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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 Jun 11. 2024

1인 가정 집들이

타인을 초대하는 일.

어렸을 때 우리 집에 친구들이 올 수 있는지 권한은 모두 엄마에게 있었다. 꽤 엄격한 나의 부모는 가끔 큰 소리가 날 때도 문 밖으로 소리가 흘러나갈 까 쉬쉬하던 사람들이었고 프라이빗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했던 우리 집에는 누구의 손님도 자주 오지 않았다. 아주 자연스럽게 어렸을 때부터 친구를 집에 초대하는 즐거움을 누리며 살아본 적 없는 것이다. 독립을 결심하고 수많은 사람에게 축하받았다. 나는 앞으로 누군가를 자주 초대하며 살게 될까? 궁금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내 집에 모였던 건 6명이다. 혼자 사는 작은 집에 6명이 앉을 의자 따윈 없었지만, 친히 친구들은 자신의 의자를 차에 싣고 왔다. 주차장에서 집으로 자신의 의자를 들고 온 이들을 살뜰하게 대접하고 싶어 음식을 요리했다. 집에서 쓰던 식탁 의자부터 접이식 의자까지 종류가 다양했다. 아마 이사 온 이래로 우리 집이 가장 시끄러웠던 하루였을 거다. 꽤나 즐거웠다.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이따금 친구들을 초대했지만, 5년 차가 되자 그마저 시들해졌다. 그러고 보니 동네 사는 친구를 초대한 지도 1년이 훌쩍 넘은 것 같다.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일상의 면면들을 말끔하게 치워놓고서야 누군가를 들였다. 정리정돈과 청소를 넘어선 일상의 흔적까지 지워낸 채로. 아마도 생긴 대로 사는 걸 수도 있고, 누군가를 초대하기엔 협소한 공간이라서일 수도 있다.


 반대로 타인의 집에 초대받아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 역시 어색하다.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물건들 속에서 필요 이상의 감탄과 의미를 찾게 된다. 어쩔 수 없이 한 사람의 집에는 한 사람의 세계가 늘어져 있다. 집에는 친구들과 마시고 싶은 각종 술들이 여럿 있지만 실제로 이를 집에서 나눠 먹을 일은 별로 없다. 와인 한 보틀을 옆구리에 끼고 나가 돗자리를 깔고 공원에 들어 누워 마시는 걸 더 좋아한다. 두 번째 집에선 누군가를 초대하며 복작복작 살게 될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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