 시작했다.


SNS 갬성에 젖은 예쁜 육아템 사진들을 보면 당장 사야만 할것 같았다. 또 육아 인플루언서들은 왜그리 공구도 자주 하는지, 매번 "이건 제 아이에게 써보고 진짜 강추하는 거에요"라는 뻔하디 뻔한 마케팅에 매번 넘어갔다. 자연스레 소비 지출 항목에서 '내 것'은 줄어들고 '아이 것'은 늘었다. 육아템 뿐만 아니다. 백일잔치, 돌잔치도 인스타그램 검색으로 준비했다. 백설기-송편-수수팥떡도 얼마나 예쁘게 빚어 파는곳이 많은지 사진으로 예쁜 모양을 파악한뒤라 기존 떡집서 파는 떡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돌잔치 스냅사진 작가 선정부터 장소, 한복까지 SNS에서 유명한 업체들만 추리고 추려 아이의 첫 생일을 기념했다. 사실 SNS 상에서 본 과찬의 후기들과 비교했을때 그렇게 까지 만족한 아이템은 손에 꼽기 힘들었다. 지나친 바이럴 마케팅에 놀아난건 아닐까 싶을때가 여러번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는 육아방식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같은 개월수 아이의 엄마(물론 일면식 1도 없는 SNS 상 노출로 보게된 사진 속 주인공들)가 "우리애가 뒤짚기에 성공했어요" "우리애가 이유식을 시작했어요" "어머, 우리 아기가 어제부터 걷기 시작" 뭐 이런류의 글을 올린걸 보게되면 나도모르게 조급함이 밀려오곤 했다. 외부활동이 과거대비 단절된 상황서 육아를 하던참이라 SNS는 내게 엄청난 자극 그 자체였다.


아이가 네살이 되자 이젠 교육템으로 지출 품목이 이동했다. 얼마전엔 사고력 수학 교구도 들였다. SNS를 통해 알게된 인플루언서의 공구 글을 보고 홀린듯이 사게됐다. 남편은 "으이구, 얼마나 가겠니. 또 짐이 늘었구만" 이라고 핀잔을 줬지만 나는 '엄마표 수학'을 외치며 맞섰다. 한 이틀 가지고 놀았을까. 남편의 예언은 현실이 됐다. 아이 놀이방 한켠에 잘 모셔진채 한달여 가량 방치돼있다.  


SNS에서 보이는 엄마들의 모습은 정갈하고 완벽한 편이다. 아이가 있는 집이지만 사진속 배경인 집안의 모습을 보면 우리집에 비함 엄청 깨끗하다. 엄마표 놀이와 영어 교육 등은 또 얼마나 완벽해 보이는지, 워킹맘인 스스로가 작아지는 느낌을 받을때가 많다. 한번은 회사 동료가 내게 "인스타 사진 올릴때 장난감 등 좀 치우고 올려. 인스타잖아!" 라고 조언 아닌 조언을 건넸다. 남에게 보여지는 것이니 신경을 쓰라는 말이였다. 그말을 듣고 보니 SNS 상에서 보이는 육아가 왜 완벽해 보이는지 알것 같았다. 100% 거짓은 아니지만 100% 현실을 반영한 것은 아니라는걸 말이다.


엄마가 된 뒤 인스타그램에 나의 사진은 보기 힘들다. 주로 쮸니의 사진 뿐이다. 육아일기를 기록하는 하나의 플랫폼 역할을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다른 엄마들도 아이의 예쁜 모습, 또 엄마로서 남에게 노출하고 싶은 예쁜 모습 위주로 공개하는건 아닐까. 그러니 다른 이름 모를 엄마들의 SNS 육아기를 보며 비교하고 자책하고 반성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사진 속 보이는 장면이 100% 현실은 다 아닐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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