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오 올리오
포카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반려견 전용 홈 카메라에 포착된 지난밤의 행적을 나는 초조하게 살폈다. 어플에는 거의 5분 단위로 기록이 저장되어 있었다. 물체가 움직이면 카메라가 기록하게 되어 있는 설정이다. 그 말인즉슨, 포카는 지난밤 5분도 채 자지 않았다. 마을버스로 병원에서 집까지 가는 동안 그 기록들을 보며 포카의 지난밤과 마음을 헤아리려 노력했다. 그래, 너에게 너무 가혹한 밤이다.
포카의 5년 견생에 홀로 밤을 새운 건 처음이다. 내가 출장으로 자리를 비우면 아내가 포카를 보살피고, 아내가 여행을 가면 내가 휴가를 내서 포카를 돌보았다. 혼자 두는 일은 결코 없었다. 출산을 준비하며 제일 고민했던 것 중 하나가 포카의 안위였다. 아이가 태어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몰라 우리 부부는 전문가에게 일주일만 맡기기로 했다. 포카 같은 20kg의 중형견도 맡아주는 반려견 호텔링 업체를 찾고, 자주 놀러 가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부디 포카가 잘 지내주길 바랐는데, 전문가가 보내온 포카의 사진은 어딘가 그늘져 있었다. 결정적으로 하루 반나절 동안 밥을 먹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날, 나는 바로 포카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산책을 시키고 온 몸을 씻긴 다음, 불고기용 소고기를 구워서 사료와 함께 줬다. 포카는 허겁지겁 고기와 사료를 삼켰다. 좋다고 꼬리를 흔드는데, 무너질 듯 가슴이 아팠다. 그런 포카를 쓰다듬으며 나는 지난 이틀 동안 있었던 일들을 설명해주었다. 언니가 12시간 진통 끝에 제왕절개를 한 이야기, 언니와 아이 모두 무사한 이야기, 수술 회복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한 동안 언니를 볼 수 없다는 이야기. 포카는 내 이야기를 다 듣지 못하고 까무룩 잠이 들었다.
포카가 마음에 쓰였지만 제왕절개 수술로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도 어려운 아내를 혼자 둘 순 없었다. 코로나 19 때문에 병원과 조리원은 보호자 1인 이외 출입금지라서 아내의 돌봄은 오롯이 나의 몫이었다. 나는 두 집 살림을 해야 했다. 오전에는 아내와 함께 신생아실에 있는 마꼬를 면회하러 갔다. 눈도 잘 뜨지 못해 허공만 응시하는 아이에게 나는 크게 웃으며 내가 네 아빠라고 소리쳤다. 병실로 돌아와서는 아내의 발 마사지를 해주고 점심식사와 물을 챙겼다.
아내가 식사를 마치면 집으로 돌아가 포카를 살폈다. 밥을 주고 산책을 1시간 정도 충분히 시켰다(주로 뒷산을 올랐다). 바쁜 와중에도 나는 밥을 열심히 지어먹었는데, 이 시국에 내가 아프면 안 된다는 절박한 마음이었다. 북엇국, 버섯 만둣국, 브로콜리 소고기 볶음처럼 간단하지만 기운을 돋는 요리를 해서 먹었다. 밥 하기도 귀찮을 때는 간단한 알리오 올리오를 해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고수와 버터, 그라노파다노 치즈를 듬뿍 넣어 먹었다. 빨래와 청소 등 집안일을 하고, 세탁한 아내의 옷과 생필품을 챙겨서 오후엔 병원으로 다시 갔다. 병원에서 아내가 필요한 것들을 챙긴 후에는 출산 이후 해야 할 출생신고를 비롯한 각종 서류들을 처리해나갔다.
초저녁에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 포카를 1시간 이상 산책시키고, 집 안 전체를 쓸고 닦고 소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 올 마꼬를 생각해 최대한 깨끗하게 집을 치우고자 했다. 포카 밥을 챙겨주고 내 밥도 빨리 먹은 다음엔 또 병원으로 돌아왔다. 하루의 마지막 일과는 아내를 위한 마사지 시간이었다. 발과 종아리, 허벅지에 오일을 발라 1시간 정도 마사지를 하였다. 이 모든 게 끝나면 늦은 밤이었다. 나는 허위허위 대다가 겨우 간이침대에 몸을 뉘이곤 했다. 대부분을 민망하게 환자인 아내보다 먼저 잠들었다.
나의 이런 사정을 알 리 없는 포카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아침에 마을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자 포카가 마당에서 울고 있었다. 어찌된 것인지 영문을 알 수 없어 집을 살펴보니 방충망이 찢겨있고 창문이 부서져 있었다(우리 집은 주택이다). 집에서 탈출하겠다는 일념으로 창문을 힘으로 밀고, 방충망을 발톱으로 찢은 듯 했다. 어렸을 적 심했던 분리불안이 다시 돋아나고 만 것이다. 이 상황이 어이없고 당혹스러웠지만, 한편으론 밤새 추위와 공포에 떨었을 포카를 생각하니, 미안했다. 차가운 포카의 얼굴을 쓰다듬자, 가시나무처럼 내 몸과 마음이 오소소 떨렸다. 누굴 탓하랴. 다 내 잘못이다. 강아지는 죄가 없다.
아내와 의논하여 결국 밤에는 집에 돌아가기로 했다. 다행히 아내가 회복이 빠른 편이라 가능한 결정이었다(아내는 수술 다음 날,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내가 집에서 잠을 자게 되며 포카는 안정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포카의 등을 쓸어주며 말했다.
“포카야. 너 동생 생겼어.”
내 복잡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포카는 배를 까뒤집고 발을 마구 움직였다. 꿈속에서 어딘가로 뛰어가는 모양이었다. 나와 포카는 서로의 몸을 포개고 누워 긴 봄밤을 보냈다.
*저처럼 하면 곤란해져요!
-알리오 올리오에서 유화만큼 중요한 게 없더라고요. 올리브오일과 면수가 잘 섞일 수 있도록 젓고 면을 넣고 또 잘 저어줘야 해요. 기름과 물은 잘 섞이지 않기 때문에 면에서 나오는 전분으로 소스가 되직하게 만들어야만 소스가 면에 잘 묻어요. 마지막으로 치즈와 버터를 취향껏 넣으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