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슈에뜨 La Chouette Jul 25. 2021

글루텐프리 블루베리 버클

따뜻한 간식이나 아침식사

요새 내가 사는 이 밴쿠버 지역은 블루베리가 한창이다. 재미 삼아 유픽(U-pick)을 가면, 직접 따면서 먹으면서... 그리고 구매 가격은, 따 놓은 것 사는 것보다 훨씬 싸다. 인건비를 쳐주는 셈이다. 예전에 아이 어릴 때에는 나도 아이 데리고 가서 땄었는데, 그날 딴 것을 가져오는 것이다 보니 훨씬 신선하고, 알도 크고 오래간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애들도 없고, 재미 삼아 따기는 어쩐지 고단하다. 우리가 필요한 양을 따자면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릴 것이다. 그래도 남편이 매일 아침 먹는 스무디에 블루베리가 들어가기 때문에, 이 철에 구매해서 냉동해놓으면 일 년 내내 요긴하다. 따라서 우리는 유픽 대신 돈을 더 주고 구매를 선택하였다.


마침 한인이 하는 블루베리 농장을 소개를 받았고, 무농약이라길래 주저 않고 구매를 하러 갔다. 입구에 샤스타데이지가 예쁘게 활짝 핀 농장이었다. 



유픽 가격은 파운드 당 1불인데, 그냥 사면 2불 25센트란다. 하지만 블루베리도 아주 신선해 보였고, 맛도 좋길래, 10파운드 살까 하다가 20파운드를 구매하였다. 대략 9킬로 정도 되는데, 4만 원 정도 냈다. 집에 와서는 바빠서 아래층에서 며칠 묵혔는데, 워낙 신선한 것을 구매해와서 계속 신선함을 유지했다.



우리는 블루베리를 사면, 식초 희석한 물에 씻어서, 타올로 물기를 제거한 다음에 넓은 쟁반에 널어서 냉동실에 얼린다. 무농약인데 왜 식초를 쓰느냐 묻는다면, 살균이 목적이다. 베리 종류는 곰팡이가 잘 피고, 벌레 알이 흔하기 때문에 정말 쉽게 상한다. 그런데 이렇게 식초로 씻으면 살균이 되어서 아주 오래간다. 딸기도 이렇게 씻어두면 무르지 않고 끝까지 다 먹을 수 있다.


쟁반에서 다 얼면 다시 꺼내서 진공팩에 하나씩 묶어서 넣어두고, 먹을 때마다 하나씩 꺼내서 사용한다. 따로 얼렸던 것이기 때문에 전체가 한 덩이가 되지 않아서 사용할 때 편리하다.



그렇게 해서 다 얼려놓았는데, 예전에 토마토 플랜트 나눔 받겠다고 했던 분에게 갑자기 연락이 왔다. 블루베리 유픽을 했는데, 너무 많이 따서 주체가 안 되니 좀 사겠느냐고. 유기농이라는데, 우리가 구매한 가격의 반 가격을 제시하길래, 냉큼 사겠다고 했다.


가서 받으면서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그분이 작년에 갔던 블루베리 밭인데, 주인이 팔아넘겨서 살 수 없는 곳이 되었다고 했다. 그래도 블루베리가 있으면 딸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가봤더니, 전혀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어있었는데, 사정을 해서 블루베리를 듬뿍 땄다는 것이다. 아마도 땅을 산 사람은 그곳을 뒤집어서 재개발을 하려는 목적인 것 같다고 했다.


고맙다고 하고 블루베리를 가져와서 먹어보니 너무나 맛있는 거다! 에효! 이렇게 맛있는 집은 없어지면 안 되는데...! 어디인지 물어봐서, 정말 가서 나무라도 사 오고 싶은 심정이다!


하여간 그래서 우리 집에 블루베리 풍년이 들었다. 물론 냉동도 했지만, 그냥 오며 가며 계속 주워 먹었는데 입 안에서 살살 녹았다. 그리고도 아쉬워서, 옛날에 종종 해 먹던 블루베리 버클(Blueberry Buckle)을 구웠다. 이게 딱 블루베리 철에만 해 먹던 것이었는데, 남편도 좋아하길래 두 번을 연달아 굽게 되었다.


한 번은 편법을 써서 더 쉬운 버전을 했는데, 내 입맛에는 좋았지만 남편은 버클이 더 좋다고 해서, 다시 버클로 돌아갔다. 왜 이렇게 이상한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위에 얹어진 소보루가 버글버글 긁어모은 듯한 모양이어서 그렇게 붙인 것이 아닐까 싶다.


이것을 굽기 시작했던 첫 시작은 20년도 더 전에 잠시 미국 살던 시기였다. 아이 데리고 소풍 삼아 가서 유픽 해왔는데, 그달의 베이킹 잡지에 마침 이 케이크가 나왔길래 구웠던 것이 첫 시작이었다. 당시는 내가 정말 베이킹에 푹 빠져있던 시절이었다. 이 블루베리 버클은 일반 케이크와 비슷한데, 위쪽에 소보루를 만들어서 얹어서 더 구수한 맛이 난다.


옛날 잡지책에서 찍어둔 사진


그리고 일반 케이크와 달리, 따뜻할 때 먹는 것이 제맛이고, 위에다가 휘핑 안 된 생크림을 끼얹어 먹으면 더욱 부드러운 질감이 나면서 맛이 풍부하고 정감 있다. 모양이 하나로 딱 잡히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다 구운 후에 휙 뒤집거나 하지 않고, 그대로 얌전히 숟가락으로 떠서 서빙하면 되니 편리하다


물론 옛날에는 설탕을 넣어서 만들었지만, 이제는 설탕을 먹지 않으니 무설탕 버전으로, 그것도 밀가루 없이 글루텐 프리 버전으로 만들었다. 버터 휘핑하는 것이 좀 귀찮기는 한데, 약간 잘못한다고 해서 결과가 잘못 나오지 않기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않고 쉽게 만들 수 있다.




이 블루베리 버클의 포인트는 위에 얹는 소보루이다. 이게 일본어여서 한국말로 바꾸고 싶어도 마땅한 단어가 없다. 소보루빵의 한국어가 곰보빵이라지만, 그렇다고 소보루를 곰보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영어로는 스트루슬(streusel)이라고 하는데 너무나 생소해서 써지지 않으니 결국은 소보루라고 하는 수밖에...


원래 이 소보루는 파이 반죽이랑 비슷한 건데, 밀가루와 버터, 설탕으로 만드는 것이 기본이다. 차가운 버터를 납작하게 썰어서 밀가루와 설탕 믹스에 던져 넣고  패스트리 블랜더로 으깨어서 몽글몽글한 상태는 만드는 것이니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 


이번 페이스트리 블렌더가 없으면, 거품기를 가지고 꾹꾹 눌러줘도 된다. 


우리 집은 밀가루를 못 먹으니, 글루텐프리 대체 가루를 사용하는데, 가장 구하기 쉬운 Bob's Red Mill1:1 글루텐프리 가루를 사용한다. 설탕 대체품은 자일리톨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질감과 맛이 좋다. 


이렇게 소보루를 먼저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반죽을 만든다. 반죽에 들어가는 버터는 실온의 버터를 사용하고, 다른 재료들도 실온에 미리 꺼내놓는 것이 작업하기 편리하다. 실온의 버터에 자일리톨을 넣고 최대한 거품을 올리면 뽀얗게 된다. 그러고 나서 달걀을 넣고 다시 한번 올려준다. 거품을 잘 올리면 더 잘 부풀기는 하지만, 잘 안 되면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제일 포인트는 부드럽게 해 줘서 반죽하기 쉽게 만드는 데에 있다.



우유에 밀가루를 넣고 블루베리를 넣고 섞어도 되는데, 블루베리를 먼저 밀가루와 섞어 뒤적여주면 베리가 따로 놀지 않아서 편리하다. 모든 재료를 다 넣어서 날가루가 보이지 않을 정도만 반죽한다. 



반죽은 놀랄 만큼 되직한데, 잘못된 것이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반죽을 팬에 담고 나서, 그 위에 소보루를 뿌려준 후, 예열된 오븐에 넣는다. 



대략 40~50분 정도 걸리고, 위에 소보루가 노릇해지면 완성이다. 젓가락으로 찔러봐서 묻어 나오지 않으면 된다. 



완성된 케이크는 틀에서 빼려고 애쓰지 말고, 그냥 숟가락으로 퍼 담아 서빙하면 된다. 거품을 올리지 않은 생크림이나 우유를 부어서 마시면 더욱 부드럽고 맛있다. 따뜻한 케이크가 무슨 맛일까 싶기도 하지만, 제법 든든해서 아침식사로 먹어도 잘 어울린다. 진하고 고급진 맛이기에 우리는 오후 간식으로 즐겨 먹는다. 





블루베리 버클

6~9인분

(북미 계량 기준: 1컵=240ml), 9인치(23cm) 사각 팬 사용


소보루 (streusel) 재료 :

자일리톨 1~2 큰술

밀가루 또는 글루텐프리 밀가루(Bob's Red Mill 1:1 flour사용) 1/3컵 (80ml)

계핏가루 1/2 작은술

찬 버터 반 스틱(4큰술)


반죽 가루 재료 (미리 섞어둔다) :

밀가루 또는 글루텐프리 밀가루(Bob's Red Mill 1:1 flour사용) 2컵(480 ml)

베이킹파우더 2 작은술

소금 1/2 작은술


반죽 젖은 재료 :

실온의 버터 반 스틱(4큰술)

자일리톨 1/4컵

계란 1개

우유 1/2컵(120 ml)


그리고 :

신선한 블루베리 2컵가량


만들기 :
1. 먼저 소보루 재료의 가루류를 잘 섞은 후, 차가운 버터를 납작납작 썰어 넣는다


2. 패스트리 블랜더로 버터를 부수면서 가루와 섞어준다. (소보루같이 될 때까지)


3. 냉장고에 넣어둔다.


4. 실온의 버터를 핸드믹서로 부드럽게 한 후, 설탕 넣고 다시 뽀얗게 되도록 믹싱 한다.


5. 다시 달걀을 넣고 핸드믹서로 섞어준다. 부풀어 오른다는 느낌이 날 정도로 섞는다.


6. 오븐을 예열한다 (350°F/180°C)


7. 가루 재료에 블루베리를 넣어서 한 번 섞어준 후, 버터 믹스에 넣는다.


8. 우유도 넣고 재료가 섞일 때까지만 주걱으로 저어준다. (반죽이 너무 되다 싶은 것이 정상)


9. 9"X 9" 사각 오븐 팬에, 반죽을 펴 담고, 냉장고의 소보루를 꺼내서 위쪽에 뿌려준다.


10. 예열된 오븐에 넣어 40~45분간 굽는다. 


11. 소보루가 노릇해지고, 젓가락으로 찔러보아 깨끗하게 나오면 완성.


12. 꺼내어 따뜻할 때 서빙하고, 원하면, 휘핑크림을 곁들인다.


다른 케이크들처럼, 꺼내어 뒤집으면 안 됨. 다 부스러진다. 주걱으로 얌전하게 떠서 담을 것.

* 두배 반죽을 해서 더 큰 팬에 굽는다면, 시간을 1시간~1시간 10분 정도로 늘린다.

* 남은 것은 냉장 보관하고, 서빙할 때 살짝 데워서 담아낸다.


이전 09화 부드러운 디저트 스웨디쉬 크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